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부자와 돈 많은 거지
이 상헌/칼럼니스트
우리 모두가 굶주려 살던 시절 나의 이모님은 매일 아침 거지를 위해 100여명 분의 밥을 지어 제공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100명의 식사를 댄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아침이면 거지들이 문밖에서 줄을 서서 밥을 줄 때를 기다렸던 일이 떠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님이 덜컹 병이나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거지들은 왜 밥 안주느냐고 가진 욕설과 함께 집에 돌을 던지며 '이 집 망하라." 고 악담을 했다. 10여 년간 밥해준 공덕은 까맣게 잊고 한 끼 안준 것만 기억하는 것이다.
지하도 계단에는 지금도 거지가 앉아 적선을 바라고 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 중에 10원 짜리 100원 짜리 동전을 던져주고 가는 사람도 있고 천 원짜리 지폐를 놓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하게 오르내리는데 돈을 받은 쪽에서도 아무런 표정도 인사도 없다. 자기는 불쌍한 사람이니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게에도 거지들이 수시로 들어와 손을 내미는데 100원 짜리 동전을 주면 "누구를 거지로 아나?" 하며 시비를 건다. 주인은 영업에 지장이 있을까봐 화를 참고 1000원을 쥐어 주면서 구슬려 보낸다. 하루에 보통 30명이 구걸을 오는데 1000원씩이면 하루에 3만원, 한 달이면 90만원, 한 사람 인건비다. 인건비 아끼려고 가족들이 나오는 가게도 많다.
나의 친구 하나가 음식점을 하는데 거지 등살에 장사 못해 먹겠다고 속상해 한다. 안주면 행패부리고 주자니 타격이 심한데 돈을 조금주면 대부분 기분 나쁜 표정이나 욕설을 한다는 것이다. 돈 받고 고맙다는 거지가 있더냐고 물으니 10년 넘게 장사해도 그런 거지를 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을 대상으로 거지 1인당 5000원씩 주고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가를 살피기로 했다. 고맙다는 말은커녕 진짜 돈인가 아닌가를 살펴보고 표정 없이 나갔는데 다음 날은 어떻게 소문이 돌았는지 떼거지로 몰려와 영업을 못할 정도였고 어제는 주었다는데 왜 오늘은 안주느냐고 행패를 부리는 거지도 있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풍요하고 감사가 실종되면 돈이 많아도 거지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감사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감사할 일은 망각하면 원망할 일만 보이게 된다. 황희 정승이 어느 날 천장이 뚫어져 비가 새는 바람에 우산을 쓰고 밤새우며 한 얘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 없는 집은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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