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월
소 금이 많이 나는 곳 마두라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염전, 뜨거운 태양아래 눈처럼 수북하게 쌓인 소금 무더기, 풍차를 돌리면서 일하는 염부의 모습도 보기 보기드문 풍경이라서 참 멋있는 마두라섬의 두 번째 이야기는 까라빤 사삐이다.
<Penggaraman di Madura /마두라 염전과 염부>
마 두라 사람들의 자랑거리,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까라빤 사삐(Karapan Sapi)는 면. 군 대회를 거쳐 대통령배까지 있다. 마두라 섬의 중심지인 방깔란(Bangkalan)과 빠머까산(Pamekasan) 경기장에 다녀왔다. 그
두 곳에는 까라빤 사삐 전용 연습장까지 있었다.
밭일하던 농부 둘이서 누구의 소가 더 빨리 걸어가는지 시합하였던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은 누구의 소가 더 빨리 달리는지 경주하는 까라빤 사삐가 되었다.
까라빤 사삐들은 평상시에 고개를 들도록 줄을 묶어 놓는다. 그 이유는 달리기 할 때 앞을 보고 빨리 달릴 수
있 도록 하는 훈련이다. 경기가 시작되는 날 경기장에 가 보면, 소들은 목걸이와 귀걸이를 예쁘게 장식하여 뽐내듯이 운동장을 걷는다. 그 뒤를 이어 풍물패거리들이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며 함께 따라 걷는다. 그 행사는 소의 치장을 심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소들에게 달릴 거리를 미리 알려주어 감각을 익히는 예행연습이기도 하다.
두 마리 소에게 다정다감하게 타이르듯『왼쪽이나 오른쪽이나 한쪽 더 빨라도 안돼, 똑같이 빨리 가야한다.』 말하는 작은 체구의 조끼(joki)는 이번 까라빤 사삐(Karapan Sapi)에서
꼭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각오의 눈빛은 마두라 섬 태양빛만큼이나 뜨겁고 강렬했다. 그 옆에 서 있는 조끼(joki) 또한 소에게 무엇인가 신호를 주고 있었다. 조끼들은 모두 초등학생처럼 자그마한 체격이다. 그건 소가 달릴 때 무게를 줄여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소가 달리기에 필요한 장비는 썰매, 채찍, 비닐봉투이다. 모양은 두 마리의 소를 한 쌍으로 하여 중간의 긴 썰매(Keleles) 막대를 연결하여 그 위에 조끼가 올라타고 달리는 경기다. 속도를 가하기 위해 조끼가 사용하는 채찍(Pecut)은 짧은 막대기로 못이 박혀 있었는데 모양은 여자들이 머리 드라이할 때 사용하는 빗 모양이다.
깃 발과 함께 출발이 시작되면 조끼는 양손에 소꼬리를 쥐고 뻐쭛으로 엉덩이를 찌른다. 엉덩이가 못에 찔리게 되면 소는 아픔을 느껴 빨리 달리게 된다. 또 소에게 겁을 주는 도구로 비닐 봉투를 목에 달아 둔다. 달릴 때 바싹거리는 소리에 소가 겁을 먹고 더 빨리 달리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소를 혼비백산시켜 빨리달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들은 달리는 소에게 장식으로 깃발을 왜 꽂아 두는지 속력을 내는데 거추장스러울 것 같고 또 소 목에 묶어 둔 비닐봉투에 바람이 가득 담겨 펄럭이면 오히려 역효과로 딸랑이가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좀 재래식 방법이긴 하지만 경험에서 얻은 그들만의 아이디어, 조상들의 지혜였다고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긴 해도 비닐봉투 사용 방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들이 달리는 거리는 220m이고 최고 기록은 14초였다. 소들이 달리는 거리는 특별한 규정이 없고 경기장 형편에 따라 방깔란 같은 경우에는 경기장이 넓어 220m로 달렸고 빠머까산 경기장에는 180m로 달렸다.
<Sambutan Tari Pecut /채찍 춤>
까라빤 사삐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경기장에서 만난 관광청 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첫 째 패자 부활전이 있다. 우승한 조와 패한 조를 모아서 다시 토너먼트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다. 또 하나 까라빤 사삐에서의 우승하면 가문의 영광이고 우승자는 마두라 사람들에게서 우상처럼 여겨졌다. 그건 선수뿐만 아니라 소와 조끼까지. 또 하나 경주에서 우승한 소의 값이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에 하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니 전통문화를 비스니스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정성들여 소를 보살피며 오죽하면 까라빤 사삐 키우는 사람들에겐 소가 첫 번째이고 그 다음이 아내와 자식이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마 두라 섬에서 까라빤 사삐를 취미로 제일 많이 가진 사람,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부자이기에 취미도 그런 비싼 취미를 가졌을까? 그 사람은 하지또히르 오십 갓 넘은 중년 남자였다. 지난 번 경기장에서 만난 적 있어 이번에는 주소를 물어 집으로 찾아갔다. 그곳은 방깔란이고 큰 집이라는 말은 마을 사람들에게 들었다. 돌담으로 된 담장이 총 98m로 풍경이 마두라 돌담길이라고 하면 딱 어울릴 표현 같다.
