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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신인배우 오디션 현장에 가 보니

이부김 2009. 3.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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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배우 오디션 현장에 가 보니


                                                   별과달

    토요일 오후 전화를 받았다.

    " 내일 오디션에서 만약 통과되면 그들이 역할을 정해주고 시트콤에 출연시켜 주는 대신에 얼마의 돈을 요구 할 겁니다. 나는 작년에 오디션 1차 통과에 20만 2차 통과에 백만 루피아를 지불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설명을 수다로 전해 들었다. 그가 말하던 내일이 오늘이 되었고 나는 자카르타에서 원정 온 SMILE 프로덕션 오디션현장으로 가 보았다. 장소는 인도네시아라디오(RRI - Radio Republik Indonesia) 말랑 방송국이었다.


                


    나를 이곳에 가는 이유는 내가 다니는 현지교회 한 아주머니 권유 때문이다. 그는 반년 전에 어떤  프로덕션 오디션에 통과되어 엑스트라로 프로그램 촬영까지 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약속했던 지방TV에서 방송되지 않았고 그저 CD로만 제작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그와 비슷한 한 프로덕션이 자카르타가 아닌 사투리 억양 사용하는 신인을 발굴한다며 내가 사는 말랑에서 오디션을 가지게 되었다. 그 아주머니는 예전에 맺은 인연 때문에 이번 오디션에서 행사위원회로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그로 통해 들은 것이지만, 이번 오디션 행사위원회로 임명 받은 사람들은 한 장에 십오만 루피아짜리 지원서 10장씩 주면서 목표달성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아주머니는 누구에게 말하여도 오디션에 선뜻 나설 사람이 없던차 나를 만나자 부탁을 한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바라만봐도 엄마 같은 여인이다. 화난 말투도 조용조용, 긴 머리에 수예도 잘 할 것만 같은 현숙한 여인이다.

    개성과 청순을 겸비하여 명랑 발랄한 나와 닮은 것은 하나도 없지만, 내 학창시절의 가장 친한 친구를 너무 많이 닮아 늘 마음이 가던 분이다. 그런데 그 까짓것 한 장에 RP 십오만 짜리 지원서 한 장 못 사 주겠는가, 절실한 부탁이면 그보다 더한 것도 들어 주고 싶은 심정인데.


    라디오 방송국으로 갔다. 멀쩡하고 시원한 공간을 비워두고 한낮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밖에서 기다리라 했다. 햇빛이 떨어졌는지 반짝거리고 낡은 책상 앞에서 여직원이 응시자들의 접수를 받고 있었다. 나는 지원서를 건네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오디션에 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돈을 준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교회아주머니의 부탁도 들어주고, 요즘 고장자연의 자살소식을 듣고 나는 인도네시아 프로덕션의 모양새를 알고 싶었던 속셈뿐이다.


    오디션이 시작 전 나는 프로덕션의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오디션에서 뽑히는 사람들은 이곳 TVRI(인도네시아 방송) BATU-TV(지방방송)에서 방송 될 예정(~~?)이라고 했다. 오디션이 끝난 후 발표와 자세한 절차를 알려 준다고 했다. 나는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더 캐묻고 싶은데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청소년 그 다음 성인들 순서다. 막 시작하려고 했다. 나는 몇 명의 아주머니들 틈속에 비집고 들어갔다. 아까부터 날 따라오던 할머니(64세)도 내 곁에 앉았다. 그 중에 제일 나서기 좋아해 보이는 아주머니께 말을 걸었다. 왜 이곳에 왔는지를. TV에 나오는 것이 삶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말이 떨어지기 전에 그렇다며 아주 찬성을 했다.


    날 따라오던 그 할머니는 지난 해 다른 곳에서 오디션을 본적 있었단다. 1차 통과하고 2차 오디션에 응하기 위해 300만 루피아를 맡겼고 그 돈은 촬영 장소에 지각이나 그 외 잘못이 있으면 시간당 계산하여 맡긴 돈에서 삭감한다는 명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나도 아직 촬영 스케줄은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한 아주머니는 당신 아들은 오디션에 통과하여 시트콤을 촬영하였는데 다섯 번 방송 나오는 노점상인물인데 그 대가로 3.500만루피아(USD 약 3500$) 지불하였다고 했다. 그 다음 조연의 친구로 몇 번 나오는 사람은 5.000만 루피아를 지불하였다고 했다. 그러니까 촬영하는 모든 사람은 돈을 받고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면서 촬영한다는 것이다.그것도 방송이 될지 안될지 모르면서.


    표면으로도 이런데 속으로 파고들면 어떨까?

    신인들의 유명세?  성성납? 그건 한국뿐만 아니라 이곳 인도네시아에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무지무지하게 들었다. 나는 인도네시아 연예인 인형만한아이 디끼 아빠에게 물어 볼까하다가 방송출연 경력 20년인 미니부부 존아저씨에게

               전화 걸었다. 그는 TV에 나오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여 이익을 얻는 프로덕션들이 많다고 했다.


    얼마 전 지방 방송국기자를 만났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방송국이 망하는 법이 없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건 그랬다. 홍수가 나서 집이 온통 물에 잠겨도 가스 폭발로 인해 뻘이 온 집과 마을을 삼켜 피해있는 주민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천막 속이나 공터에 피해있는 그들에게 인터뷰로 "지금 심정이 어떠냐?" 물으면 웃는 표정을 짓는다. "왜, 웃어요. 표정을 좀 심각하게 하세요."하고 말했더니 "TV에 나오는데 잘 나와야지요."


    동심을 가진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반죽되어 가는 내 삶을 보니 오늘은 동요가 생각난다.

    "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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