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고 자바 전통 옷 끄바야 입으라고?
별과달
두 달 전 아들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학교 졸업식
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 아들 혼자뿐
이기에 안가면 눈에 띄고 해서 아들 체면을 생각해서 학교로 갔습니다.
딸 둘은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초, 중, 고 졸업 때까지 엄마를 학교 심부름꾼으로 부른 적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뭔 감투를 그리 많이 맡아오는지 행사 때마다 엄마를 학교로 가게 만듭니다.
졸업생 학부모가 다 참석하는 줄 알았는데 몇몇 사람만 왔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도 그런 부탁이 들어 와 갔더니 기부금 조달하는 부서로 보내더니만 중학교 때는 좀 세련된 곳으로 보내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내게 맡겨진 건 졸업 앨범 촬영 편집하는 부서였습니다.
다음 5월 18일이 아들이 다니는 세인트메리 중학교 졸업식입니다. 그 학교는 카톨릭 재단이고 교장은 수녀님입니다. 두해 전에는 '전교생 피리 6시간 불기' 행사로 인도네시아 기네스북을 기록하는 좀 별난 수녀님입니다.
작년에 졸업식에는 중학생들에게 학사모 씌우고 가운 입혔습니다. 올해는 지방 전통 옷을 입고 파티를 하면서 졸업식을 한다고 합니다. 졸업식날 이곳에서 좋은 국립대학교 견학다녀와서 오후에는 졸업 파티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한복이 있듯이 인도네시아 자바에는 여성들이 행사 때마다 입는 전통 옷 끄바야가 있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졸업생들은 불편한 전통 옷 입기 싫어 투덜거렸고 아들은 마두라 섬 지역 옷을 입어야 하는데 빌려서 입어야 하기에 역시 투덜거렸습니다. 이해하기 싫은 것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행사위원회 어머니들도 전통 옷 입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머니들도 모두 이 나라 사람들이니 자바 전통 옷 입는 것이 괜찮겠지만 제가 문젭니다. 자바 전통
옷 예전에 족자카르타 왕궁에서 반나절 입어 본적 있습니다. 그 때는 자바 설날이고 왕궁에서 왕을 알현하는 설날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었습니다.
자바 옷 입고 졸업식 날 귀빈석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긴 천을 칭칭 감기 때문에 한복보다 보폭이 좁고 훨씬 불편하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 얼굴에 진하게 분장하는 것도 머리도 둘둘 말아 올린 중전마마 모양새도 나는 그리 내키지도 않습니다.
뭔 졸업식을 이렇게 별나게 하는지 요즘 한국에서는 중, 고등학교 졸업식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처럼 강당에서 눈물흘리며 송사답사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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