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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피부과의사의 희한한 알레르기 진료방법

이부김 2010. 5.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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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니-피부과의사의 희한한 알레르기 진료방법


                                                                    별과달

아들의 팔꿈치주변으로 두드러기 같이 오돌토돌한 것들이 생긴지 3일다. 어제 약국에 가서 팔을 보여주고 연고를 사 발랐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어 오늘 밤에 피부과 가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의사들은 낮에는 종합병원에서 진료하고 퇴근 후에는 자신의 개인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한다. 개인으로 하는 진료는 아침진료는 6시에서 7시까지, 그러니까 종합병원 출근 전에 잠시 진료하고 종합병원으로 가서 근무하고 퇴근 후 저녁부터 밤까지 환자를 진료한다.


진료시간이 그렇기에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진료받기에는 좋다. 그러나 예약문화가 어찌나 발달되어 있는지 무조건 예약해야 한다. 예약하지 않고 갔다가는 그날 자정이나 다음날로 진료가 미뤄질 때 많다. 의사가 조금 잘 낫는다고 소문이 난 경우에.

 

                 [의사가 건네 준 전단지]

한국은 어린이날이지만 인도네시아는 평일이다. 그런데 예약하러 피부과 3군데나 가봤지만 모두 휴업이고 일요일까지 쉰다고 했다. 내가 아는 피부과는 전부 다 가본 셈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텔레콤에 안내전화를 해서 아무 피부과 2곳의 전화번호를 묻고 전화로 접수하니 순번이 15번째였다.


학교에서 돌아 온 아들을 데리고 저녁 때 그곳으로 찾아갔다. 약국으로 통해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피부과의사는 아들에게 밝은 전등 아래 침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아들의 팔을 한번 쓸어내리듯 보더니 ‘해산물 알레르기’라고 말했다.

 

의사는 엄마나 아빠 중에 생선알레르기가 있는데 누구인지 알아맞히겠다고 말하고 아들의 팔을 잡고 어깨서부터 손목까지 여러 번 문질렀다. 그러자 팔이 접히는 곳에 빨갛게 되자 그것이 바로 알레르기 체질에만 그런 것이 나타난다고 했다. 


의사는 나만의 일무(ILMU 과학적인 방법)가 있다며 눈을 감고 아들을 향해 최면술 하듯 손을 놀리다가 눈감고 한참 바라보았다. 나는 흑마술이나 이상한 주술 같은 것을 잘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많이 만나봤다. 그런류의 의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 낯선 곳에 괜히 진료 받으러 왔더니 의사가 진료한답시고 아들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하고 섬뜩하기까지 했다.

 

마음의 갈등이 커지면서 의사에게 그만두라고 할까, 망설이는데 의사가 눈을 떴다. 자신이 눈을 감았을 때 뇌의 방향이 자꾸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볼 때 아빠가 알레르기라고 말했다. 뇌의 방향이 왼쪽으로 가면 엄마의 체질을 닮았다고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의사가 약 처방전을 적는 동안 나는 그 최면술 같은 얄궂은 방법이 궁금했다. 그런 진료방법이 이슬람교의 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배웠는지 물어봤다. 그건 이슬람교의 것은 아니고 자신은 수련하는 곳에 가서 배웠는데 가끔 호주에서도 강사가 와서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은 네팔사람에게 배웠다고 하면서 전단지를 꺼내 놓았다. 맨 위에 연꽃이 그려져 있었다. 의사에게 네팔사람이 스님인지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진료는 3분 정도하고 과학적이라는 그 얄궂은 진료방법에 대하여 십분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 방법이 적힌 책이름을 적어 주면서 단계별로 있는데 한번 읽어보라고 알려줬다. 한국에는 이런 것이 없을 테니까 이런 것 배워서 한국에 가면 또 하나의 지식과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진지하게 권하면서 의사는 전단지를 아들 피부약처방전과 함께 건네줬다. 

 

피부과의사의 알레르기체질을 알아보는 방법이 하도 재미있어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가면서 내 팔을 마구 문질러 보았다. 그러나 빨갛게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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