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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종교

『 당신 남편이세요? 내 남편 아닙니다.』

이부김 2009. 3. 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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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당신 남편이세요? 내 남편 아닙니다.』

     

                                                            별과달

    내가 사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웃도시에 사는 한국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 이번 일요일에 꼭 교회를 가겠다는데 당신은 시간이 없으니 나와 함께 가 달라는 부탁입니다.

    인도네시아 처음 왔으면 언어도 그렇고 지금 숙소와 가까운 곳에 한인교회가 있는데 왜 굳이 먼 거리의 현지교회로 온다는 걸까? 그 분을 만나기도 전에 나는 궁금증이 부풀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잠에서 덜 깬 상태인데 내 휴대 전화기로 문자가 왔습니다.

    『 나의 손님은 나에게 중요한 분입니다. 주의를 기울려 주세요. 』

    『 알겠습니다. 염려마세요. 』

    조금 후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딸아이와 나, 손님 셋이서 교회로 갔습니다. 가는 도중 교회이미지 손상방지를 위해 우리 교회는 지금 사정이 있어  
  •       석달째 호텔에서 일요일 대예배를 수요일 밤 예배는 헌병부대에서 드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호텔로 들어      서면 황당해 할 수도 있으니까. 매주 1.3 째는 담임목사가 설교하고 나머지는 외부 목사님을 초빙해서 한다는 설명까지 
  •     곁들었습니다. 

    『 오늘은 미국에서 오신 분이 설교합니다. 미국에 몇 년 사셨다니 영어로 들으시면 되겠군요. 』

    『 미국에서 살았어도 영어 발음이 엉망이라고 아들이 놀립니다. 이 발음으로 너희들 다 먹여 살렸다. 그렇게 말하면 아무 말 못해요. 내가 먼저 들어가서 가족들 데리고 갔었는데 나중에 한국으로 올 때보니 가족들 중에서 아빠인 내 발음이 제일 못하더군요.  』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가

    엄마 우리도 아빠가 제일 먼저 인도네시아 왔고 아빠가 제일 못하니 우리 집하고 똑같다. 』

               

    그러는 동안 우리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이층 강당으로 들어서니 아직 예배시작 전이었고 딸아이와 나 손님과 나란히 앉았습니다. 우측 대형스크린에는 찬송가 가사가 뜨고 앞에는 밴드와 합창단과 여자 세 명이 탬버린을 들고 율동을 했습니다. 아들이 교회 반주를 하고 있어 그런 분위기는 익숙하다고 했습니다.  

     

    손님은 예배시간 내내 지루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까지 내가 데리고 간 사람들 중에서 제일 즐거워했습니다.

     

    우리 집에 온 손님들은 기회가 되었을 때 인도네시아 종교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나는 여러 명 현지교회로 데리고 간 적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오래한다고 시계만 쳐다보았고, 어떤 사람은 하나도 못 알아듣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불자도 있었습니다.

    설교시간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며 책을 읽고 있던 남편, 인도네시아에서는 십년 동안 딱 3번 나갔습니다. 맨 처음 교회 위치를 모른다고 나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그리고 3년 후 지루하다며 설교시간에 ‘내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는 책을 읽고 있는 것입니다. 그 후로 다시는 교회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예배 끝나고 나오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많은 사람들이 손님과 악수를 나누면서 나에게“ 당신 남편이세요?”

    『 내 남편 아닙니다. 』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옆에서 또, 또 물었다.

    『 남편이세요?』

    『 남편 아닙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입니다.』

    『 남편이세요. 오랜만에 교회 나왔군요.』

    『 내 남편이 아닙니다.』


    손님은 사업 계획과 현지답사로 가는데 인도네시아 가서 일요일 현지교회 가겠다는 조건으로 왔지만 3주 동안 이곳에서 한 번도 교회를 가지 않았고 내일모레 당장 출국이고 아내와 한 약속을 지켜야 된다고 했습니다.

    손님은 아내에게 교회주보를 보여주며 할 이야기 거리가 생겼다며 얼굴에 웃음을 묻혔습니다.

    따뜻한 홍차를 한 모금 넘기시더니

    『 내가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말은 '내 이름은 김! 당신 이름은?' 라는 것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교회를 다녀가겠다는 그 용기, 나는 손님의 아내가 훌륭하다고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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