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운명
별과달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신이 믿는 종교를 공개적으로 남에게 전도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 돼있다. 예를 들어서 이슬람 교인이 힌두 교인이나 기독교인에게 또는 기독교인이 불교나 이슬람 교인들에게 전도를 못한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깨달아서 종교를 선택하는 일은 괜찮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무종교'라고 말하면 ‘어떻게 신을 믿지 않고 살아간단 말인가.’는 식의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인도네시아 국민들 중에서 상당수가 이슬람교인들이라서 이슬람교가 인도네시아 국교인줄 알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겠으니 실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믿음의 나라이며 모든 종교를 인정하며 존중해 주는 나라다. 이슬람(Islam) 힌두(Hindu) 기독교(Kristen) 불교(Buda) 가톨릭(katolik) 콩후쮸(kong hu chu /유교) 모든 종교의 큰 행사는 국가 공휴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소수의 종교가 다수 종교들 속에서 꿋꿋하게 진취해 나간다는 것은 무쇠를 녹이는 만큼의 노력과 힘이 든다.
일년 내내 기후가 서늘해서 휴양지, 화훼단지가 엄청 커서 꽃의 도시,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도시인 말랑시으로 처음 왔을 때, 이 곳에는 내 가족외엔 한국인이 없었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한국인은 없었다. 가뜩이나 낯선 곳인데, 해까지 뉘엿뉘엿 넘어가면 고향생각이 났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싶었다. 고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되고 낯선 곳에 있으면 두려움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신을 의지하게 된다는 나로 통해 나는 것을 알았다.
중국계 옆집 아저씨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 함께 가자고 하기에 나는 따라갔다. 예배는 교회에서 드리는 것이 아니고 해군부대 강당에서 예배드렸다. 나는 한국말로 기도를 했지만 목사님은 인도네시아 말로 설교를 했다. ‘설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니까 괜찮겠지만 기도를 인도네시아말로 하면 하나님은 그 말을 알아들으실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다 들어주려면 게다가 마음속으로 기도하면 잘 들리지도 않을 텐데 하나님은 정말 바쁘시겠다,‘고 했던 어린 시절의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갔던 교회는 성도는 있었는데 교회가 없어 해군부대 강당을 빌려서 사용한다고 했다. 해군부대에서 행사가 있으면
육군부대 강당도 빌렸고 또 호텔 강당도 빌려 사용했다. 떠돌이 성도들이었지만 몇 년이 지나자 부흥이 되고 교회를 건축하게 되었다. 그 때 시청에서 교회허가 해 주겠으니 우선 건물 사용을 먼저하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사용하였다. 라디오 방송으로 설교 듣고 이슬람 사람들과 다른 교회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질투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급기야는 몇몇 사람들이 예전에 묻혀 진 교회허가 문제를 들춰낸 것이었다. 어느 주일날 교회 앞에는 경찰들이 빼곡히 둘러싸고 교회로 오는 성도들을 돌려보냈다. 이제 다시 수천 명의 성도들은 예전처럼 떠돌아 다니며 예배를 들인다. 1부 예배는 호텔 강당에서 2부 예배는 스포츠센터 강당에서 3부 예배는 교회 옆에서 수요일 밤 예배는 헌병부대 강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시청에서는 안 되는 교회 허가, 어떻게 해서 해군부대에서, 헌병대에서는 허락해 주고 빌려 줄까, 창고 같은 헌병대 강당 바닥에 타일 깔고 창문마다 커튼을 달고,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를 떼어 내고 에어컨으로 바꿔다는 것과 적은 않는 임대료 지불까지 물론, 교회 몫이었다.
인도네시아에는 외국인 이름으로 집을 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굳이 사려면 현지인 이름으로 사서 다시 내 이름으로 공증서류를 작성한다든가 해야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좋은 집에 임대로 사는 것이 속편한 일이다. 집 수리 할 필요도 없고 벽에 * 찌짝이 너무 많이 다니거나 비가 새면 이사를 가면 되니까. 내 이름으로 집이 없어 이사를 자주하는 나와 돈은 있지만 허가문제로 시내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예배드리는 우리 교회는 아무래도 같은 떠돌이 운명인 것 같다.
그런 일을 겪고 난후 목사님이 나의 손을 잡으면서
“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 크리스천은 이방인이었어요. 나 이제는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Mrs. Kim 마음 알 것 같아요.”
" 뜨리마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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