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전화
“…지금 이곳을 떠나지만,내 마음속에 그대가 있는 한 나는..."
우리는 눈망울을 마주보며 손가락 걸고 한 약속이 아니라 전화로,
그것도 조용하고 여유있는 응접실 전화도 아니요 산자락이 흘러 내리는
운치있고 한적한 공중전화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대는 아마 늘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을 것이고, 나는
신호등 기다리면서 한손으로 핸들 잡고 나눈 대화입니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지고 큰 불길은 더 세어진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내일 모레면 나는 그대가 있는 이곳을 떠납니다.
시계 바늘은 발도 돌아가지만 내 발걸음은 미련이 많아
자꾸만 머뭇거리고 부딪힙니다. 소돔과 고모라성이 멸망될 때
천사가 뒤를 돌아 보지 말고 가라 했으나 미련 때문에 뒤를 보다가
소금 기둥이 된 여인처럼 나도 차라리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찝찝한 액체가 나의 볼을 타고 옷깃으로 내려섭니다.
나는 옷깃을 적셨지만 비행기의 눈물은 바다를 적셨습니다.
적도의 햇살은 너무 맑아서 건드리면 탁, 소리와 함께
깨어질 것 같았습니다. 이별로 눅눅해진 가슴을 널어 말리려고
하늘을 보니 먹장 구름 하나가 나처럼 어디론가 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