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호 지구촌 뉴스 2006년 7월 19일 방송
http://news.kbs.co.kr/article/globalnews/200607/20060719/1189427.html
인도네시아 원유 마을
인도네시아 자바섬 워노쫄로 마을.
유전으로 유명한 자바섬에서도 원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입니다.
마을에 들어서니 지게를 지고 다니는 주민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따라가 봤습니다.
마을주민이 도착한 곳은 평범해 보이는 우물.
하지만 퍼올리는 내용물은 물이 아니라 원유입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원유 우물인 셈입니다.

<뚜껑을 열면 원유 우물이다.>
원유의 품질을 확인해봤습니다.

주민들은 폐차를 이용해 만든 동력기로 원유를 끌어 올리고 있는데요.
하루 퍼 올리는 양은 2천 리터,
이렇게 퍼 올린 원유를 조금씩 통에 담아 조합에 내다 팔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들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기름통의 무게는 70kg.
주민들은 하루 32km를 이 기름통을 메고 오르내립니다.
거친 작업에 주민들의 손발은 소나무 껍질처럼 변해 있습니다.
<인터뷰>주민 : "허리도 아프고.."
그런데 얼마 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일손을 놓았습니다.
청년들도 전혀 일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원유 우물은 굳게 봉해져 있고 동력기도 멈춰 있습니다.
원유를 모았던 곳은 원유가 흘렀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주민:
"기름값이 너무 싸서 일하기도 싫고, 4개월째 쉬고 있습니다."
원유 한 드럼의 가치는 47500 루피아.
우리 돈으로 약 4750원입니다.
현지에서 담배 아홉 갑을 살 수 있는 정도입니다.
하루 열 드럼의 원유를 생산한다고 할 때 판매 금액은 4만 7500원,
하지만 동력기에 드는 경유 값만 3만 원 이상 들어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오히려 손해인 셈입니다.
하루종일 일해봐야 담배 한 갑 값밖에 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수하르또: "원유 가격이 너무 싸다."
내 집 앞마당에 있는 원유 우물이지만 맘대로 쓸 수도 없습니다.
개인이 집에서 원유를 사용하거나 시장에 내다 팔다 걸리면
벌금이 1억 루피아, 무려 천 만원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원유를 지천에 두고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내다파는 원유는 너무 싸지만 사서 써야하는
기름값은 너무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땅만 파면 원유가 나오고 땅속에서 천연가스가 타 올라
축복의 땅으로 불리는 워노쫄로 마을. 하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이 땅은 그 좋은 자원들을 마음대로 쓰지도, 내다 팔지도 못하고
각종 규제로 생활만 피곤하게 만드는 피곤한 땅일 뿐입니다.

긴 막대기로 원유가 퍼 올려지는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