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한국인 상대로
더운 나라 인도네시아는 일 년 중에서 한국의 가장 더운 여름철 7.8월은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계절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산간 쪽으로는 아주 선선하여 밤에는 거의 두꺼운 이불을 덮습니다. 그저께 내일은 자카르타에서 5시간 차 타고가면 호텔이고 거기서 4시간 더 시골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화통화가 안 된다는 딸아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딸아이는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현지인 기사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 식사도 같이하고 모든 걸 너무 터놓는 것 같아. 난 내가 우리집 기사에게 잘못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분들이 처음이고 잘 몰라서 그럴 거야. 네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든지. 아니다 그냥 둬 아이가 나서는 것 같고 자카르타 사는 분도 계시다며. 몸조심하고 동행자는 항상 명랑해야한다.』 딸아이는 일주일 동안 통역을 도와주고 있으며 한국에서 온 투자자 4명과 현지인 길잡이 1명 운전기사, 이틀 동안 시골 호텔에 머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온수 시설이 없어 추워 샤워를 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건 이름만 호텔이겠지, 한적한 시골의 허름한 숙소. 그런 숙소에서도 철광석이 나오는 곳까지는 차를 타고 4 시간을 더 가야 한다......
나는 인도네시아 오지로도 여러 번 가 봤고 식당이 없어 현지인들이 먹는 옥수수밥과 고추장만으로도 여러 날 식사를 했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것은 반둥 시골에서 민박때의 일입니다. 화장실에 갔더니 이웃집 소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데 내 엉덩이에 닿을 것만 같던 기억, 내 머리에는 딸아이가 머문다는 숙소가 훤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태양은 말없이 뜨더니 조용히 꺼지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에 전화가 왔는데 한국에서 온 번호였습니다. 받아 보니 딸아이 전화였습니다. 『 엄마 우리 호텔에 도둑이 들어 지갑하고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 뭐? 언제? 손님들 여권은?...? 』 『 아침에 일어났는데 사장님들은 노트북하고... 나는 지갑.... 핸드폰이랑......』 딸아이가 건 핸드폰은 한국에서 온 손님 핸드폰이었습니다. 핸드폰은 말 그래도 핸드폰이라서 늘 들고 다니는데 노트북도 그렇고... 우선 경찰서에 신고... 호텔 측에 책임져야...서류만.... 통화가 끊어졌다 연결되었다 여러 번 하더니 정작 중요한 이야기 할때 끊어져 버렸습니다.
한참 후 전화가 왔는데 딸아이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았고 찬찬히 물어보니 세상에 맙소사, 생각만 해도 아찔 끔찍했습니다. 밤중에 잠자는데 문을 따고 들어와서 물건들을 훔쳐갔다는 겁니다. 밤중에 사람들이 자고 있는 걸 알면서 그것도 여러 방을 뒤졌으니 외부사람이라면 호텔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면 호텔 측의 소행으로 본다는 그 사람들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밤중에 대범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렇다면 나쁜 짓은 물론 목숨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때 평상시에 커다랗던 나의 간이 갑자기 콩알만해지면 서 두레박이 깊은 우물속으로 곤두박질하며 철렁하고 내려앉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경찰서에 신고하여 그 값어치만큼 보상받기로 했다지만 놀란 가슴과 생각만 해도 좋지 않은 기억들, 여러모로 손해가 많을 것입니다.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 더군다나 돈 많이 가지고 다니기로 소문난 한국인들 상대로 계획하고 훔쳤을 그들에게 언제 속시원하게 일이 해결될지 제 생각에는 궁금합니다. 외국에 나오면 항상 안전이 최고이며, 특히 숙소는 모든 것을 맡겨 두는 곳이기에 더더욱 안전이 필요한 곳이라 생각됩니다. 가능하면 현지인들 앞에서 고가품과 많은 돈 세는 일은 삼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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