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끈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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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가 기대고 살아가는 끈의 묶음이다. 길이도 굵기도 다른 그 끈들을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삶의 결과엔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끈은 만남 곧 인연이다. 인연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요 연결망이다. 인맥,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우연까지도 끈일 것이다. 그 끈을 잘 활용하여 보기 좋게 성공도 하고 바라는 바도 이룬다. 그런데 그런 끈보다도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섯 가지 ‘끈’의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 삶을 삶답게 해주는 것들, 한 번 더 상기해 봄도 좋을 것 같다.
첫째, 매끈한 사람이란다. 외모로나 내면으로나 까칠한 사람은 되지 말라고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모난 돌은 정에 맞기가 십상이다. 같은 값이면 다 홍치마라고 세련되게 차려 입고, 되도록 밝게 웃고, 늘 자신감 넘치는 태도, 매너 있는 행동으로 세상을 살아야 외모도 성품도 매끈한 사람으로 멋진 삶을 산다는 것이다. 삶은 결국 자기가 만들어 가는 ‘나’라는 작품이다.
두 번째는 발끈할 줄도 알라는 것이다. 필요하면 오기도 부릴 수 있어야 한다. 실패란 넘어 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이라고 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침이 가까이 왔기 때문이듯 어려운 순간에 오히려 발끈하고 일어날 수 있는 오기(傲氣)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셋째는 화끈하라 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사람은 되지 말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나서서 해 버리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당장 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바로 지금 화끈하게 해 버리라는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는 사람, 내숭떨지 않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화끈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넷째는 때로 질끈 눈도 감아주라는 것인데 먼저 용서하는 사람이 참 승자라고 한다. 패배를 제대로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승리도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실수나 결점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 하지 말고 내가 그 실수를 보았다면 그 순간 질끈 눈을 감으라는 것이다. 본 것을 못 참고 말을 하다보면 그렇게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결국 내가 그런 형편일 때 바로 내게로 오게 되는 것, 입이 간지러워도 참고, 보고도 못 본 척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란 말이다. 설혹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하더라도 한 번 눈을 질끈 감아 못 본 척 하다 보면 금방 참 잘했구나 생각이 들 것이다.
다섯 번째 따끈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따뜻한 사람, 계산적인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모자란 듯해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따스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털털하며 인정 많고 정이 넘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조금씩이라도 베풀려고 하는 사람으로 주어진 삶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정 넘치는 따끈따끈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살면서 어찌 이런 다섯 가지 뿐이랴. 그러나 매끈-발끈-화끈-질끈-따끈, 좀 억지스런 말 만들기 같지만 그래도 이만큼만 살아도 우리 삶은 훨씬 아름답고 멋진 삶이 될 것이다.
누구의 무슨 꿈을 어떻게 잡아서 덕을 볼까 보다 나를 어떻게 갈무리 하여 나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벌써 시월이다. 세월만 빠른 게 아니라 유한한 우리 삶의 길이도 그만큼 빠르게 짧아져 간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가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듯 시간관리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 자기 시간 다 놓쳐 버리는지 모르게 깜깜한 밤에 들어버릴 수 있다. 그땐 후회밖에 더 있겠는가. 아니다. 정작 후회할 쯤이면 내게 남은 시간은 이미 하나 없게 될 것이다.
그래 매끈 발끈 화끈 질끈 따끈하게 살아보자. 그럼 무언가가 보이지 않을까. 코스모스 꽃 위에 잠자리 한 마리가 앉을 듯 앉을 듯 하다가 가고 만다. 저 잠자리는 사람처럼 복잡하게 살진 않을 텐데 그래도 한 살이를 마치지 않는가. 사람의 삶, 그렇고 보면 참 복잡하고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삶 자체가 또한 은혜와 축복의 삶인 걸 사람이기 때문에 알지 않는가. 시월의 황금빛처럼 나도 그만큼 성숙해 졌으면 싶다.
행복한우리집/최원현의살며사랑하며/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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