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용섭 할아버님 요즘은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맑고 푸른 당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을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어두워진 마음은 제 얼굴도 보지 못하고 훠이훠이 바람처럼 떠돌다 뿌리까지 뽑힌 채 시름시름 말라 가고 있습니다. 여기 작은 거울 하나를 놓습니다 잃어버린 얼굴 빼앗긴 마음을 비출 맑고 푸른 개울물 한 줄기를 놓습니다 골마다 드리운 서늘한 그늘과 세월을 거슬러 부는 천년의 그윽한 바람을 불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를 놓습니다.
지금은 모두 돌아와 거울을 볼 때입니다. 할아버님 당신의 서늘한 그늘로 잃어버린 우리들의 얼굴을 만나게 하십시오 사람이 사람을 아는 일 우리가 우리를 아는 일이 가장 큰 근본임을 깨닫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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