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7개월이라니요?
별과달
한 달 전 반둥 수머당에서 풍차 콘테스트가 있다며 오라고 문자가 왔다.
2년 전 그 곳에 갔을 때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친절하고 또 아이템이 좋아 나는 멀어도 가겠다고 대답하고 엊그제께 갔다.
“ 미세스 김 어서 와요.”
“ 아주머니 반가워요.”
“ 또 아기를 가졌군요. 둘짼가요? 지난번에는 아들이었나요 딸이었나요?”
“ 그 아기가 이 아기잖아요. 아직 출산을 하지 않았어요.”
“ 그럼 도대체 몇 개월인지요?”
“ 응.. 37개월.”
그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만삭인 자신의 배를 만졌다. 나는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은 똑같았다. 생뚱맞은 그 말에 내가 인도네시아 말을 이렇게 못하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 아니 그럼 그때 배가 불렀는데 그 아기를 아직까지 출산하지 않고 뱃속에서 자라고 있단 말이에요? “
하면서 옆의 앉은 동네 아저씨에게 의심이 가득한 눈길을 보냈다. 내 눈길에는 농담이 아니냐는 질문도 묻어 있었다. 그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고 말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는 언뜻 손꼽아 계산 해봤다.
내가 이곳 수머당에 순다족 ▶ 설날 뉴스 취재 왔을 때가 2007년 1월 중순 이었다.
그때 늦은 밤이고 교통편이 없어 나는 하룻밤을 이 마을에서 묵었다. 여러 취재진들 방은 따로 있었고 나만 특별손님으로 마련된 방을 주었다. 마을은 너무 산골이고 방은 대나무로 엮어 만든 벽과 마룻바닥에 돗자리만 깔려 있었다. 그래도 넉넉한 시골 인심이 어딘가.
그날 밤새도록 나는 미국 전설속의 환란새가 되어 추위에 덜덜 떨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내 기억으로 그때 이미 아주머니는 7개월이라고 말했다. 그건 확실하다. 내가 아이 가졌을 때 생각이 나서 떠나올 때 먹고 싶은 것 사 먹으라고 돈까지 주었으니.
나는 신기하고 이상하기도 해서 배를 만져봤다. 그리고 태동을 느끼는지도 물어봤고 그렇다고 했다. 하긴 그 아주머니도 이번에 두 번째 아기를 가졌으니 당연히 알 것이다.
어떻게 37개월이나 되어도 출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산모도 저렇게 잘 움직일 수가 있는지, 왜 병원에 가서 초음파는 해보지 않는지 궁금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는 내 상식으로 아니 과학으로 증명하지 못할 일이 너무 많다. 어떤 아주머니는 피임기구 사용하는 것이 무서워 ▶ 21명 아이를 자연분만 했고, 또 어떤 아주머니 처녀 때부터 배 속에서 몇 년째 ▶ 철사가 자라 나오고 있다. 의학계 연구진들이 연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잘 모르겠고, 또 이렇게 37개월 동안이나 아기를 뱃속에 두고 있으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나라 이상한 나라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그 무거운 몸으로 산 위에서 꼴레세르(KOLECER) 행사를 남편과 함께 참석하였다. 내 머릿속에서 자꾸 그 아주머니가 농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머당(SUMEDANG)의 전통문화 행사는 뿌뿌후라는 아주머니의 남편이 진행한다. 남편은 행사관계로 분주하게 다녔고 나도 산위에서 삘삘 돌아가는 꼴레세르(풍차) 취재하러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그곳 기자들에게 아주머니의 일을 물어봤더니 정말 그렇다고 했다.
내가 아주머니에게 갔을 때 그의 남편이 풍차 콘테스트 심사를 마쳤다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남자 분을 소개 시켜 주는데 그는 남방과 바지 맨발에 발가락 끼는 산달을 신고 있었다. 반둥시장(wali kota Bandung)님이라고 했다. 뿌뿌후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은 익히 들어 알지만, 반둥시라면 인도네시아에서 다섯 번째 큰 도시인데 설마 비서도 없이 시장님이 이웃집 마실 나오듯이 저렇게 행사장에? 나는 뿌뿌후씨가 나에게 농담하는 줄 알았고 그저 눈인사만 했다.
조금 후 아주머니에게 저 분이 진짜 반둥시장님이 맞는지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반둥시장님과는 산 위에서 돗자리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너무 인간적인 만남을 가졌었다.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등등. 우리는 함께 일마치고 들판에서 점심 먹는 그런 편한 분위기였다. 식사가 끝나고 반둥시장(H.UUS.RUSLA.SE.MS)님께 인터뷰를 부탁드렸고 그 분이 뉴스를 꼭 시청하고 싶다기에 메일을 알려주시면 뉴스 웹사이트를 주소를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그 곳 사람들은 뿌뿌후씨를 기이한 능력을 가졌다고 믿고 있다. 가끔 공직자들이 기도 받으러 온다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뿌뿌후씨는 오래 전부터 그곳 사람들에게 존경과 신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교만하지 않고 좋은 분이다.
자정이 되어 돌아 올 무렵, 아주머니와 남편(뿌뿌후)이 함께 한 자리에서 나는 왜 아기가 출산하지 않고 있는지 물어봤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이번 달 라마단 금식이 끝나면 다음 달에는 출산할 예정이라고 했다. 뱃속에 든 아기가 석가모니처럼 도를 닦으며 초능력을 키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웃 마을의 누구는 벌써 6년째 아기를 뱃속에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밥 푸는 어주머니 임산부(왼1) 손으로 식사 중인 반둥시장(H.UUS.RUSLA.SE.MS)(왼2) 뿌뿌후씨, 밥 기다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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