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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판사가 말하는 기억에 남는 사건들

이부김 2010. 4.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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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가 말하는 기억에 남는 사건들

 

 

                                                  별과달

나에게 돼지고기를 함께 요리해 먹자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현지인 남자분이. 그냥 듣고 넘어갔는데 두 세 번이나 반복하기에 그럼 기회를 만들자고 했다. 그가 토요일은 집에서 쉬는 날이니 오전이 좋겠다고 했다. ‘그럼 요리솜씨 맛 좀 봅시다.’ 하며 돼지고기 몇 근을 사가지고 그의 집으로 갔다.


노트북으로 일하던 그는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서 돼지고기를 썰었다. 보는 내가 불편해서 ‘거들까하며 부엌으로 갔더니, 부인이 내 손을 잡아끌면서 그냥 놔두고 우리는 소파에서 과일이나 먹자고 했다. 솔직히 말해 마늘이라도 까달라면 어쩌나 했는데 잘 됐다며 얼른 소파로 와 앉았다.


그 남자는 부엌에서 양념을 다지고 지글지글 볶는 소리가 나더니 나보고 간을 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음식 맛을 볼 때 국물을 손바닥에 떨어뜨려놓고 혀로 맛본다. 나도 그렇게 따라했다가 손바닥이 뜨거워 죽는 줄 알았다. 두 가지 요리로 하나는 돼지카레국, 하나는 자신의 고향인 암본요리라고 했는데 삼겹살간장조림 비슷한 게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 앉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그(Johanis Hehamony)에게 판사생활 수십 년 동안 여러 곳의 사건을 재판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어떤 것인지 내가 물었다. 느닷없는 내 질문에 가만히 쳐다보다 입에 넣은 람부탄을 꿀꺽 삼키더니 ‘많이 있지요’ 하면서 미소 지었다. 어떤 것들인지 알려 달라고 했더니 오늘만 해도 법정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이 터졌는지 하면서 이야길 했다.


백화점에서 옷가지 하나 훔쳤는데 경찰서에 붙잡혀 재판까지 올라왔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검사가 5개월 구형으로 그래서 판사가 무죄로 해줬다고 했다.

어떤 부부는 남편의 지나친 요구 때문에 이혼 신청하였는데 이혼하러 오는 날까지 남편이 부부관계를 맺자고 했다면서 부인의 불만을 이야기 했고, 또 어떤 사건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 작은 산을 샀는데 그 산을 깎아서 평지를 만들었더니 산 판 주인이 와서 난 산을 팔았지 평지를 판 것이 아니니 평지 값을 지불하라고 해서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결국 외지에서 온 사람이 졌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며 이야길 했다. 꽃다운 나이 22세 청년이 이웃 노인72세 벙어리할머니를 성폭행한 사건이라고 했다. 법정에서 상황설명을 하라고 할머니보고 했더니 손짓발짓으로 그 상황을 설명하더란다. 그걸 그대로 흉내 내는데 나와 부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제 셋이서 서로의 생각이 토론되기 시작됐다.

“ 할머니는 벙어리인데 그걸 어떻게 신고하였지요.“ 하고 내가 물었다. 그가 말하길

” 가족들이 신고를 했어요.“

“ 그 청년이 술을 마셨나요? 도둑질하러 갔다가 그런 건 아니고” 그의 부인이 물었다.

“ 할머니는 겨우 걸어 다니고 정말 그렇던데(?) 왜......”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그는 몇 년 후 이런 이야길 모아서 책으로 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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