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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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취재.촬영/JTBS- 8채널

6살 꼬마 화가와 함께

이부김 2008. 3. 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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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꼬마 화가와 함께 

     

                                                                                     글/별과달 

    6살 된 꼬마 화가에게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물었다.

      너 피카소 아니?

      네 알아요

    " 그 사람 아주 유명한 축구 선수지?

    엉뚱한 내 질문에 분명히 아닌데 이상하다는 듯 꼬마화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피카소가 축구 선수야?

    엄마는 얼른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한 눈을 깜빡거리며 윙크를 하자 그의 엄마도 맞장구를 쳤다.

    . 피카소는 축구를 아주 잘해

    " 엄마는 피카소가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 응 축구를 아주 잘해, 그런데 그림은 더 잘 그려

    내가 웃고 그의 엄마가 따라 웃자 꼬마 화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꼬마의 집은 푸른 벼가 자라는 논이었다달력에는 3월이지만 논에는 푸른 벼이삭들이 세상이

    궁금한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꼬마 화가의 집 마당에 들어서자 마당에는 두세 마리의 수탉

    암탉들이 노닐고 있었다. 그 옆에는 몸집을 웅크린 작은 고양이 두 마리도 있었다.

    솔바람이 한차례 불었다. 퀴퀴한 닭똥냄새가 어릴 적 고향 마당에서 맡던 냄새로 날아와 내게로

    더덕더덕 엉겨 붙었다. 손으로 냄새를 털어 냈다. 그러나 먼지가 아니기에 소용없는 일이었다.

    냄새는 사랑처럼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기에 아픈 이별처럼 턴다고 털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올해 6살짜리 꼬마화가의 이름은 라빅이다. 라빅은 그림 그리는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

    그렇지않고서야 어떻게 두 살 때부터 벌써 수채화를 그릴수가 있었을까. 라빅의 엄마는 신나고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라빅의 뜻은 꽃이라고 하기에 내가 내 이름은 별과달이라고 했더니 라빅이 정말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꼬마 화가 라빅은 그림뿐만 아니라 동시도 아주 잘 지었다. 이제 미운 6살이라 앞니가 다 빠졌다.

    그러나 앞니가 빠졌어도 동시 낭송도 아주 잘했다. 자신이 지은 시를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해 내는데 나는 라빅의 동심의 세계로 나는 잠시 편승할 수 있었다.

     

                        

     

    꼬마의 작업실로 들어가니 온 벽이 그림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의 그림은 정말 피카소의 그림

    같았다. 나와 꼬마가 앉은 사이에 작은 크기의 그림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림에 문외한 나는 아무리 가까이서보고 멀리서 봐도 도대체 뭐가 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하긴 맑은 눈동자로 그린 아이의 생각을 침침한 세상의 눈으로 바라보았으니 그럴 것이다.

    꼬마의 설명을 들으니 닭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닭이 아니고 염소 같았다. 그래도

    화가가 닭이라면 그건 닭인 것이다.

    내 마음은 아까 시 감상도 했고 또 꼬마 화가를 칭찬도 해 주고 너의 그림을 나도 이해한다는 것을

    전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판 왼쪽 아래 아이보리색으로 그려진 고양이가 한 마리 있기에

    나는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여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네

    그건 고양이가 아니고 라빅(자기 이름) 사인이에요

    "  . 넌 사인을 해도 이렇게 그림같이 잘 그리는구나!

    결국 꼬마의 마음을 신나게 해 주고 너를 만나서 내가 즐겁다는 칭찬의 뜻은 전달이 된 것 같다.

     

    어스름한 저녁시간이 되니 밖으로 나간 꼬마화가를 엄마가 찾으려고 불렀다. 그 순간 내 귀에는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나를 부르던 우리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몹시 고향이 그립다.

    집 앞의 벼들이 자라는 논도 그렇고 마당의 닭들도 마치 이 집이 내 고향집 같고 앞니 빠진 꼬마의

    모습이 내 어릴 적 모습 같다.

    동심으로 가득한 그림을 놓고 사인인지 고양이인지도 구별하기 힘든 내가 어떻게 성숙한 사람들의

    사랑과 호의를 구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내 마음은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혼자 노는 아이처럼 외롭다. 안 그런 척하며 꼬마와 신나게

    농담을 하며 장난을 쳐보았지만 풍경과 냄새가 같다고 고향으로 금방 착각하고  향수에 젖어 드는

    나는 나약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 꼬마 화가는 다음 주에 한국 MBC 프로그램팀과 제가 촬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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