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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집/늘샘최원현수필

슬픔 없는 인생

이부김 2008. 10. 1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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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 없는 인생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요. 못 할 일이 없을 만큼 목이 곧은 인간이

        두 번의 태풍 앞에 이리도 속수무책일 수 있을까요? 1년 농사가 다 날아가 버린 사람,

        전 재산을 하나 없이 잃어버린 사람, 인간의 능력을 한껏 뽐내던 것들까지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거나 폐허처럼 무너져 버리거나 형체도 없이 씻겨가 버린 참담함, 심지어

        700여기의 묘까지 쓸려가 버려 죽은 자의 집까지 피해를 당한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우린 인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 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절망과 이겨내기

        힘든 슬픔입니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런 원망과 분노는 자칫 삶에 대한

        포기로 나타날 수도 있겠기에 말입니다.

         

        남편도 없이 삼대 독자 외아들에 모든 희망을 걸고 사는 한 여인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금지옥엽 같은 외아들이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여인은 하늘이 내려앉는

        같은 큰 슬픔으로 자포자기에 빠져 살아갈 힘도 의욕도 잃어버렸습니다.
        "내게 왜 이런 슬픈 일이 닥치는가, 하필이면 왜 나인가?" 하고 여인은 자신의 처지와

        운명을 한탄했습니다. 그러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여인은 현인을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하소연했습니다. 그러자 현인은 "당신이 겨자씨 한 톨을 가져오면 당신 아들을

        살려주겠소. 단 슬픔이 없는 집의 겨자씨라야만 하오." 하고 말했습니다.
        여인은 슬픔이 없는 집의 겨자씨를 찾아 집집마다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는 슬픔이

        없는 집을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슬픔 없는 사람, 슬픔 없는 집은 없다는 것만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크게 뉘우쳤습니다."나는 얼마나 이기적이게 내 슬픔만 고집해 왔는가.

        나만 슬픔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지 않은가." 그는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인정함으로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입니다.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자기에게만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슬픔의 덩이는 산처럼 커져 버립니다. 하지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게 인간입니다.

        그러나 절망하고 좌절케 되면 그런 슬픔을 통해 오히려 더 큰 발전과 도약을 가져올

        의미 있는 삶의 기회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슬픔이 다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좀 무시하며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요? 슬픔과 아픔은 모든 사람, 곧 우리도, 나도, 누구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나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픔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나만의 이기적임에서 내 주위, 내 이웃으로 눈길도 주게 될 것입니다.



        지난 태풍 피해로 절망과 슬픔을 가득 안고 있는 우리의 동포, 우리의 이웃들도 '나

        혼자만'의 절망과 슬픔에서 헤어났으면 싶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바람

        처럼 내가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벌써 도움의 힘이 오고 있답니다.
        슬픔과 기쁨은 한 쌍이라고 합니다. 기쁨과 슬픔은 함께 오고,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기쁨도 맛볼 수 있답니다. 내 슬픔의 깊이를

        아는 만큼 다른 사람의 슬픔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알고, 그런 사람만이 진정한

        기쁨의 맛도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칼릴 지브란'은《예언자》중에서 이렇게 기쁨과 슬픔을 말했습니다.



        그대의 기쁨은/가면을 벗은 그대의 슬픔/그대의 웃음이 떠오르는 바로 그 우물이/
        때로는 그대의 눈물로 채워지는 것/그대가 기쁠 때/그대 가슴속 깊이 들여다 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그대에게 슬픔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그대에게 기쁨을 주고

        있음을/
        그대가 슬플 때도 가슴속을 들여다 보라/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그대가 지금 울고 있음을/



        나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내가 슬퍼하고 있다면 슬픔을 주고 있는

        이것이 바로 내게 기쁨을 줄 것도 분명합니다. 기쁠 때 슬픔을 들여다 볼 줄 알고,

        슬픔 속에서 기쁨을 바라볼 수 있기에 사람을 위대한 존재이며 그걸 아는 사람이

        슬픔이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람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 참 삶의 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우리집 [최원현의 살며 사랑하며] 2002.10/200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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