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좋은 글 모집/늘샘최원현수필

내 생각의 끈 세 가닥

이부김 2008. 6.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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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각의 끈 세 가닥

                                                

                                            최원현

     

    자전거를 타며


      자전거를 탄다. 힘차게 페달을 밟아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두 개의 바퀴에 몸을 싣고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넘어질 듯 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 어찌 보면 대단히 불안한 탈 것이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은 이 두개의 바퀴로도 잘도 속도를 즐긴다. 거기다 몇 단의 기어까지 있어 웬만한 오르막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자전거 타기는 인생 살기와 닮은 것 같다. 무엇보다 얼마큼은 앞을 멀리 봐야 한다. 너무 가까이만 보면 오히려 넘어지기 쉽다. 시야가 좁아져서 정작 가고자 하는 방향도 잡기 어려워 가야 할 길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멀리 앞을 내다보면 우선 안정감이 생기고 가야 할 길도 확실히 감 잡을 수 있어 방향 예측도 할 수 있다.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가지만 때로는 한 손만으로도 가야 할 때가 있다. 흘리는 땀도 닦아야 하고 클랙션도 눌러야 하고 그런가 하면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잘 조절하여 브레이크를 풀거나 잡거나 하며 가야 한다. 오르막이라고 지레 겁을 먹거나 내리막이라고 만만히 보면 큰일을 당할 수 있다.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도 자전거 타기와 같다. 어느 쪽이건 쉬울 수 없다. 위험도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 이 자전거는 딸아이에게 내가 선물한 자전거다. 언젠가 인기절정이던 드라마에서 송혜교가 타던 자전거와 같은 것이다.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같은 색깔로 사 주었던 것인데 오래 방치하다 보니 타이어가 삭았다해서 타이어만 새로 교체를 했다.


    자전거를 타고가면 좌우 경치를 보는 것과도 보조를 맞추기가 좋다. 삶은 보조 맞추기다. 때로는 조금 느리게, 더러는 조금 빠르게, 그러고 보면 자전거 정도가 내게는 딱 맞는 것 같다.


    내 삶을 가게 하는 두 개의 바퀴는 무엇일까, 페달은 무엇일까, 나를 앉히고 있는 안장은 또 무엇일까. 자전거를 탄다. 내 삶의 바퀴를 열심히 굴린다. 발, 손, 눈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자전거 타기에서 내 삶을 다시 챙겨본다.


     


    어우름의 삶


      겨울 날씨는 실제 온도보다 느껴지는 마음에 따라 더 좌우되는 것 같다. 일기예보를 들으며 아주 춥겠다고 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가면 그렇게 추운 것 같지 않고, 그렇게 춥지 않을 거라고 해서 그리 준비하고 나갔다가 상당히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바깥에 일이 있어 나갔는데 바람이 제법 차갑다. 날씨가 춥지 않을 거라고 해서 비교적 가볍게 나간 차림이다. 그러나 원래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오히려 상쾌함을 느낄 만큼 지낼 만 했다. 헌데 문제는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에겐 내가 몹시 추워 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란 내게 맞게 입는 것이지만 오히려 남의 이목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맘대로, 내 편한대로, 내 식대로 하고만 산다면 그는 이미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제1 조건을 위반한 셈이다. 다들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있는데 나만 너무 가벼운 차림인 것이 짐짓 계절에 맞지 않게 옷을 입은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으로 느껴졌다.


      삶이란 어우름일 것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로 서로 어우르며 사는 것, 그게 삶이고 그렇기에 나를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같이 생각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예의고, 질서고, 조화인 것이다. 그 속에서 함께 사는 맛을 느끼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정을 느끼게 됨이다.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속이 비면 추위를 많이 느낀다. 이 겨울엔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넉넉함으로 내 속을 채워서 서로의 따스함으로 넘치는 아름다운 어우름의 삶을 만들었으면 싶다. 겨울 날씨는 추울 수밖에 없지만 서로의 마음과 마음으로 훈훈한 열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싶다. 어우름은 한 겨울에도 피워내는 ‘따스함’이란 꽃일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일



      어렸을 때는 어른들로부터 너는 장차 어떤 사람이 되겠느냐? 하는 질문을 자주 받곤 했다. 그러나 성년이 되어 가정을 이룬 뒤부터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로 질문이 바뀌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하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아쉬운 듯 자꾸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롭게 무슨 일인가를 시작하겠다는 마음보단 지금 것이나마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가 염려되고, 더 바란다고 하더라도 지금에서 크게 나아지는 정도가 아닌 조금 좋아지는 정도로 욕심이 버려지는 것 같다.


      그런데도 한 가지 버려지지 않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내일로 미루는 습성이다. 내일부터 하지, 내일 하면 되지, 하고 당장 실행의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현재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 같아도 오늘 해야 할 것이면 내일 해야 할 크고 훌륭한 일보다도 중요하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동료와 다투었다면 그가 나갈 때 따라 나가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가 먼저 사과 할 일이다. 아내와 다투거나 아이들에게 서운한 것이 있었다면 출근 후 바로 전화를 걸어 그들의 마음을 풀어줄 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놀이 하다가 다투어도 부모가 나서고 일가친척까지 나서는 꼴만 같다. 무엇이 문제인지, 전후 사정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힘부터 앞세우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러다 스스로 격앙되어 흥분하는 모습들이다. 가만가만 조용조용 풀 수 있는 것도 괜한 큰 소리로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의 조그만 수고면 쉽게 될 일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애를 먹여 종내는 해준 값도 못 찾고 상대의 분노만 일으킨다.


      요즘 세상에선 어떤 사람이 되겠느냐 보다 어떤 일을 하겠느냐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일부터, 당장 할 일부터 하나하나 해 나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알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요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싶다. 그렇다면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다. 지금 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다. 따라서 오늘 해야 할 일이야말로 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최원현 수필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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