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명절날 외국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부김 2009. 9. 22. 02:48
728x90
반응형


     명절날 외국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별과달

인도네시아 살면서 나는 생활에 불편함을 몰랐다. 평상시에는 오히려 편리한 생활을 더 만끽하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그러나 가장 불편했던 때는 명절 때였던 것 같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에서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 우선 눈에 보이는 두 가지다. 바로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계속 살았더라도 지금 누리는 이 두 가지 일은 아마 힘들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력이 풍부하여 인건비가 싼 인도네시아니까 가능하다는 것이다. 집안일을 해 주는 가정부가 있고 아이들 등하교 책임져 주는 운전기사가 있으니 특별히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명절이 되면 그들을 고향으로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손 놓았던 집안일을 해야 한다. 밥과 설거지도 해야 하고 청소와 빨래 그리고 개밥도 줘야한다.


내가 게으른 주부여서 그럴까? 그 동안하지 않았던 일이라서 그런지 얼마나 하기 싫은지 아이들에게 “애들아 우리 외식하러 가자.” 하며 시내로 나갔다. 늘 가던 레스토랑 몇 군데를 가봤지만 모두 문이 닫혀있었다. 맥도널드와 피지헛을 문을 닫았고 KFC만 문을 열었지만 현지인들로 가득 있어 치킨만 사가지고 나왔다. ‘오랜만에 맥주 마시자’는 딸아이 말에 ‘그래 그러자’하고 대형 마트에 갔지만 맥주는 없었다. 다 팔려서 없는 것이 아니라 라마단 금식기간에는 판매가 금지된 것이었다.


예전에 나는 PC방을 했었다. 주상복합 상가가 4개가 나란히 놓인 백화점 뒤편이었다. PC방 옆에는 가라오케. 미용실과 비디오대여점이 있었다. 3곳은 라마단 금식기간이 되면 사람들로 더 붐볐지만 가라오케는 한 달간 문을 닫아야만 했다. 라마단 금식성월(에 술과 노래로 즐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 말랑(MALANG)은 교육도시이기에 그러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사는 도시 데뽁(DEPOK)은 인도네시아대학교가 있고 자카르타 옆 도시인데 마트에는 아예 알코올이란 판매를 하지 않는다. 몇몇 도시는 가라오케 영업이 시간제한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니 동네 슈퍼이든 대형마켓이든 술 판매금지는 당연한 것이다.


명절이라서 고향으로 간 탓에 앞집도 옆집도 주택단지도 텅 비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오붓하게 치킨하고 맥주 한잔 하려해도 그것마저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일 년 내내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의 나라 명절에 외국인이 되면 참 쓸쓸하다. 조금만 있으면 한국에도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다. 그 추석 때는 일백만이나 되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그리움은 모르긴 해도 아마 지금의 내 심정과 똑같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느낀다는 ‘명절 증후군’ 나는 그런 것 모른다. 그저 명절이 되어 사람들과 시끌벅적한 분위로 그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밤하늘에 떠있는 달만큼 간절할 뿐이다.




Asmara - Arie Pradina


Tiada Lagi - Mayang Sari

[ 더 이상 없는 ]



Tiada lagi kata cinta ku
Tak kan lagi ku bersamamu
Biar ku simpan semua kenangan ku bersamamu.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