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이모의 뒷모습
최원현
타박타박 빨간 황토흙 산길을 걸어 넘어가노라면 후두둑 산 꿩이 놀라 날아올랐다. 솔밭에 대나무가
초생 달처럼 테를 한 오목배미에 안채와 행랑채로
자리한 집, 어린 날 이모와 나는 그곳으로 세 번쯤
사진을 찍으러 갔었다.
왜 그렇게 외진 곳에 사진관이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들 즐겁고 두근대는 가슴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곤 했다.
외할머니께선 늘 막내이모의 머리카락을 만지시며
탐스럽고 윤기 나는 예쁜 머리라고 칭찬을 하시곤 했다.
아마 싸아하니 냉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1957년의 늦가을쯤이었을 것 같다. 불을 끄면 깜깜해지는 암실에서 나는 정면으로 서고 이모는 길게 땋아 내린 머리가 보이게 뒤로 앉아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급히 하느라 그랬을까. 사진 속 이모의 댕기머리는 그렇게 고와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사진이 귀하던 시절에 뒷머리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이모와 외할머니는 내겐 커다란 그리움의
덩어리이다.
그로부터 딱 50년이 지난 지금 그 사진은 내 앨범 속에 있다. 사진을 보면 그 때 할머니와의 대화,
사진사와의 대화, 그리고 마그네슘이 터지면서 불이 번쩍 일고 순간 밝아지던 실내에서 눈을 감지
않으려 애쓰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젠 모두 그냥 그리움이다. 오늘은 전화를 해 봐야겠다. 이모님도
이 사진을 갖고 계실까.
수필가 최원현님 부모님 모습( 6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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