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 왜 동생들을 이런 곳에 데리고 왔어?”

이부김 2014. 8. 15. 17:46
728x90
반응형

왜 동생들을 이런 곳에 데리고 왔어?”

 


올해 34살인 휘뜨리는 결혼하여 두 딸을 둔 6년차 주부다. 휘뜨리와 남편 존(42)은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연예인이고 미니부부이다.

 

그날은 11월 중순 KBS VJ특공대에서 촬영하러 갔던 날이다.

얼마 전 촬영을 끝낸 영화사로부터 출연료를 받은 남편 존이 부인 휘뜨리에게 주말나들이로 가고 싶은 곳을 물었다. 휘뜨리는 존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친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휘뜨리네 가족은 나들이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휘뜨리는 등에 커다란 나비가 달린 똑같은 원피스 두 벌을 꺼냈다.

휘뜨리네는 아직 자가용이 없다. (127cm)이나 휘뜨리(116cm)는 체격이 너무 작아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오토바이는 어린이용을 타면 되지만 자동차는 어린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들이 갈 때마다 버스나 택시 또는 기차를 이용한다.

 

오늘은 기차를 탔다. 친정집이 기차역과 가깝고 또 휘뜨리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기차역이다. 5살이지만 3살처럼 작은 언니 아시파는 오렌지색 원피스를 입고 동생 2살짜리 아만다는 빨강원피스를 입혔다. 원피스 입은 두 아이가 타박타박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나비가 나풀나풀 거리는 모양처럼 보였다. 첫째 딸 아시파는 또래에 비해 보기 드물게 똑똑했다. 두 아이들과 손잡고 걷는 휘뜨리네 가족은 멀리서 보면 어린이들이 걸어가는 모습과 같다.

 

드디어 기차역에 도착하여 표를 사야 한다.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동생을 존이 안고 휘뜨리가 기차표를 사기로 했다. 휘뜨리는 키가 작아 표를 살 때 깨끼발을 하고 두 손을 높이 들어서 돈을 내밀었다.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두 딸이 잠들어버렸다.

두 딸이 아직 어리긴 하지만 나란히 서면 엄마 아빠 가슴까지 닿는 커다란 체격이다. 가슴까지 커버린 아이를 안고 다니는 일은 미니부부에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오늘처럼 아이들이 잠 들어버리면 그 몸무게가 버거워 존과 휘뜨리에게는 외출이 가장 즐겁기도 하지만 힘든 일이 되어 버린다.

미니부부가 아이를 앉고 기차에 올라섰을 때 사람들은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부부가 앉아서 숨을 돌리자 옆 자리가 비었다. 휘뜨리는 나를 불러 앉으라고 했다. 나는 가서 앉았다.

 


나는 휘뜨리에게 외출 중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휘뜨리가 미소를 짓더니 이야기를 들려줬다.

얼마 전 가족들이 대형쇼핑몰에 갔었다고 한다. 휘뜨리는 두 딸을 데리고 쇼핑몰 입구에서 화장실 간 남편 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쇼핑백 들고 지나가던 손님 휘뜨리 앞에 멈춰 섰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인 할머니는 관심과 걱정스런 말투로 휘뜨리를 훑어보더니 야단치셨다.

왜 동생들을 이런 곳에 데리고 왔어?”

낯선 할머니의 걱정하는 소리에 어리둥절해진 휘뜨리는 할머니를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할머니는 좀 더 큰 목소리로

동생 둘이나 데리고 이런 곳에 오면 어머니가 걱정하겠다. 얼른 집으로 돌아 가

휘뜨리 몸집이 작아 할머니 보기엔 초등학생이 동생들 데리고 놀러 나와 혹여 길을 잃어버릴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그 할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눈에도 휘뜨리가 그렇게 보인다. 옷을 사도 초등학교 3학년 옷을 사야만 몸에 맞다.

그때 화장실에 갔던 존이 휘뜨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 왔다. 딸아이들 손을 잡는 존을 보던 할머니는 아까보다 더 언성을 높여 야단치셨다.

아니 오빠라는 게 동생들을 이렇게 두고 혼자 다녀, 어서 집으로 가!”

할머니에게 야단맞은 존은 이런 일을 가끔 겪는 터라 할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해 드리기로 했다.

