아들 성적표 받으러 학교 다녀왔습니다.
별과달
“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있어요. 엄마........ ”
머리 감고 선크림 바르는 동안 제 핸드폰이 다섯 번째 울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의 성적표 받으러 제가 학교에 가는 날인데 아들이
학교로 빨리 오라고 거는 핸드폰 벨소리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세 명 성적표를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받으러 다닌다고 제 몸이 바빠서 식겁했습니다.
더군다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이렇게 세 학교로 나눠 다닐 때 그날 하루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딸 둘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생아들 혼자뿐이니 조금은 여유롭습니다.
왜, 성적표 받으러 엄마가 가나요?
우리 집 아이들이 말썽꾸러기와 낙제생들이라 그럴까요?
절대로 그런 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교육방침은 학생들의 성적은 학생혼자만 책임이 아니고 부모와 교사가 함께한 공동의 결실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시험성적표 받는 날은 학교 측에서 항상 학부모와 그에 준하는 자격의 학부모대리인과 함께하는 만남의 자리를 만듭니다.
학생이 학업에 충실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면 세 사람 모두 함께 즐거워하고 기뻐하지만, 반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낮으면 세 사람이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1학기 때 성적이 낮으면 상당히 분발하여서 2학기 때는 절대로 낮은 성적을 받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유급이 되면 친구가 선배되고 후배가 친구 되는 울화통 터지는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전 맨 처음 별난 한국어머니로서 학교로 담임선생님 만나러 간다고 예쁘게 차려입었답니다. 학교에 가는 일이 드물었으니까, 그런데 가보니 다른 분들은 아주 편한 차림으로 왔었더군요. 그건 그만큼 학교의 문턱이 낮고 학교와 가정의 통로가 원활하다는 것이겠지요.
그중에는 근무하다가 잠시 자녀의 성적표 받으러 온 공무원차림의 어머니도 있었고, 교통경찰복차림의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약간 불량스럽다는 생각이 들던 산달과 반바지차림의 삼촌처럼 보이는 분도 있었고 수녀님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고등학교성적표 ▼
그런데 수녀님은 왜?
수녀님은 가톨릭재단학교의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의 학부모가 되어서 성적표를 받으러 왔고, 또 자취하는 학생들은 자취집 주인이 부모님대신 성적표를 받아야 합니다. 자취집은 그냥 방만 내주고 학생들에게돈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데리고 있을 경우 학생의 생활환경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성적표는 학생의 영혼과 땀으로 맺어진 결실이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것이면서 학교의 것이고 또 나라의 문서로 인정됩니다. 문서는 소중한 것이기에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 논문서이든지 집문서이든지 땅문서든지…….
그렇게 소중한 문서를 잃어버리면 당연히 경찰서에 가서 분실신고를 해야 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성적표를 받을 때 무조건 학부모와 동행해야하며 학교에서 제출하는 서류에 부모님이 직접 사인을 하고 성적표를 받습니다.
성적표는 노트로 한권으로 되어 있어 1학년부터 졸업 때까지 다 수록되는 것이기에 1. 2학년의 생활을 3학년 담임선생님도 잘 알 수 있답니다. 게다가 학생 스스로 지난해 성적을 보면서 현재의 성적이 부진하다면 스스로 반성할 수 있고 또 우수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거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적표에는 아주 자세한 것까지 다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는 학생이 친부모인지 아닌지까지도 다 기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첫페이지는 학생 신상에 관한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다.
둘째 페이지 1학년용 왼쪽은 1학기 오른쪽은 2학기
그 다음 페이지는 비어있다. 이건 유급되는 학생들이 기록되어질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는 2학년용 왼쪽이 1학기 2학기는 1월부터 아직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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