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송진 채취 현장을 가다
Indonesia Getah Pinus
별과달
즐비하고 늘씬하게 서 있는 소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 햇살이 솔잎처럼 뚫고 내 머리위에 들어왔다. 솔방울도 하나 내 머리위에 톡하고 떨어졌다. 떨어진 솔방울을 주워보니 어찌 생김새가 한국 솔방울보다는 엉성했다.
소나무들은 일정한 간격(4x 3m)으로 심어져 있었다. 모내기만 줄을 맞춰서 하는 줄 알았는데 나무들도 줄지어 있다는 것이 나는 참 신기했다. 군인들 같기도 하고 학생들 아침 조회하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 사이로 지나가니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그 많은 소나무들이 성한 나무는 없고 죄다 껍질을 벗겨 송진을 받아내고 있었다. 나무가 사람이라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의 밑동에 약 50cm -70cm 길이로 껍질을 벗겨서 흘러내리는 송진을 작은 그릇에 받고 있었다. 그릇은 야자로 만든 통이었다. 송진은 하얗게 쌓여 굳어있는 것이 꼭 설탕 같았다. 척 보고 알면 좋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버릇 때문에 나는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봤다. 예나지금이나 그 놈의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때문에 반나절 동안 송진들이 내 입안을 떨떨한 맛으로 끈적거렸다.
송진을 나무에서 어느 정도 모으면 액이 없어진다. 그러면 50- 70cm 파낸 그 위에 다시 같은 길이로 껍질을 벗겨 낸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세 차례 정도하고 더 이상 액이 흘러나오지 않으면 옆으로 돌아가면서 같은 방법으로 한다. 그렇게 되면 나무 몸 전체 6개 정도의 줄이 생기게 된다.
☜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는 방법
소나무에서는 이렇게 송진을 받아 모은다. 모아진 송진은 며칠에 한 번씩 큰 통에 모으고 보름마다 트럭이 와서 공장으로 실어 나른다. 모아진 송진 드럼 통에는 뚜껑대신에 물이 담겨 있었다. 먼지나 낙엽같은 불순물이 떨어져도 물위에 떠 있기 때문에 물만 버리고 싣고 간다고 했다.
소나무는 15년생부터 50년생까지 원액을 받을 수 있다. 15년생 나무는 하루. 0.09g 정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동부 자바에는 한 공장에서는 근처 4개 군에서 채취된 소나무 원액으로 공정해 내는 양이 일 년에 9.000톤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PGT(Pengolahan Gondorukem Terpentin) 총 여섯 군데가 있으며 그중 동부 자바가 세 곳으로 제일 많고 중부 자바 두 곳과 나머지 서부자바이다. 깔리만탄섬이나 술라웨시섬에도 소나무가 많지만 아직 정부에서 그곳의 관할도 자바에서 관할하도록 되어 있다고 산림청 직원이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송진 원액 수출은 금하고 정제된 것만 수출한다. 우선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진이 정제되어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설명을 하여야겠다. 송진을 수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고 싶어 공장으로 갔다. 가는 길은 굽이굽이 멀었다. 공장에 도착했다. 산속의 위치한 공장, 굴뚝에서는 맑은 연기가 나왔고 큰 벤자민 아래 풀 섶에는 쓰르라미들이 신경 거슬리게 울어댔다.
함께 간 사람이 먼저 사무실로 들어갔고 나는 소나무 숲에서 바지에 묻은 흙을 물에 씻고 늦게 들어갔다.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나를 기다려준 일도 고마워 죽겠는데, 건빵 주머니가 군데군데 달린 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간 나에게 직원들은 줄을 서서 환영해 주었다.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도 나는 너무 황송했다.
▲ 송진을 모아 둔 통 /위에는 나뭇잎 찌꺼기들이 물위에 떠 있다.
책임자는 말을 아끼는 분이었다. 분위기가 너무 진지했다. 나는 분위기도 바꿀 겸 “ 어제 저랑 전화 통화한 분이 누구세요?” 라고 찾았다. 처음부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만 지어 보이던 남자분이 있었는데 바로 내가 찾는 분이었고 또 공장책임자였다. 어제 통화 이후 자신의 핸드폰번호를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전 직원을 불러 놓고 물어보았다는 말에 나는 웃으면서 “ 이것 보세요. 문자로 이렇게 당신 번호를 받았죠. 그런데 그 착한 직원을 혼냈습니까?” 또 미소를 짓더니 “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나 말고도 궁금하면 못 참는 사람이 많다는 있다는 사실에 나는 거울 보는 느낌이었다.
인도네시아 송진의 품질을 분석 실험해 본 결과 국제적인 기준에 아주 근접했으며 품질이 중국산이나 베트남 송진보다 우수하다고 이야기했다. 송진 정제과정에 대하여 물었다. 점잖은 아저씨가 설명을 하는데 인도네시아어 화학용어들이 튀어 나왔다. 나는 “ 저에게 종이 한 장 주세요. 도표를 그려서 설명 듣고 싶어요.“ 라고 하였더니 공장책임자가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매직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하였다.
▲ PGT(Pengolahan Gondorukem Terpentin / 송진 정제공장 탱크 ▲ Gondorukem/Gum Rosin 드럼 당 240kg
소나무에서 채취한 원액을 다섯 번 정도 공정과정을 거친다. 원액(Getah)을 증류하여 * Gondorukem과 *Terpentin으로 분리한다. Getah(원액) 증류 공정을 거치면 70%는 Gondorukem을 얻고 15%는 Terpentin을 얻으며 나머지 15%는 불순물로 버린다. Gondorukem은 투명하면서 황금색깔이고 Terpentin 투명하여 알코올 같다.
Gondorukem 은 타일, 구두약, 유리. 유화. 종이, 화장품, 비행기본체 *덤플(Dempul) 할 때 천에 바띡 그림 그릴 때 등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Gondorukem는 드럼 당 240kg으로 20“ 컨테이너에 80드럼을 싣고, Terpentin은 드럼 당 200리터로 170kg이다. 품질의 종류로는 최상급 X 그 다음 WW 와 WG 로 나눠져 있다.
▲ Gondorukem/ Gum Rosin ▲ Terpentin/테레빈유
사무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동안 새까만 몸에 흰줄무늬모기가 내 팔만 여러 곳을 물었다. 벌겋게 부어오르자
직원에게 발삼을 가져오게 하였다. 미소를 잘 짓는 사람은 마음씨도 고운가 보다. 잘 정제된 황금빛 Gondorukem 같은
그의 미소가 소나무 숲의 햇살만큼이나 싱그럽게 내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 Terpentin = 소나무과(科) 식물의 함유 수지
* Gondorukem/ Gum Rosin = 소나무 수간에서 채취한 생송지를 증류해 테레빈유를 제거한 수지.
* Dempul / Putty = 백악(미세한 분말로 된 탄산칼슘)과 끓인 아마유로 만든 접합제.두들기거나 반죽해 일정한 굳기를 가진 반죽으로 만든 다음 창틀에 유리판을 고정하거나 목공품의 균열을 막거나 못질의 마무리 작업시 구멍을...
사진 ▲ 송진 채취를 위해 껍질이 벗겨진 숲의 소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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