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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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초등 졸업 가정부와 대학교 3학년들

이부김 2008. 7.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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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졸업 가정부와 대학교 3학년들


                                 글/별과달

한국 음식을 외국인들에게 알리기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요?


“ 여보세요. 여기는 말랑 독립대학굡니다. 미쎄스 김 부탁합니다.”

“ 네. 접니다.”

“ 미쎄스 김에 대해서는 부꾼교수님께 소개 받았고 저희 호텔관광학과교수님 바꿔

드리겠습니다. 잠시 만요.”

지난번에는 영문학과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더니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 여보세요. 미쎄스 김입니까?”

“ 네. 맞습니다.”

“ 저희들이 오는 7월15일 화요일 <음식 문화 교류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세계

6개국(한국,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 일본, 인도네시아) 나라의 음식 문화에 대하여

알고 또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나누어 먹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행사에 한국의

음식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

" 네, 그 때 제 스케줄을 확인해 보고 오후에 다시 연락 주세요."


그들은 우선 조건이 제대로 갖추어진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한국 사람이고  언어도 통하고 주부이니까 음식 만드는데 손색도 없을 것이고.

그러나 문제는 나였습니다.

집에 손님이 오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 대접할까하는 남편의 아이디어와는 달리 어느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할까? 고민하던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습니다.

우스개말 같지만 딸아이들이 '엄마 나중에 김장이나 고추장 만들어 줘'라고 말하면

'그런 것은 시어머니께 말씀드려야지 아니면 슈퍼에 가서 사 먹어라'고 말하는 거의

불량엄마에 가까운지도 모르지요.


딸아이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 왔다고 말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우리 엄마가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지와 전혀 안 어울리는 일인데.....' 하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명절 때 가정부가 휴가를 가버리면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남편과 내기바둑을

두던 사람인 나, 내가 지면은 한수 물리자고 우기고 남편이 지면 약속대로 설거지해야

하는  어거지 내기바둑.

내 취미와 속내야 어찌되었던 남들이 나를 그렇게 봐 주었고 그런 부탁을 받았으니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감당해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행사 날이 바로 어제였습니다.

행사 전날 교수와 만났더니 도우미로 호텔과 3학년 학생들 4명이나 붙여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시장 보는 일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원재료는 내가 준비 할 테니

부재료들을 학교 측에서 준비해 주세요. 당근을 살 때는 재래식 시장에서 빛바래고

심이 들어 있는 당근을 사지 말고 슈퍼에 가서 색깔이 진한 수입당근을 사야한다.

이건 재료와 색깔이 무척 중요하니까. 하고 강조를 하였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음식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 그것은 호랑이 없는 산에서

토끼가 왕 노릇하는 일만큼 참으로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 와 보니 생각해 보니 3년이나 배웠겠지만 그 학생들이 당근 하나도 제대로

못 썰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즉석에서 만들어 시식하는 것이고 또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데.

어제 아침에 행사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정부를 데리고 갔습니다. 학생들에게 당근을

채 썰라고 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전봇대 사이즈로 썰어 놓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혼자 하겠다하고 가정부와 둘이서 대학교 조리실에서 만들었습니다.

대학교 공부 3년 배운 학생들  4명보다 초등학교 졸업이지만 경험 많은 가정부가 훨씬

더 훌륭했습니다.

넓은 홀에서 노란색 흰색 계란 지단을 예쁘게 써니까 여러 명의 기자들이 사진을 마구

찍어댔습니다. 내가 취재할 때는 몰랐는데 사진 찍히는 기분 비록 신문에 실리든 안 실리

든 그 때 그 기분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앞치마 두르고 4명의 도우미들과 아직도 굽고 튀기고 했지만 우리는

후다닥 만들었고 제일 먼저 잡채를 만들어 내 놓았습니다.

다 만들어서 함께 나눠 먹는데 스파게티. 사과파이, 오징어튀김 숩 사유르 아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우리 잡채가 제일 인기가 많았습니다. 핀란드와 독일 사람들이

한국 음식이 아주 맛있다고 여러 번 가져 가 먹고 기자들도 자기네들끼리 숙덕거리며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은 큰소리로 하거나 나를 불러서 해도 되는데, 그렇다고 뭐?

맛있다고 하며 가서 말을 건네기도 그렇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음식 만들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을 보였습니다. 갑자기 내가 주부라

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힘겨운 일을 끝낸 후의 닦는 땀의 행복감을 느꼈

습니다. 물론 설거지가 내 차례가 아니었으니까요, 더 신났다는 겁니다.

                      

    [국제교류문단 미래문학 2008년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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