그 남자의 마구간에는 까라빤 사삐 30마리와 암소 두 마리가 있었고 마구간 앞에는 소 키우는 젊은 남자들이 소 숫자만큼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그 많은 소를 키우자면 한 달에 드는 비용만 해도 6천만 루피아란다. 하긴 오리 알 5천개를 일주일 안에 소비하며 자무와 커피, 캡슐로 된 비타민과 피로회복제를 한 마리당 10알씩 먹였다. 소 들만 이곳에 살고 가족들은 모두 여기저기 흩어져 산다고 하였다. 집안의 이곳저곳을 알려주는 동안 그 남자는 온 가족이 일 년에 한번 모이면 아주 많은 대식구라서 이 집에 모인다고 말했다. 그 넓은 집에 가족은 없고 가족사진만 액자로 두 개 걸려 있었다. 부인이라도 있으면 말벗이나 되고 좋으련만.....
<Karapan sapi dan Joki/소와 달리는 기수>
오후에는 내일 모레 있을 경기를 위해 소들이 달리기 연습을 한다. 연습장에 가서 달리기로 녹초가 되기 전에 나는 시 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줘야한다는 의미로 까라빤 사삐를 타 보았다. 긴 썰매에 올라서서 두 발로 중심을 잡고 양손에는 소꼬리 잡고 몸은 45도로 숙여야 했다. 기수들이 소를 붙잡고 몰아주었지만 무경험인 내가 까라빤 사삐 썰매위에 서서균형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마구 비틀거렸다. 게다가 꼬리를 잡으니 소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너무 긴장한 탓인지 5분을 타고 내렸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한참동안 걷을 수가 없었다.
바 람이 없는 마두라, 집에서 새벽에 출발했고 저녁 촬영까지 마치고 나니 온몸이 피곤하고 땀 냄새가 난다. 시내 호텔로 가서 잠을 자려고해도 오늘 밤 스케줄을 보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 집에서 샤워하고 시내로 나가서 저녁 먹고 그 집으로 돌아 와 밤 9시 경에 소들이 목욕하는 것을 찍었다. 밤이라 춥다며 가마솥에 군불 넣듯이 물을 끓여 따뜻한 물로 소들을 목욕시켰다. 그리고는 내일 있을 경주를 위해 컨디션 조절로 달밤에 운동시키고 자무와 여러 가지 섞은 것을 파이프에 담아 소입으로 넣어 먹였다 참으로 호강하는 소들이었다.
밤이 깊어간다. 우리 집 말랑에는 AC없이 사는데 마두라는 너무 덥다. ‘더위 먹은 소는 달만 봐도 헐떡거린다.’는데 소들은 그 두꺼운 가죽과 털을 가졌으면서도 날씨에 익숙한지 조용하다. 일꾼들은 카드놀이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인 심좋은 부자는 방이 많아서 마음대로 골라서 자라고 했지만 자고 싶은 정도로 편한 마음이 아니다. 방에서 행여 자다가 소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찍지 못하면 어쩌나. 방송 시간이 긴 영상을 피디도 없이 나 혼자 카메라맨 데리고 진행하는데 차라리 차 안에서 기다리자.
지루하다. 일일여삼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여자인 내가 여행 다니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이런 일이 나와 잘 맞는 일이라 강단하나로 견디지만 이건 거친일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차 에서 내려 마당으로 오는데 대문에서 소 주인이 외출에서 돌아 왔다. 이제 출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 주인 남자에게 왜 하필이면 새벽 02시에 소들을 차에 태워 빠머까산 경기장으로 이동하냐고 물었더니 리뚜알(Ritual)이란다. 이것저것 물어 보다가 아까 대식구라는 말이 생각나서 나는 농담인척 하고 " 부인이 몇 명이세요? ” 그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 열 한 명이에요.” 나는 아내들의 나이를 어림잡아 계산하다가 그 남자 표정을 보고 싶은데 하필 달이 구름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에 “ 아이들은요?“ 마치 퀴즈 답을 말하듯이 “스물 세명입니다.“ 그 때 달빛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까라빤 사삐에서 우승 할 때마다 아내를 한사람씩 얻었단다.
< Penonton Karapan Sapi di Stadion Bangkalan Madura/방깔란 경기장의 구경꾼들>
밤중에 소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대통령배 경기는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다.
오 늘은 군청직원들과 함게 빠데마우(Kecamatan Pademawu)으로 갔다. 그곳은 까라빤 사삐 센트랄이라고 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니 집집마다 까라빤 사삐 몇 마리씩 마당에 서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까라빤 뚱갈(Karapan Tunggal)이라 하여 소 한마리 달리는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다 시 장소를 옮겨 빠머까산 까라빤 사삐 경기장으로 왔는데 이곳에서는 까라빤 깜빙(Karapan Kambing/염소)이 경기가 진행 있었다. 아직 마두라 사람들에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기몰이를 한다고 했다. 요즘은 까라빤 끌린찌(Karapan Kelinci/토끼)도 한몫을 한다고 한다.
올해 까라빤 사삐에서 소 부자네 소가 우승을 하였다. 그가 열두 번째 아내를 얻을지가 괜히 궁금해진다.
마두라 사람들 만나면 “뜨리마 까시” 라는 말 대신에 그들의 방언 “사깔랑꽁” 이라고 하면 그들이 참 좋아하더라는 말을 남기면서.
인도네시아 한인뉴스 2009.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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