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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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개울물 흐리는 미꾸라지교수

이부김 2009. 5.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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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울물 흐리는 미꾸라지교수


 

                                            별과달

오늘은 인도네시아에 어느 국립대학에 갔습니다. 그 대학은 종합대학으로 규모는 컸습니다. 9개 학과로 현재 대학생이 29.300명이었으며 교수가 1.500명이었고 부총장 3명 어디에나 같듯이 총장님은 1분이었습니다.


총장님을 만나러 간 이유는 그 대학 법대 P교수의 올바르지 못한 일 때문이었습니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라는데 웬만하면 덮어주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너무 지나친다싶은 느낌도 들었고 내가 곤란함을 겪었기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 년 전, 나와 함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대가는 그가 원하는 만큼 내가 그에게 정당하게 지불하였고 계약서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름 있는 대학의 교수였기에 그 자체가 나에게 신용장이었습니다. 목돈을 받은 그 당시는 잘하다가 시간이 점점 흐르자 흐지부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용두사미로 진행되자 곤란해진 나는 직접 나서서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일의 마지막을 앞두고 그는 거의 손을 놨습니다. 그가 손 놨다고 나까지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혼신을 다해 일 처리해 놓고 나니 그 괘씸한 교수의 행실을 덮어둘 수가 없었습니다. 나에게 대가를 받고 그만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 일이며 법대 교수라서 더 잘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법대 학장님께 만나자고 약속하였고 사실을 털어 놨습니다. 이야기 본론에 들어가는데 학장님이 “ P교수지요?” 하고 되물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대충 끝났습니다. 그리고 학장님이 “ 그 사람은 여러 사람들에게 그런 적 있습니다. 동료 C교수에게도 그런 일이 있어 C교수가 푸념을 하곤 하였으며 졸업생에게 취직시켜 주겠다며.......”


나는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학장님은 또 말을 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례가 전화로 항의 들어왔지만 그 누구도 그 일에 관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 그래서 사실은 학장으로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어요. 오죽하였으면 교수들 사이에 ‘ 이번에는 또 누구에게 피해를......’ 게다가 1년 강의 중단도 받은 적 있답니다.” 하며 학장님이 오히려 나에게 속내를 털어 놨습니다.


학장님은 조금 후 총장님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데 함께 만날 건지, 나에게 물었습니다. 지금은 그렇고 다음에 만나겠다고 하자 자신이 우선 귀띔해 놓겠다고 했습니다. 학장님은 총장님께서 이 일을 아시면 상당히 화가 나실겁니다. 외국인에게 이런 일을 했으니까. 그러면서 일에 대한 것을 간단하게 적어서 총장님께 드리고 약속을 이렇게 하며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는 이미 알고지내는 총장비서에게 연락하여 약속시간 정해달라고 했습니다. 총장님을 만났습니다. 그의 인상은 이외수님과 비슷하였는데 콧수염이 달렸고 안경을 꼈습니다. 자세히 쳐다보니 웃음도 나오고 삼촌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 법대 학장님에게 대충 이야기는 들으셨죠? " 하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 죄송하지만 잊어버렸어요. 기억이 안 나는데 이야기 해 주세요."

" 그럼 지금 학장님께 연락을 해서 함께 만나는 것이 어떻습니까?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좀 전에 필요한 일이 있어 연락을 하니 연결이 안 됐습니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열어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연결이 안됐습니다.

 

나는 거두절미하고 P교수의 행실을 적은 종이를 내밀었습니다. 처음에 총장을 읽으면서 이까짓 일로 하는 웃음을 내보이며 “이 사람이 우리 학교 교수가 맞아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교수들이 1.500명이나 되니 그럴 수도 있겠고 하도 어이가 없어 그럴 수도 있겠지. 읽어내려 갈수록 점점 안색이 변하였습니다. 다 읽은 총장님은 나를 바라보며

 “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학교 교수가 이런 행동을 하게 돼서 상당히 부끄럽습니다.” 하고 사과했습니다. 높은 양반이 정중하게 사과하니 사과 받는 나의 기분이 묘하더군요.


나는 총장에게 말했습니다. 그냥 덮어 두려고, 사실 이렇게 되기전까지 여러 번 연락을 했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마저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 우리 한국의 교육 문화는 제자는 스승을 진심으로 존경해야하며 스승 또한 제자들에게 올바른 교육과 사랑으로 가르쳐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교수의 태도를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문화나 교육의 방법 차이는 있겠으나 그래도 스승은 부모와 같습니다. 이런 일을 그냥 넘기기엔 안타까운 것 같고 해서 총장님께 맡기니 제대로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총장님은 감사팀과 회의하여 진행과정을 알려주겠으며 나중에 회의에 참석하여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왜 연락이 안 되었냐고 묻고 싶어 총장실을 나와 법대학장실로 갔습니다. 방금 강의실에서 나와서 연락을 못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학장님도 외국인에게 그런 행실을 보여 나보기에 부끄럽고 그 교수에 대하여 너무 화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덧붙이길 동료교수가 날마다 P교수의 사기 행실에 대하는 푸념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이번 일로 뿌리가 뽑아졌으면 좋겠다며 학장님은 차라리 좋아했습니다.


개울물을 흐리게 하는 미꾸라지는 어느 개울에나 다 있는 가 봅니다.  그로인해 내가 곤경에 빠진 것 생각하면 새발의 피도 아니지만 나는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도 과연 내가 잘 한일인지, 잘 못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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