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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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학교

나이 들어 공부하기 힘들어

이부김 2008. 10. 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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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공부하기 힘들어


『  한솔아! 엄마 공부 좀 가르쳐 줘! 』

『  엄마는 공부를 혼자 해야지 그리고 ‘선생님이 설명할 때 열심히 듣지 않고 무슨

생각했나, 기왕 공부하려고 학교에 간 것 열심히 들어야지‘ 엄마도 자주 나에게 이런 말

했잖아!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 내 마음 되어봐야 한다.

『 너 자꾸 까불래? 나중에 엄마 시험점수 낮으면 창피하단 말이야!

『 내가 지금 숙제 때문에 바쁜데,.... 』

하면서 아들이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 그래, 그럼. 누나 대학에서 돌아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데 너, 다음 달 용돈은 없다!

『 엄마 농담인데 우리 엄마니까 내가 가르쳐 줄게.

이렇게 아들에게 사정과 용돈 협박을 하여 나는 거실 탁자에 아들과 마주 앉았다.

널찍하던 탁자 위에는 한국어로 된 성경책과 인도네시아어로 된 성경 책, 인한 사전, 안경,

노트와 볼펜....들로 쌓여 금방 가득하다.


두 달 전부터 내가 다니는 인도네시아교회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성경공부를 한다.

한국 성경책을 펴 놓으면 주일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들은 것만 해도 제법이고 웬만한 것은

다 아는데......  이걸 인도네시아 말로 설명하려니 속된말로 식모앞에 행주흔들어대는

기분이 들어 부담스럽다.

내가 맨 처음 인도네시아 교회 가서 앉아 있으며 알아듣는 것은 ‘할렐루야. 아멘. 예수’

그 세 단어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겠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많이

발전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어를 하는 사람들도 다 나처럼 같은 걸까?

들으면 전부 다 이해하는데 말로 설명하려면 그리 쉽지가 않고, 내 같은 경우에는 차라리

인도네시아말로 적는 글이 훨씬 수월하다. 또 하나는 예배시간에도 성경을 풀어 지명을

넣어 설명하면 어려워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간증은 들으면 빨리 이해가 되어 슬픈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함께 웃었다.

 


성경책을 열면 빼곡하게 적힌 알파벳들을 보면 내 눈을 아른거리게 만든다.

그러나 병아리가 물 한 모금 하늘한번 쳐다보듯 나도 인도네시아 성경책 두 줄 읽고 한국

성경책 두 줄 읽고 나름대로 바쁘다. 그러나가 중간에 낯선 단어가 나오면 꼭 사전 찾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여서 사전 찾고 하면 아들 녀석은 진도가 안 나간다고 투덜거린다.

나는 ‘용돈 올려준다.’며 또 한 번 달래며 함께 공부하는데 한편으로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시작이나 하지 말걸. 지금 그만 둘 수는 없고.

 

파마머리 길게 늘어뜨린 아가씨, 소매 끝에 땟물이 좌르르 흘렀지만 열심히 듣던 청년,

아주머니, 흰머리의 안경 눌러 쓰고 열심히 받아 적던 할머니……

모국어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50여명 씩 3 반이나 되는데 다음 달에 볼 시험. 걱정과 기대가

반반씩이다.


모국어! 정말 표현 할 수 없이 친근하고 소중한 말이다.

모국어는 태아에서부터 들으면서 배우는 것이 모국어니까. 종일 외국어로 말하다가 보면

모국어로는 속된말을 주고받아도 친근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뇌가 닫혀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색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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