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와 언어사채업자
별과달
제 블로그에 남겨진 댓글 중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마찬가지네요’ 하는 댓글이 많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꿈과 욕심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언어가 다르지요. 그 다른 언어마저 꿈을 이루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끊임없어 공부하면서 도전하여 결국 각자의 방법대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꿈을 이루려다가 잘못하여 욕심을 이루어버린 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 마디운교도소(Lembaga Pemasyarakatan di Madiun jawa Timur Indonesia)을 어제 방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꿈만 이루고 욕심을 채우지 않고 살아간다면 세상살이가 너무 밋밋한 걸까요. 많이 가지려면 그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가지면 더 가지고 싶어지는 욕심, 그런 욕심으로 똘똘 뭉쳐진 한 사채업자의 언어 한 톨이 뿌려진 마당을 저는 어제 살짝 디디고 왔습니다. 그 마당에는 열매는 없고 잎들만 무성한 망고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팔순노모와 예순이 넘은 며느리 둘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방문을 보자마자 며느리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뜨거운 홍차를 만들어 와 대접했습니다. 노모는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로로 말하더니 우리 중 자신의 딸에게 자주 면회해 준 사람을 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르렸습니다. 억지로 먼저 가게 된 자식들이 생각난다며 홍차만큼 진하고 뜨거운 눈물도 흘렸습니다. 뿌리깊은 망고나무 한 그루와 텅 빈집에 노모 둘만 살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노모의 아들과 며느리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구구단과 수학공식은 누구나 계산할 줄 알지만 사채업자의 이자 계산방법은 사채업자 외에는 아무도 그 공식을 풀 수가 없나봅니다. 그들은 이자에 이자를 낳는 대물림공식을 적용하나 봅니다. 목을 조이듯 조여드는 계산법에 그들에게 갚을 길이 점점 어렵게 되어 갔습니다. 강한 폭풍우는 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듯이 사채업자들은 갖은 욕설과 협박을 동반하여 그들에게 빚 독촉은 했습니다. 거친 그들의 발걸음은 피를 말렸고 가슴마저 쿵쾅거리게 만들었고 날이 갈수록 잦아졌습니다. 아 참, 인도네시아에도 사채업자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린따 다랏(Linta darat)이라고 합니다. 물에 있는 거머리가 아니라 땅의 있는 거리미라는 뜻이지요.
거머리처럼 수시로 드나들던 이 사채업자는 그 집에 갓 스무 살 된 딸아이를 봤습니다. 얼마기간내로 빚을 다 갚지 못하면 딸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수발드는 시녀로 삼겠다고 말 같지 않은 조건을 내걸었다고 했습니다. 재물은 우리집 마당에 내려앉은 참새들 같아 우선 내것 같아 보이지만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돈을 가진 사채업자에겐 사람이 없으면 돈이 없지 인격도 자존심도 없는 줄 알았나 봅니다. 그 당시 사채업자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고 부모님과 만삭이 된 아내와 아들과 살고 있었습니다.
사채업자로부터 인간적인 대접이 된서리 맞은 지는 이미 돈 빌리던 그 순간부터였지만 이젠 자식들까지 짓밟혀야한다는 것에 채무자 부부는 참을 수없는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이젠 어떤 방법으로든 피할 길이 없이 막다른 궁지까지 몰려서 정말 자신들의 목숨까지라도 내놔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며칠 후 채무자들은 이제까지 받은 빚을 한꺼번에 되돌려 주려고 건장한 남자 넷이서 사채업자 집을 찾아갔습니다. 채무자가 찾아 가던 그 비 오던 날 사채업자 일가족은 같은 시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 Lembaga Pemasyarakatan di Madiun jawa Timur Indonesia)
이 사건은 이미 20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사채업자 일가족을 살해한 채무자 중 남자들은 이미 교도소에서 10년 전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오늘 제가 방문한 이 노모의 딸은 직접 살해하지 않았지만 범행계획에 가담하였다하여 징역 20년을 살고 작년에 사형됐습니다. 돈으로 맻은 인연, 언어사채 때문에 방법은 달라도 양쪽집 일가족이 모두 떠난 셈입니다. 넓은마당 열매도 없는 망고나무 아래서 이런 이야길 들으며 저는 열매도 없는 망고나무를 바라봤습니다. 바람이 아무리 불어 서로가 부딪쳐도 상처가 나지 않는 이파리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집 마당을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에어컨이 강하게 작동된 버스 안에서 추워 잠바까지 껴입었는데도 괜히 제 마음이 더위를 탔습니다. 버스를 세우라하고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왔습니다. 그들은 초콜릿 묻은 아이스크림이 달콤하다고 음미하면서 빨아먹었습니다. 저는 덥석 깨물어 먹었고 두 개를 먹었습니다만 마음까지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창밖의 내다보니 넓은 들판에 죽죽 그어진 밭이랑들이 골이 파진 노모의 이마로 자꾸만 떠올랐다가 사라집니다.
사채업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돈으로 맺어진 사채업자는 아무나 되지 못하고 가진자 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적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누구나 자칫하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언어사채업자로 전략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블로그에 글 올리는 일이 이상하게 제 심신으로부터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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