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외쳐보자!
김성월
컴퓨터 작업하다 말고 서랍을 열어 독도명예주민증 잠시 본다. 그러다가 눈을 감는다. 시간은 가도 감동은 그대로 남아 있다.
새벽 3시, 밤이다. 대전에서 출발하여 후포여객선터미널로 가고 있다. 평상시 불면증으로 밤을 꼬박 새울 때가 많은데 하필 그날따라 졸음이 쏟아진다. 나는 잠시 눈을 붙였지만 동행 기자는 쉬지도 못하고 운전했다. 초행길이고 혹여 늦게 도착할까 봐! 물론 내비게이션이 길을 알려주지만 대신 운전해주는 건 아니니까. 동이 틀 무렵 후포터미널에 도착해 국밥 한 그릇 먹고 울릉도로 출발했다.
2년 전 처음 독도에 내려섰을 때 “어머 TV에서 본 것처럼 경비 대원들도 있고, 내가 정말 독도에 오긴 왔나 보다.” 벅차오르는 기쁨은 초등학교 소풍 가서 보물 찾았을 때만큼이나 기뻤다. 계단이 많은 우산봉을 바라보며 저곳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자격일까 궁금했다.
2019년 독도사랑본부 기자단 됐을 때. 발대식 현장에서 기자단은 독도 정상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만 듣고도 얼마나 신났던지. 나의 버킷리스트에 기록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생각만 해도 즐거워 혼자 히죽히죽 웃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독도를 사진으로만 담을 게 아니라, 영상으로 두고두고 볼 수 있도록 YouTube 올려야지. 이런저런 생각하는 동안 배는 울릉도에 도착했다.
내일 독도로 간다. 울릉도에서 첫째 날 밤은 유독 길게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태양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받아 걸어두고 싶은 심정이다.
내 마음은 오래된 첫사랑 만나러 가는 것보다 더 설렌다. 청순하던 첫사랑이야 나이가 들면 늙은 모습으로 변하겠지만, 독도는 오히려 계절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 번 만나고 나면 그리움이 날마다 커질 뿐이다.
다음날 새벽, 설렘 때문이었을까? 먼동이 트는 창가에서 하얀 파도를 보며 도시락 먹는데 그게 바로 호화크루즈선 조식이다. 밥도 어쩌면 그렇게 맛있던지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돈다.
독도 우산봉
독도에 도착했다. 바람이 불고 너울성 파도가 심하다. 경비대원들이 우리를 향해 경례한다. 배에서 발을 내딛는 데 발판이 마구 흔들린다. 독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삽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분주하다. 나는 이사부길에서 사진 찍고 우산봉 아래까지 가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바람이 강해지고 너울성 파도가 커지고 있어 등산은 못하고 독도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라고 전해 들었다. 그래도 독도에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감사했다. 그날 밤 독도 주변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고 심지어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었다.
나 독도에 왔어요 | 울릉도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노동자 |
저동항구에서 그물 작업하는 주민이 있어 말을 걸었는데 어눌하게 답했다. 다가가 보니 인도네시아 노동자 세 명이다.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이십 년 정도 살았으니 한국에 있는 그들을 보는데 왠지 지난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얼마나 반갑던지. 인도네시아어로 말을 했더니 나보다 더 놀라면서 반가워했다. 그들에게 울릉도에서 생활하는 게 어떤지, 한 사람이 말하길 “울릉도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다정다감하게 잘해 주고 화산섬인 울릉도가 고향의 있는 화산과 비슷한 환경이라서 편하고 좋다” 또 한 사람은 “육개장과 갈비탕이 맛있고” 다른 한 사람은 “독도에 가봤는데 섬나라 인도네시아에도 아름다운 바다가 많지만, 독도는 정말 아름다운 바다”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게 독도에 대해 설명을 간략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우리 함께 외쳐보자!
“독도는 대한민국 땅입니다. 독도 아달라 밀릭 꼬레아”
“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아꾸 먼찐따이 꼬레아”
그랬다.
독도에 가려면 반드시 울릉도를 거쳐야 한다. 울릉도민들이 외국인들에게 따뜻하게 잘 대해준다는 그 말의 온도가 아직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통권 6권 독도사랑 매거진 4월호 실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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