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여행은 일이고 일은 여행이다

이부김 일상/문학과 사진

지금은 거울을 볼 때

이부김 2008. 7. 1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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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거울을 볼 때


              시/ 이용섭
              할아버님
              요즘은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맑고 푸른 당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을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어두워진 마음은
              제 얼굴도 보지 못하고
              훠이훠이 바람처럼 떠돌다
              뿌리까지 뽑힌 채
              시름시름 말라 가고 있습니다.

              여기 작은 거울 하나를 놓습니다
              잃어버린 얼굴
              빼앗긴 마음을 비출
              맑고 푸른 개울물 한 줄기를 놓습니다
              골마다 드리운 서늘한 그늘과
              세월을 거슬러 부는
              천년의 그윽한 바람을 불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를 놓습니다.
              .
                  지금은 모두
                  돌아와 거울을 볼 때입니다.
                  할아버님
                  당신의 서늘한 그늘로
                  잃어버린 우리들의 얼굴을
                  만나게 하십시오
                  사람이 사람을 아는 일
                  우리가 우리를 아는 일이
                  가장 큰 근본임을
                  깨닫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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