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휴가
최원현 /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남을 돕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돕는다는 것은 자기를 희생하거나 자기의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기에 더더욱 귀한 일입니다. 그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선뜻 실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엔 그런 이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딸아이가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자폐아들에게 무료 조기교육을 하고 있는데
가장 큰 힘은 직접 아이들에게 시간으로 몸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사례조차 못하는데도 사명감으로 봉사하는 교사들과 꼭 필요한 만큼씩 채워지는 후원의 손길과 없는 시간을 어렵게 만들어 직접 몸으로 도움을 주는 이들.
특히 봉사자들은 학생, 가정주부, 교회 기관, 일반 직장인 등 참여하는 그룹도 다양하지만 그 중 직장인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의 말을 들으며 나도 직장인이기에 얼마나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1년 열 두 달의 월차 휴가 전부를 조기교육실의 봉사로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휴가를 내어 그 하루 내내 아이들을 돌보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의 봉급도 떼어 후원금까지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곤하고 지쳐있는 삶 속에서 누군들 쉬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람들이 있기에
이만큼이나마 유지되는 게 아닐까요.
힘든 직장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 쉴 수 있는 금싸라기 같은 시간들까지 남을 위해 쓰는 저들이야말로 꽃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을 사는 게 아니겠습니까.
<채근담>엔 '오솔길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을 멈추어 남이 먼저 지나가도록 하고,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은 3분의 1을 덜어내어 남이 먹도록 양보하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 된다'고 했습니다.
나를, 나의 것을 남을 위해 양보하고 나누고 희생한다는 것,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바로 그렇게 오아시스로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같이 자신의 휴가를 위해 떠나는 때,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즐거운 방법을 알고 있는 이들, 그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휴가를 보내는 이들일 것 같습니다. ♣ essay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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