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리섬을 아십니까? >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 섬을 아십니까? 야자 껍데기로 구워지는 새우, 가재, 돔, 조개, 오징어,,,,
맛의 일품 해산물들이 기다리고 있는 먹거리의 해변입니다. 저녁녘이면 해변가 탁자 위에는 하나 둘 촛불이 켜집니다.
어설픈 그룹들이 서툰 발음으로 '사랑의 미로, 아리랑'를 부르고 노래는 기타 줄을 타고 노을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 해변은 유명한 *짐바란입니다.
<짐바란 해변에서 가재를 먹으면서 사랑의 미로 노래에 박수를 치며>
< 짐바란의 파도, 소리는 강하지만 다가 오는 느낌과 거품은 아주 부드럽다.>
짐바란에서 차를 타고 산으로 조금 올라가면 울루와뚜가 나옵니다.
입구에서 얼마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길다란 천 하나를 허리에 지끈 동여매고 일단 들어가봅니다.
성으로 쌓여진 담위에서는 호기심이 강한 원숭이들이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올까?'하며 기다리지요.
그들 눈에는 관광객들이 순진하게만 보입답니다. 작고 영리한 원숭이들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아니, 눈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빼앗아 보려는 그 열정의 원숭이들 카메라도 안경, 모자도
써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체구에 비해 날마다 간만 커져 가지요.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비디오 카메라를 낚아채려고 했으며, 우리 어머니 안경 남편 친구의 모자 어떤 신혼부부의 머리핀,
그 뿐만 아니라 나의 귀고리를 잡아 당겨서 피가 난적도 있었지요. 그러나 나는 그 때 화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때 내가 사람이 아니고 원숭이였다면 그날 그 원숭이는 내 손에 온전하지 못하였습겁니다. 왜냐면 화가나고
상당히 아팠거든요.
그 성을 따라 걸으면 미로 같은 오솔길이 끝나고 휴식처가 나오지요. 그곳 절벽에서 턱하니 버티고 내려다보면 기고만장하던
바닷물이 새파랗게 질려 와 내 앞에 하얗게 스러지는 울루와뚜도 있습니다. 그곳은 경관이 아름다워 '마이클 잭슨'이 뮤직
비디오를 여러 차례나 찍었다는 곳이기도 하지요. 울루와뚜의 거품 파도는 흰 구름이 바다에 떨어져 출렁이는 것 같답니다.
신 새벽을 깨우는 발리 섬의 일출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낀따마니(화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정말로 신선하지요.
화산의 여운, 아래 놓여진 호수를 낡은 배로 반시간 정도가서 작은 동네를 만나죠. 오래된 나무들 아래는 묻혀지지 않은
시신들이 나란히 누웠답니다. 그 고장의 터주들 시신만 놓아두는 풍습인데 내가 딛고 선 발 주변에 해골들이 나 뒹굴어서
등골이 오싹했답니다.
발리 공항 덴빠사르에서 20여분 차를 타고 가면 일몰이 멋있는 *꾸따 해변이 나옵니다. 그 해변은 하루 종일 바다를 비추고
관광객을 살피다가 뒷걸음질치는 해의 모습은 더욱 찬란하답니다. 빨갛게 잘 익어 가는 바다의 품안은 가만히 다가와 나를
껴안았습니다.
<파도타기 하러가는 어느 외국인과 일광욕을 즐기는 한쌍의 외국인>
<* 꾸따 해변에서 예쁜 그림으로 문신을 그려주고 있는 모습>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즐비한 그 해변가는 날마다 움직이는 수영복들이 여기 저기에 널려 있습니다.
수영복들이 수영은 하지 않고 태양과 마주하고 누웠고, 어떤 이들은 미간이 찌푸려지도록 노출(?)을 하고 엎드려 독서를 합니다. 재미있는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고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장이 넘겨지는 것으로 보아 책을 읽는 것은 분명합니다.
머나먼 여행지의 풍경을 한 장이라도 더 찍어서 추억을 남기려는 우리네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오뉴월 땡볕 보다 더 따가운 빛 아래 무슨 인내로 그리 여유로울까마는, 벗은 그들이 독서하는 모습은 지식의 나라로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또 그들의 눈길은 책갈피에 있겠지만, 나의 눈길은 그들에게 가 있습니다
.뒤에 엎드린 사람은 지금 책을 읽고 있답니다.
여행지에서 책 안읽고 사진 찍는 사람은 한국인 뿐일걸?
바다와 친한 사람들이 파도타기를 즐깁니다. 파도가 밀려오면 꼭 주름이 느는 것 같아요.
파도들이 한참 밀려오더니, 어둠이 후드득 떨어져 보이던 풍경들을하나 하나씩 덮어 버리고 맙니다. 멀리 힌두사원,
꾸따 해변의 그늘을 내어 주던 야자나무, 그리고 바다에 선 하나 죽 그어진 발리 공항의 활주로에도.....
저녁 빛이 그려내는 긴 그림자가 나에게 침묵을 만들어 줍니다. 침묵은 바보들의 체면 기간이라지만 그 기간을 통해 나는
잠시 눈꺼풀을 덮습니다. 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안으로 열리는 그리움이 살아 있어 다시 눈을 뜹니다.
반성의 기미들이 차분하게 살아 움직이고 스스로 정리 할 필요를 느낍니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특히, 발리섬은 더욱더(*)
<월간 문학21 > 2002년 4월 호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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