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사이로 비행기 구경하는 인도네시아 아이들
코리안 타임과 인니의 잠 까렛(고무시간)
“ 민아야 빨리 가자, 늦겠다. 벌써 12시다.”
“ 안전벨트 OK"
비행기 출발시간 12:30분인데 나는 11:55분이 되어 공항으로 가기위해 집에서 출발했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25분이다. 공항에 도착하여 보딩패스 받고 하려면 슈퍼맨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시간의 비행기를 탈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딸아이를 그 비행기에 태워 보냈다.
공군부대 진입로에 들어서자 시커먼 총을 든 공군들 서너 명이 자동차마다 세워 어디 가는지를 물어 본다. 공항에 비행기 타러 가는데 왜 공군부대로 가는지 궁금할 것이다. 말랑시에는 사실 공항이 없다. 그래서 공군비행장을 일반여객기가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항이라고 하기는 뭣하고 간이 공항이라고 하면 딱어울릴 것 같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그 다음 백 미터쯤 더 가면 공군들이 다섯 명 지키고 있다. 혹여, 폭탄이나 이상한 사람이 타지는 않았는지 철저하게 검사하지만 '소 잃고 외야간 고치는 식이다.' 지난 번 자카르타 호텔폭발사건 때 용의자가 말랑공항을 거쳐 자카르타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고부터 더욱 심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운전자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에는 내가 운전할 때는 창문만 열어주면 “어디 갑니까?” 하고 군인이 경례를 하고 묻는다. “공항 갑니다.” 하면 통과했다. 그런데 우리 집 기사가 운전하면 꼭 차 문도 열어보고 트렁크까지 열어 본다. 물론 우리 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차도 다 그랬다.
인도네시아는 백화점에 들어갈 때도 가방이나 자켓같은 것을 맡기고 들어가라고 했다. 이상한 것은 사람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가면 현지친구들에게는 빅백을 입구에서 맡기고 들어가라고 한다. 그러면 지갑과 핸드폰만 꺼내 들고 가는데 내 딸아이도 같이 빅백을 메고 가도 절대 맡기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인 티가 나기 때문인 것이다.
공항에 들어서서 숨고르기를 하면서 창구로 갔다.
“ 자카르타 창문 옆에 주세요.”
“ 오늘 12:30분 비행기가 14:00로 지연되었어요.”
할 말이 없어 항공사 직원을 쳐다보며 뒷걸음질 치는데 뒤에 있던 곱슬머리 아주머니가
“ 오늘 비행기가 자카르타 가긴 가요?”
“ 네. 조금 지연되었어요.”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말하는 항공사직원과 늦어도 간다는 말에 금세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지는 아주머니를 나는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만약 그 자리에서 ‘왜 늦는데 10분도 아니고.... ’하면서 거치게 항의를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모두들 가만히 있을 때는 그저 잘 알겠다는 듯이 ‘아~ 네’하고 뻣뻣한 고개를 끄덕여 주는 편이 낫다.
말랑 - 자카르타편이 맨 처음 하루에 한 번 운행하다가 황금코스로 알려지자 두 항공사가 더 비행하여 지금은 하루 왕복열 번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평일에는 약 50$ 정도 하는 요금이 이번 라마단 금식이 끝나고 이둘피뜨리 때는 편도가 180$까지 올라갔다. 그래도 좌석구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요금과 서비스는 무관한 것 같다. 모든 항공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자주 늦다는 것에, 그것이 익숙해 져 있다는 것에.
예전에 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로 갈 때 비행기가 4시간이나 늦어진다는 말에 점심제공 받고 다른 비행기를 탔던 적 있다. 또 발리에서 플로레스섬으로 갈 때 비행기가 결항하자 항공사에서 여인숙 같은 곳에 하룻밤 숙식제공을 해 주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항공사에게서 받은 서비스는 그것이 전부인 것 같다.
↑ 소나무들의 즐비한 공항 주차장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사전에서 그대로 옮기면 ‘코리안 타임(영어: Korean time)은 약속시간에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행동이나 그 버릇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전쟁 때 주한 미군이 한국인과 약속을 한 뒤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한국인을 좋지 않게 생각하여 '한국인은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한다. 이것이 한국인의 시간관이다.' 라고 하여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라고 적혀있다.
인도네시아에도 같은 말이 있다. 바로 이 잠까렛(Jam Karet)이라하여 잠은 시간이고 까렛은 고무다. 그래서 ‘고무 시간’이라는 뜻이다. 정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고무시간을 잘 이용한다. '코리안 타임과 인도네시아의 잠 까렛은 질적으로 다르지만 그래도 같은 말이다.
오늘처럼 비행기가 한 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은 아주 종종 있는 일이다. 그래도 승객들은 그러려니 하지 거세게 항의하는 사람들을 나는 못 봤고 나도 항의를 해보지 않았다. 선진국은 이렇게 지연이 되면 서비가 푸짐하겠지만 여긴 그냥 그렇게 묻여지나간다.
명절 끝이라서 그런가. 터미널이나 기차역 공항, 곳곳에는 고향에서 일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기지 않고 있다. 선진국이 되어야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인지 약속을 잘 지켜야 선진국이 되는 것인지 아무튼 중요한 것 약속이다.
'약속은 믿음이 적은 자들끼리의 다짐이래요. 하고 말하고 싶다.
뜨거운데 걸어 오는 승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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