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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결혼 예행연습

이부김 2009. 4. 5.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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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예행연습


    인도네시아에서 여자가 ' 음식을 짜게 만들면 빨리 시집가고 싶다.' 는 뜻이랍니다.

    우리 집 가정부가 제일 잘 만드는 간식이 포테토칩입니다. 자기만의 비법인지 감자 껍질 벗기는 칼로 속살을 껍질 벗기듯이 하여 맹물에 살짝 담갔다가 튀겼는데 얇아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답니다. 그런데 엊그저께 만든 것은 얼마나 짠지 간수를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도네시아 속담이 맞는 가 봅니다.

     

          ▲ 자와전통 결혼식

     

    보름 전이었습니다.

    햇살이 커튼을 밀치고 곰실곰실 들어오는 오전, 소파를 닦다가 가정부가 한다는 말이

    " 일주일 후에 혼인신고 하러 집에 가야해요."

    " 너 아직 결혼식도 안 했는데 무슨 혼인신고니? “

    " 방금 전 부모님 전화 받았는데 다음 달 중순에 결혼해야 한다고 했어요."

    “해야 한다고?.”

    나는 너무 놀라서 약혼도 아닌 결혼을 뭐 그렇게 후다닥 하는지 또 신랑은 몇 번 만나 봤는지 물어 봤습니다. 한 달 전에 딱 한번 만났다고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중 아주 시골에서는 부모님이 짝지어 주는 결혼이 아직도 있긴 있나 봅니다.


    결혼은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지요. 더군다나 처녀가 시집간다는데. 굴러 온 사람이었지만 6년 동안 가족처럼 지내다가 결혼을 한다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내 딸을 결혼시키면 이런 비슷한 감정이 들겠지 하는 느낌마저 퐁퐁 피어올랐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 후, 오랫동안 일했으니 금목걸이든 전자제품이든 내가 선물해 주겠다고 축하인사에 액세서리까지 달아줬습니다.

    가정부는 즐거워하며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내 마음에는 온통 걱정이 나돌았습니다. 요즘은 여자들이 주로 공장이나 인력송출업체로 통해 외국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에 가정부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긴데,


    아직 시간이 달포쯤 남았으니 혼인신고 해 놓고 사람도 구할 때까지만 있으라고 했더니, 혼인신고 하는데 일주일이 걸리며 결혼식이 너무 어려워 3주 정도는 연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결혼은 처음해 보는 것이지만 예행연습을 3주씩이나?


    결혼 예행연습을 하는데 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지 물었더니 어머니가 재혼을 하였기에 지금 의붓아버지가 혼주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 친아버지가 안계시면 엄마의 핏줄인 외삼촌이나 신부의 오빠만이 혼주 자격 있는데, 만약에 종교가 이슬람이 아니면 자격상실이라고 합니다. 이 가정부는 친아버지가 없으니 산 너머 산에 있는 외삼촌과 만나 연습을 하려면 그렇게 많은 나날이 걸린답니다.


    인도네시아는 자와 인들의 전통결혼식에 참석해 본 적 있는데 예법대로 하니 삼 일이 걸렸습니다.

    그걸 보면서 자와 사람들은 결혼 예비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니 연습을 하긴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결혼하는데 너무 힘들어 이혼은 절대로 안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혼도 쉽게 잘했습니다.


    이곳이 고향집처럼 편하기 때문에 얼른 연습하고 오겠다기에 운전기사에게 시골집까지 배웅해주

    라고 했습니다. 집에 갈 때 그렇게 해 주면 이웃집 사람들에게 상당히 부러워했습니다.

    시골에 가거든 가정부 찾아보라고 했더니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운전기사가 나 몰래 며칠 째 친구와 퇴근 후 가정부 구하러 다녔다고 했습니다. 함께 간 친구는 의사 집 기사인데 그 집 가정부도 다음 달에 결혼하고 어제는 군인친구를 만났더니 상사 집 가정부가 다음 달에 결혼하기에 시골로 가정부 구하러 가는 길이라기에 함께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결혼 예행연습 하러 간다는 가정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결혼식을 앞두고 저렇게 마음이 설레었을까? 앨범을 꺼내 결혼식 사진을 보며 내 가슴에 손 얹어 봤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영 뛰질 않습니다. 아마 가슴이 고장이 났던지 녹이 슬었나 봅니다.

    중년 아저씨들은 괜찮은 아가씨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젊고 괜찮은 남자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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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여, 사윗감으로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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