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은 마음의 통로
김성월/수필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또라자(Toraja) 그 유명한 절벽무덤이 있다.
산중턱 절벽에 서랍처럼 만들어진 가족묘를 촬영하던 정오였다.
민가에서 틀어놓은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 Ruang Maha kudus dengan darah anak domba~~’
아, 이건 내가 좋아하는 성가인데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두 팔을 올려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던 가이드와 운전기사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 Ku meyem~ bah~ Mu~ kusem~ bah~ Mu~~’
산에서 복음성가 부르며 절벽무덤을 바라보니 순간적으로 돌무덤의 뚜껑이 열리고 예수님이 나오실 것만 같았다.
절벽무덤 앞에는 수십 개의 *따우따우들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데 하나님께로부터 축복을 원하고
축복받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여자인 내가 산에서 찬양을 불러도 부끄럽지 않다는 게 신기했고,
아는 찬양을 산에서 목 놓아 부를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거웠다.
산꼭대기에서‘야호’하고 외쳤던 것보다 더 가슴이 뻥 뚫리고 후련했다.
찬양이 끝나자 촬영하던 PD가 물었다.
“선생님 방금 부른 노래가 요즘 유행하는 인도네시아의 인기가요 인가요?”
“아니요, 왜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인데 어떻게 선생님하고 또라자 주민들이 다 알고 같이 불러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참 궁금하겠다 싶어 나는 설명해 주었다.
이 노래는 복음성가인데 또라자족들은 기독교인들이고 나도 인도네시아교회를 다녀서 다들 아는 복음성가이기에
마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니 서로가 약속한 것처럼 불렀다고.
그랬다. 여기가 또라자 산속이니까, 마을 전체로 복음성가가 울려 퍼질 수 있고 큰 소리로 부를 수도 있구나.
자와 섬 같으면 이슬람의 코란이 스피커를 통해 마을로 울려 퍼졌을 터인데.
산에서 낯선 이들과 마주보며 찬양할 수 있다는 건 용기다.
용기는 무식하고 용감하면 되는 게 아니라 기쁨이 넘치다보면 저절로 생기는 표현의 힘이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문화와 공간을 초월해서 찬양을 통하여 이렇게 친근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우리는 길을 가다가 라디오나 가게에서 아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더러는 발길을 멈추고 노래에 묻은 추억을 회상하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서 있기도 한다.
이렇듯 노래는 공간과 시간을 되새기게 하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음의 통로이기도 하다.
*따우따우: 또라자족들이 고인 살아생전의 모습을 조각하여 무덤 앞에다 두는 목각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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