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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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취재.촬영/JTBS- 8채널

12시간 걸리는 발리 행 밤 버스

이부김 2008. 1. 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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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바 섬에서 발리 섬으로 가는 밤버스

     

     

     

                                            글/ 별과달

     

    오후 6시에 출발하여 다음 날 아침 6시에 도착하는 밤의 버스가 있다. 그 버스는 하루에 한 번

    자바 섬에서 발리 섬으로 가는 서민들의 버스다.  비행기를 타면 야, 비행시간이 50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데 3시간 걸리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밤 버스에 대한 나의 추억이 있다. 그러니까 5년 전 발리에 갔다가 짐바란 해변에서 구운 랍스터

    맛에 흠뻑 빠진 친구 때문에 비행기를 놓친 일이 있었다. 친구가 내일 출국 때문에 밤 버스를 탄

    기억이 난다. 그 친구가 요즘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립기도 해서 나는 오늘 밤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탄 버스는 요금이 가장 비싼 버스였다. 버스 안에 올라서면 맨 뒤쪽에는 화장실이 있고 좌석 등받이마다 담요가 놓여있었다. 켜진 에어컨은 우선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담배의 니코틴과 낮에 흘린 사람들의 땀 냄새가 혼합되고  저녁 석양빛이 창문으로 비춰지며

    봄날 아지랑이처럼 나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다. 우리 집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다가 나는 습관처럼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소금에 절인 오리알, 생수, 튀긴 두부와 과자를 팔려고 상인들이 귀찮도록 말을 붙인다. 안 산다고 일일이 말해주려니 그것도 귀찮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버스 차장이 버스 비에 포함 된 간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뒤를 이어 젊은 청년이 물수건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보니 가루다 항공에서 공짜로 주는 물수건이었다. 어찌되었던 요즘 버스도

    참 많이 세련되었다고 생각하고 손을 닦는데 물수건 값으로 일천 루피아씩 내라고 한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몇 개의 신호등을 건넜다. 퀴퀴하던 냄새가 어디로 가고 없다. 강하게 틀어

    놓은 에어컨이 버스 안의 공기를 순환하면서 내 코가 마비되어 진 것이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에어컨 바람이 강하게 몸 속으로 파고들자 코를 막았던 내 손은 어느 새 때가 묻어 더러워 안 덮겠다며  밀쳐두었던 그 이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신기하게도 환경에 잘 적응하는 인간인가 보다.

     

    어느 정도 왔을까?

    승객들 모두 하차하여 식사를 하라고 한다. 식당에 가 보니 뷔페다.  닭 카레, 야채국, 볶은 양념 

    나는 홍차만 마시고 식당을 나왔다.

     

                  

     

    버스가 항구에 도착했다며 모든 승객들은 신원조회가 있으니 신분증을 가지고 내리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배로 올라가는데 잠에 취하여 걸음걸이 마저 비틀거려진다.

    신분증을 내밀면서 이 귀찮은 것을 왜 하는지 물었더니, 몇 년 전 이 곳에서 바다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자동차와 버스를 태운 큰 배 한 척이 가라앉았는데 도대체 몇 명이 사망하였는지 파악이 안되었다고 한다.

     

    기왕 깬 잠 나는 밤바람이나 쐬러 2층 선상으로 올라갔다. 잡화 상인의 설명을 가만히 들어 보니

    유연성 있는 산달을 돌돌 말더니 

    " 이 산달은 신으면 발이 편해 금방 마음이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이 산달의 품질을

    5년은 보증한다. 만약 신지 않고 그냥 둘 경우 . 하하하...."

    이번에는 안마 봉을 들고 설명을 하기를

    " 이 안마 봉은 온 몸이 뻐근하고 아플 때 그냥 툭툭 때려면 주면 시원해지는데,  단 하나 골치

    아플 때 머리만은 때리지 마세요. 그러면 더 골치가 아파져요."

    현지 인들은 달콤한 상인의 설명을 들고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며 웃고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어두운 수면을 타고 건너편 등댓불까지 퍼져 나갔다. 

     

    적도 하늘의 떠 있는 별과 달은 더 가까워 보인다.

    왜 그런지 나는, 밤하늘만 바라보면 고향 생각이 날까?

    많은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일까?

    나만 그런 것일까?

     

    가던 길을 가야한다. 선상에서 내려 와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잠들었는가 싶더니 새벽빛이

    얼굴을 간질이고 사람들의 부산한 소리가 나를 깨운다. 그 때 내 손목시계는 아침 7시였다.

    발리 섬과 자바 섬은 한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으니 꼬박 12시간이 걸린 셈이다.

    밤새 씨름하며 타고 온 버스를 터미널에 남겨 두고 나는 화려한 발리의 풍경 속으로뚜벅뚜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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