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이부김 일상/SNS 취재 활동

잔인한 달 4월

이부김 2010. 4. 13. 14:55
728x90
반응형

 

 

몇 년째 해마다 사월이 되면 나에게 잔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살을 저미고 뼈를 깎는 그런 아픔들. 올해는 잔인한 달 사월을 나를 위한 안식의 달로 만들려고 스케줄을 거의 비워두었다. 


여가선용을 위해 뭘 할까. 등산은 산도 없고 일행도 없어서 안 되고, 테니스는 3년 했으니 지겹고 볼링도 한 3년 했으니 재미없고....... 그때 마침 버터플라이를 할 수 있다며 며칠 전부터 즐겁게 수영장 다니던 아들을 보니 나도 수영해 보고 싶었다.

 

오늘은 아들과 수영복 사러 가기로 한 날이다 약속시간은 오후 5시였다.

『엄마, 약속 5시라고 해 놓고 지금 벌써 5신데 아직도 크림 바르고....... 우리 엄마도 이제 인도네시아 사람 다 됐네, 뭐 국적만 바꾸면 완전한 인도네시아 사람이네.』

그랬다. 

한국인들에게는 ‘코리안 타임’이 있었지만 ‘인도네시아 인들에게는 ’고무시간’이 있다. 그런 생활에 배어서 시간관념이 희미하다고 아들이 나를 놀렸다.

 

바뚜 온천 수영장(짱아르Cangar)

 

             수영복은 비키니를 사고 싶었는데 스포츠용품매장 몇 군데를 가도 팔지 않았다. 교육도시라서 야(?)한 건 진열해놔도

            사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팔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런 걸 묻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점잖은 원피스수영복

            으로 얼른 샀다.


어둠이 내려앉은 초저녁 하늘에는 별과 달빛의 윤슬이 나를 그냥두지 않았다. 은은한 분위기,  물 위에 누워있으니 물코트릴 입은 느낌이다. 물이 귓속을 메우면서 조용한 팝이 들려왔다. 여기 저기 네온이 비춰지고 야자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수영장 밖에 연인들이 주고 받는 아름다운 언어들이 불빛과 함께 수면 위로 둥둥 떠다녔다.


그 동안 이곳에 살면서 향수병에 걸려 미칠까봐 미치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일하며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나는 나 자신과 별거를 했다. 내 마음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현실 때문에 저렇게 한 것이 너무 많았고, 그런 것들이 결국 나를 옮아 매기도 했다. 올해부터 사월은 더 이상 잔인한 달이 아니라 나와의 데이트 달로 만들어가겠다.

 

40318

 

 

728x90
반응형

'이부김 일상 > SNS 취재 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 가는 그곳은  (0) 2010.06.11
비오는 날의 낮잠   (0) 2010.04.27
파푸아 papua...........  (0) 2010.03.01
한국과 인니에서 한글로 문자 주고받으니 좋다  (0) 2010.01.28
우리집 노래방   (0) 2010.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