할머니, 저는 오빠가 아니고, 남편이고 아빠입니다. 이 사람들은 제 아내이고 이 아이들은 제 두 딸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어른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오히려 더 화를 내며 믿지 않자 이번에는 휘뜨리가 다시 가족 소개를 했다. 그때서야 할머니는 존과 휘뜨리 그리고 두 딸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더니

~ 듣고 그렇군요. 미안해요

휘뜨리는 그 이야기를 웃으며 했다. 나도 웃으며 들었다. 따지고 보면 사실 웃을 일은 아니다. 이 미니부부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머니와 같은 시선과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존과 휘뜨리는 키와 몸집이 작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키 작은 난장이가 아니다. 이 미니 부부는 모든 게 작다. 일반인을 축소해 놓은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 우선 이해하가기 쉽다. 나이에 맞게 생각과 몸의 기능은 성장하였다. 다만 작다는 미니 자동차처럼 미니 토마토처럼 미니라는 것이다.

존은 성격이 쾌활하다. 몸이 작은 건 존의 어머니도 미니였기에 유전인자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존은 미니가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초중고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대학까지 졸업하였다.

 

한편 휘뜨리는 어머니가 왜소하였으나 정상인 부모에서 태어났다. 41녀 중 오빠들은 모두 정상인이었는데 휘뜨리만 작다. 정상인 집안에서 미니가 있으니 집안 전체에 큰 고민거리였다. 휘뜨리는 3살 때부터 성장발육이 늦어지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에 입학식 날이었다. 학교 측에서 휘뜨리를 보더니 너무 어려 초등학생 책상에서 공부할 수 없으며 입학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휘뜨리 아버지는 항의를 하였다. 책상이 커서 수업하기 불편하더라도 아이를 받아 주면 되지 않느냐 수업료를 온전히 지불하고 학교의 교칙을 제대로 따를 것이니 무조건 받아 달라고 당연한 일을 사정하였다고 한다.

입학 후 학교생활이 수월한 건 아니었다. 늘 집에서 숙제하고 혼자 놀고 이런 휘뜨리를 볼 때마다 어머니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내 아이가 이런 미니가 되었을까, 저렇게 작은 아이가 이다음에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휘뜨리 어머니는 날마다 눈물을 흘렸고 가슴은 비 맞은 종이처럼 찢어지고 아팠다 한다.

 

몸집이 작아도 휘뜨리는 원래 성격이 밟았다. 인형처럼 귀엽다며 너무 사랑스러워하는 아버지 덕분에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랐다. 그러나 학교에서 함께 놀자며 친구들에게 여러 번 손을 내밀었지만 작다고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았다. 여러 번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한 휘뜨리는 점점 소심한 성격으로 변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을까, 집에서는 오빠들은 다 정상인데 왜 나면 이렇게 작을까 울면서 일기를 쓴 적이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휘뜨리는 우연히 미니 사람으로 TV에 출연하게 되었다. TV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은 휘뜨리에게는 행복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이제까지 함께 놀자고 사정해도 놀지 않던 친구들이 연락해 왔고,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휘뜨리는 조금씩 용기를 내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 시작하였고 휘뜨리가 스물 살이 넘은 처녀가 되었을 무렵 친구들과 유원지에 놀러 갔다가 미니 남자 존을 만나게 되었다.


성격이 활달했던 존은 정상인 친구들과 왔었고 휘뜨리는 미니친구들과 함께 갔었다. 미니 존을 만났을 때 휘뜨리는 첫눈에 반하였

다고 한다. 그러나 존은 휘뜨리가 아닌 다른 친구에게 마음이 끌렸지만 휘뜨리의 노력으로 결국 존과 휘뜨리가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존과 휘뜨리 결혼식 날 어머니는 울었다. 기뻐서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니 기쁜 것도 잠시 손녀의 몸집이 마치 휘뜨리 어릴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두 배로 아프다고 했다.

 

는 휘뜨리 어머니를 알고 있다. 5년 전 휘뜨리가 첫 아이를 출산할 때 남편 존과 함께 내가 병원에 갔었다. 휘뜨리가 출산하는 동안 존은 병원 안에 있는 이슬람사원에서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고 나는 미니부부를 촬영하는 제작진 입장이라 분만실 앞에서 꼼짝도 않고 산모를 기다리고 있었. 휘뜨리가 첫 아이를 출산하였을 때 미니부부가 정상인 아이를 출산하여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여러 언론에서도 방송되었다.

 

휘뜨리는 현재 삽 십대 초반이지만 몸매가 허리나 어깨가 할머니처럼 휘어진 걸 보았다. 마찬가지로 존의 얼굴에는 할아버지처럼 굵은 주름이 깊어지는 걸 나는 보았다. 그들이 정상인처럼 장수하지는 못하더라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미니부부 촬영하면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