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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이웃집 아저씨가 보낸 문자

이부김 2010. 8. 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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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아저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차를 렌트하지 않겠냐’고 나는 ‘나중에 필요하면 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문자가 왔다. 돈을 좀 빌려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아저씨에게 다섯 번 차를 렌트했고 그것도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밖에 없다.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 쉽지 않은 문자를 보내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다급한 상황이기에.......

나는 그 문자를 들고 한참 생각하다가 이틀 후 답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 집 운전기사 나이가 오십이다.

십여 전부터 우리 집에서 일하고 있다. 오래 전 장거리 다녀오다가

대형 사고를 낸 적 있었다. 그 이후 장거리를 갈 때면 나는 우리 집 차와 기사는

아들을 태워주라고 집에 두고 다른 곳의 차와 기사를 렌트해서 간다.

 

그 아저씨를 알게 된 동기도 차를 렌트하려고 내가 이곳저곳 알아보는데

같은 교회 다니는 아줌마가  이웃집에 싼 가격으로 차를 렌트할 수 있다며 소개해 주었다.

주인은 참 좋은 사람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잘 믿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기가 렌트한다고 하야 값도 싸다며 연결해 줬다. 하긴 차만 빌려주다가

차를 잃어버린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일도 많다고 했다. 

 

누구든지 부탁할 때는 부탁이 이루어질 가능성있는 사람에게 한다.

또 급할 때 도움을 주면 서로에게 아주 좋겠지만 

잘못하다간 좋지 못한 일로 현지인들과 엮일 것 같아 싫었다.

더군다나 남자였기에 그래서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괜찮다'는 답을 받았지만 마음이 영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 차가 집 앞에서 사고 났어 많이 부서졌고 정비공장에 들어갔다.

그 아저씨께 차를 렌트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기사가 렌트하러 갔더니

아저씨는 없고 직원 한 사람만 있었다고 한다.

주인 아저씨는 입원 중인데 전날 갑자기 쓰러져 중태라고 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중국인 아저씨는 오십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않았고

이제까지 모은 돈 전부를 믿고 인도네시아직원에게 맡긴 것이었다.

그런데 직원은 혼자 돈을 꿀꺽하고 아저씨의 삶까지 고스란히 훔쳐 달아났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아저씨는 급전이 필요해서 돈 구하려고 백방으로 연락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가지 끝에 앉은 잠자리 같이 짧은 인연을 가진 나에게까지 연락을 하게 된 것 같다.

 

몇 주째 차를 렌트하고 있는 중이다.

아저씨는 일주일 전부터 깨어났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했다.

그리고 엊그저께 그 아저씨는 하늘나라로 갔다. 아저씨의 삶이 너무 아쉽다.

고인에게 나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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