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4일 수요일 KBS 라디오 [한민족] 12:00 방송
창피하게 외국어 배우기
글/별과달 처음 인도네시아로 올 때 나는 ‘아빠까바르(안녕하세요)’도 모르고 왔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에게 과자를 주면서 ‘뜨리마까시(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부엌에서 가정부가 접시를 깨뜨리면서 ‘민따마아프(미안합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먼찐따이무(사랑합니다)‘라는 감정의 표현도 배웠습니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언어의 잘못된 전달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없잖아 있습니다. 처음 PC방을 열었을 때 한 달에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비싼데 또 계약 내용을 조금이라도 잘 이해하려고 텔레콤 직원과의 생긴 일은 지금도 제 삶의 거울이 되고 있습니다. 계약 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 같아 자세하게 알고자 나는 시끄러운 PC방에서 대화를 하는 것 보다는 조용한 커피숍 같은 곳으로 가자고 전화 통화로 말했습니다. 직원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하기에 나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잘 못 들었나. 해서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런 장소를 안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직원은 내 가게로 왔고 나는 함께 차를 타고 어제 말한 그 조용한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건물에 들어서고 주차장이 보이자 다 왔다고 했습니다. 눈 앞에는 객실 2인 RP20.000 이라고 적혀 있었고 어떤 아저씨는 주차비를 받고 있었습니다. 나는 책에 적힌 것을 나름대로 응용하여 조용한(스삐) 곳(뜸빳) 그래서 ‘뜸빳스삐’라고 말했는데 그 남자는 여자가 그런 곳에 가자고 하니 그만 삐딱한 방향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화를 내기에는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침착하게 ‘내가 말한 곳은 이런 곳이 아니다’ 하고 사과를 했더니 자신도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더군요. 뒤늦게 알고 보니 ‘뜸빳스삐’는 그런 곳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말을 배우려면 부끄러움은 모르고 나처럼 현지인과 맞닥뜨 리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던 순간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 번역비용에 대하여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그 대단한 영어보다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인도네시아어가 공식 번역비용으로 더 비싸다는 겁니다. 그것도 인도네시아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 보다는 한국어를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는 비용이 더 비싸다는 겁니다. 그런 것을 알았을 때 은근히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나는 지금도 시계만 보면 처음 왔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혼자 책을 펴 놓고 시간에 대해 공부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그때가 오후 5:45분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지금 몇 시입니까? 하고 물으면 택시기사는 ‘5시 45분 입니다.' 라고 인도네시아어로 하겠지 그 말을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물었습니다. 그런데 택시기사의 대답은 내가 공부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 말을 적어 집에 와 사전을 찾아 봤더니 '6시에서 1/4이 모자랍니다.' 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요. 이제 겨우 숫자 공부에 그것도 시간에 분수를 사용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지요.
그날, 나는 아~ 현실은 다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는 인도네시아 사람은 모두 나의 스승이었습니다. 누구든지 내가 모르는 단어를 말하면 그 곳이 어디든 간에 스펠링 을 물어 그 자리에서 받아 적었습니다. 백화점이고 식당이고 어디에서든. 그런데 아이들이 엄마 제발 창피하니까 이러지 말하고 했습니다만 알고도 모르는 체 하는 것과 정말 몰라서 모르는 척 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 때 아이들 말대로 창피하게 현지인들 입에서 떨어지는 단어들을 주워 모으듯이 배운 단어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을 한다는 것입니다. 주부의 건망증이 나의 기억력을 지배하려는 요즘에도 그렇게 얻은 단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이야기 중에 사용하였다는 것까지 기억을 하니 창피하지만 아주 실용적인 방법이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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