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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맛본 죄로 따귀 맞고 쫓겨 난 가정부

이부김 2010. 9. 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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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 맛본 죄로  따귀 맞고 쫓겨 난 가정부

 

                                 별과달


엄마우기가 아이들 셋, 천둥 번개 소나기를 데리고 와서 잠시 맡겨 두고 떠났다.

소나기가 얼마나 울며 설쳐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바람에 쓰레기로 막혔던

집 앞 도랑물은 대청소가 되어 콸콸거리며 시원스럽게도 흘러갔다. 하지만 대문 앞의

가로수는 팔이 부러지면서 흘린 핏자국들이 붉은 꽃잎으로 변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떨어진 꽃잎이 하도 예뻐서 몇 장 주우려는데 산달 신은 발에 밟힐 뻔했다.

뒷모습을 보니 옆집가정부였는데 손으로 입을 막으며 바쁘게 걸어가는 것 같았다. 

왜 벌써갈까,

러바란(이슬람인 명절)이 아직 십일이나 남았는데 궁금해서 오지랖 넓은 나는 말을 건넸다.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떼면서 말했다. ‘집에 가는 길’이라고 바쁜 듯, 쫒기 듯 인색한 대답만 하고

가정부의 검은색 보따리와 엉덩이는 그렇게 점점 내 눈에서 작아지고 있었다. 


옆집은 얼마 전 딸아이를 낳아 유치원생, 3살, 신생아 이렇게 셋이고 베이비시터와 가정부 한명이다.

내가 이사 온지 일 년 넘었지만 옆집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은 딱 한 번 있다. 마당에서 한 달 된

아기에게 일광욕시키는 것보고 내가 말을 건넸던 것이다.

아저씨는 늘 대문 앞에서 전화 통화를 했다. 아기가 깰까봐서인지 아내가 들을까봐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랬다.

우리가 이사 오던 첫날도 대문에서 전화통화하다가 마주쳐서 앞집아저씨와 셋이서 통성명 했다.

그 후 외출하다가 자주 마주치면 그저 목례만 주고받은 정도다.


집에 오니 우리 가정부가  소곤거리며 내게 말했다.

“ 조금 전, 마당 쓸고 있는데 옆집 사모님이 불러 빗자루 빌려달라는 줄 알고 갔어요.

“ 왜 무슨 일로 또 정원의 풀 뽑는다고 호미 빌려달라고 하더니? “ 

하고 물으며 가정부를 쳐다봤다. 가정부는 약간 흥분과 겁먹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 아줌마 이리 와서 이야기 좀 들어 봐, 기가 막혀서......”

“ 네.......”

“ 아무리 못 배워먹은 가정부지만 세상에 아이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찍어 맛보다니……."


베이비시터가 큰 아이(유치원생) 데리러 유치원에 갔고, 가정부가 둘째 아들(4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가 든 아이스크림을 가정부가 손가락으로 찍어 먹는 걸 이웃집사람이 보고 옆집아줌마에게 알려줬던 것이다.

옆집아줌마는 그 이야기만 듣고 가정부의 입과 뺨을 마구 때린 뒤 쫒아버렸다는 것이다. 


우리가정부는 그 당시 몹시도 흥분했었을 옆집아줌마의 억양까지 그대로 흉내 냈다.

얻어맞은 것처럼 인상을 찌푸려 가면서 또 옆집 아줌마가 되어 손으로 자신의 뺨과 입을 여러 번 때렸다는

흉내까지도 에누리 없이 내게 재연해 보였다. 그러면서 옆집아줌마가 우리가정부에게

‘명절 때 고향에 돌아가면 일할 사람 좀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까지 하더란다.


나는 우리 가정부에게 타일렀다. 아줌마는 어른이니 앞으로 이웃집의 어린 가정부들과 가까이 지내다

잘못하다보면 불똥이 튈 수가 있다고 그러면서

" 그 사람들이 마두라 사람인 걸 알죠?”

이 한마디에 우리가정부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마두라 사람들이라면 인도네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악질로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엊그저께도 재래시장 가게에 강도가 들어 돈 훔치고 낫으로 사람 죽여 밧줄로 묶어 놓은 범인들이

마두라 사람들이라는 소문과 뉴스도 있었다. 


옆집가정부는 올해 소양강처녀와 동갑이다. 그 나이면 식욕이 왕성하여 돌을 삼켜도 소화해낼

성장기며 게다가 아이스크림 보면 먹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안 먹고 싶으면 그건 노약자 식성이지.

아이의 아이스크림을 빼어 먹은 것도 아니고 그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본 것이라는데

그것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남이 알려 준 것인데.


모르긴 해도 아이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태양에 녹아 흘러내리는 것이 아까워

손가락으로 찍어 맛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니까,

명절이 코앞인데 보너스 두둑하게 받아 귀향해도 쓰다보면 모자랄 터인데,

따귀 맞고 쫓겨 가다니 쫒아내는 사람이 월급인들 뭐 제대로 챙겨줬을까?

 

(* 마두라 섬은 제가 촬영하러 아주 어려 번 갔었고 섬의 여러 지역에서 많은 나날을 묵었던 곳이다.

현지에 사는 사람은 푸근하고 인심이 좋다. 그러나 도시로 나와 생활하는 사람들이 강한 면이 많았다.

귤이 회화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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