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이모가 지금 자궁에 생긴 혹 때문에 많이 아파.”
“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
“ 방금 기도를 하는데 이모가 아파하는 모습이 보였어, 하지만 엄마 내가 그 병을 고칠 수 있어”
비웅의 그 말에 엄마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카르타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정말로 며칠 전부터 아파서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비웅이 엄마는 너무 신기해서
“ 그래 그럼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데?”
하고 물으니 비웅이는
“ 내가 지금 기도를 할 테니 이모도 정신 집중을 하고 함께 기도를 하면 돼.”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사진 찍어 보았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있던 혹이 정말 없어졌다고 한다.
그 신기한 일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자 환자들이 여러 곳에서 몰려 들기 시작했다. 그 환자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는 어른이 아닌 바로 12살짜리 긴 머리소녀 ‘비웅 산끄라(Biung Sankra)’이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 모조꺼르또에 사는 비웅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 날 갑자기 신으로부터 병을 고치는 초능력을
받았으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사람들의 병을 공짜로 치료 해주고 있다.
그 소녀는 눈을 감으면 환자의 병세를 알 수 있고 미래가 보인다는 말까지 떠 돌고있어, 내일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병을 낫고자 하는 사람들이 엄청 모여 드는 바람에 언론사에서도 여러 번 화제가 되었다.
매주 일요일 오전이면 비웅이네 집 마당에는 환자들이 기도를 받으려고 아침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 학생, 중년,
노인들까지 저마다 미리 준비 된 의자에서 병이 낫길 바라는 맘으로 차례를 기다린다. 구석진 곳에서 아기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아주머니가 있어 나는 다가갔다.
“ 아주머니는 왜 이곳에 오셨어요?”
“ 아기의 손톱 발톱이 푸른 빛이고 조금만 기어 다녀도 숨이 차고 입술이 파래져요.”
단풍잎 만한 아기 손을 내 손바닥에 올려 놓고 자세히 들여 다 보았다. 그런데 아기의 손등에 갑자기 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고개를 올려 드니 아기 엄마가 손수건 대신 포대기 끈으로 닦다가 흘린 눈물이었다. 우는 사람의 얼굴을 보니
나는 딱히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 아기의 눈이 상당히 크고 예쁘며 속눈썹도 길군요.”
그리고는 슬쩍 눈치를 보다가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어떤 이야길 하셨나요?” 하고 물었다.
“ 어제 소아과 병원에 갔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우리 아기 수술비로 3천 5백만 루피아가 든다고 했어요.”
하며 두 눈을 깜박거리는데 고였던 눈물이 쭈르르 흘러 내렸다.
아주머니의 사연은 이러했다. 담배 공장에서 일 한지는 9년이 되었고, 평상시에는 8시간씩 일을 하지만 잔업 하는 날에는 10시간씩 일한 적이 많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생활이 어렵다 보니 만삭이 된 몸으로 출산 2주 직전까지 연초 포장하는
일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엊그제 병원에서 진단을 보고도 돈(3900만 루피아)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는 회사에서 나몰라라 하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에 왔다고 했다. 아주머니가 기도 받을 차례가 되어 나는 뒤로 물러 서서 지켜 보았다.
소녀 비웅이는 아기와 아주머니에게 기도를 해 주고 난 후 무슨 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가져 온 생수에도 기도를 해
주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 흘리던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아기를 업고 밖으로 나갔다. 지켜보던 내가
어리둥절 했다.
그 옆에는 푸른 색 와이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가 온 몸이 뱀 비늘처럼 되어 손과 발을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피부과에 가 보았지만 단순한 피부병이라고 했고 일 년을 다녀도 차도가 없었는데 비웅에게 기도를 받고 21일 되던 날부터 호전을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피부가 정상이었다. 또 옆에는 결혼한지 15년 동안
불임이었던 이웃 집 여인이 비웅에게 기도를 받고 임신이 되어 지금은 12개월 된 아기가 있다며 자신도 아기를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그 외에도 비웅이가 다니는 중학교 선생님도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기도를 받는다고 왔었다.
비웅이가 모든 환자들에게 치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픈 부위를 짚어가며 기도 해주고, 약으로는 기도를 한
생수를 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비웅이는
“항상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즐겁고 좋은 생각을 해야 하며, 작은 병도 본인의 생각에 따라 중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항상 긍정적인 말과 즐겁게 사세요.”
하며 모든 환자들에게 당부 했었다. 특히 담배 공장에서 일하며 아기 업고 온 아주머니에게는
“ 엄마가 우울해 하면 아기도 덩달아 우울해지고 엄마가 밝게 웃어야 아기의 표정도 밝아지며 병도 나아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 때서야 그 아주머니가 웃으며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웅이는 중학생으로 아직 어리지만 환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이야기가 아주 잘 통하는 친구 사이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비웅이에게 치료를 받고 나가는 모든 환자들은 올 때와 달리 밝고 편안한 모습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당을 나갔다. 비웅이 엄마가 말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비행기 실종 사건이 있었던 날 비웅이가 깜짝 놀라며
“ 엄마. 아담 비행기가 사고를 당했어,,, 조종사 얼굴이 너무 흉측해…”
어머니가 “ 사고 당하기 전 원래 얼굴은 어떠했니?” 물으니 “미남이었어.” 라고 말하더라 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들어도 미스터리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비웅이의 단순한 치료법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병이 나은
사람이나, 또 낫고자 하는 순수하고 간절한 믿음이 반드시 그들의 병을 물리칠 것 같아 보였다. 환자들이 기다리다가
떠나 간 텅 빈 마당 위에는 박 넝쿨이 넓게 퍼져 있고, 주렁주렁 달린 박 아래 서 있는 나는 오늘 전래 동화나라에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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