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섬에서 발리 섬으로 가는 밤버스
글/ 별과달
오후 6시에 출발하여 다음 날 아침 6시에 도착하는 밤의 버스가 있다. 그 버스는 하루에 한 번
자바 섬에서 발리 섬으로 가는 서민들의 버스다. 비행기를 타면 야, 비행시간이 50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데 3시간 걸리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밤 버스에 대한 나의 추억이 있다. 그러니까 5년 전 발리에 갔다가 짐바란 해변에서 구운 랍스터
맛에 흠뻑 빠진 친구 때문에 비행기를 놓친 일이 있었다. 친구가 내일 출국 때문에 밤 버스를 탄
기억이 난다. 그 친구가 요즘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립기도 해서 나는 오늘 밤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탄 버스는 요금이 가장 비싼 버스였다. 버스 안에 올라서면 맨 뒤쪽에는 화장실이 있고 좌석 등받이마다 담요가 놓여있었다. 켜진 에어컨은 우선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담배의 니코틴과 낮에 흘린 사람들의 땀 냄새가 혼합되고 저녁 석양빛이 창문으로 비춰지며
봄날 아지랑이처럼 나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다. 우리 집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다가 나는 습관처럼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소금에 절인 오리알, 생수, 튀긴 두부와 과자를 팔려고 상인들이 귀찮도록 말을 붙인다. 안 산다고 일일이 말해주려니 그것도 귀찮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버스 차장이 버스 비에 포함 된 간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뒤를 이어 젊은 청년이 물수건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보니 가루다 항공에서 공짜로 주는 물수건이었다. 어찌되었던 요즘 버스도
참 많이 세련되었다고 생각하고 손을 닦는데 물수건 값으로 일천 루피아씩 내라고 한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몇 개의 신호등을 건넜다. 퀴퀴하던 냄새가 어디로 가고 없다. 강하게 틀어
놓은 에어컨이 버스 안의 공기를 순환하면서 내 코가 마비되어 진 것이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에어컨 바람이 강하게 몸 속으로 파고들자 코를 막았던 내 손은 어느 새 때가 묻어 더러워 안 덮겠다며 밀쳐두었던 그 이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신기하게도 환경에 잘 적응하는 인간인가 보다.
어느 정도 왔을까?
승객들 모두 하차하여 식사를 하라고 한다. 식당에 가 보니 뷔페다. 닭 카레, 야채국, 볶은 양념
나는 홍차만 마시고 식당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