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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일상/인니인.한인

멀쩡한 맹장 수술 할 뻔!

이부김 2008. 4. 2.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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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맹장 수술 할 뻔!

 

                                                       /별과달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공기를 만들어 뿌렸는지 방안에 있어도 발이 시리다. 실내화를 찾고 있는데

학교에서 딸아이가 아프다며 찡그린 얼굴로 돌아왔다. 말을 하려고 침을 삼키려하니 목구멍이 가시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 견딜 수가 없단다. 약을 건네주니 먹겠다고 하는데 몸에 열이 나며 춥다고 한다.

마침 진료시간이 한창인 초저녁이라서 얼른 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여자 의사는 내가 컴퓨터 화면에서 마우스를 여기저기 클릭 해 보듯이 청진기로 이리저리 갖다 대더니

손으로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오른쪽 배를 꾹꾹 눌렀다. 그러자 오한으로 컨디션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아이가 아프다는 반응을 보이자 의사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 위궤양이 있어요? >

< 아니, 없어요 > 딸아이가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 아무래도 맹장염인 같아요.>

< 머리가 아프고 목이 아픈데 무슨 맹장염이에요?>

< 머리 아프고 열나고 속이 메스꺼우면 맹장염 증세가 확실한데 오늘 터질지도 모르니 빨리 수술을

해야 해요. 제가 아는 의사가 있는데 맹장염 수술만 전문으로 하지요.>

속에 있는 것이 터진다는 말에 나는 멍해졌다.

 

내과 의사가 말해 준 병원으로 갔는데 병원에 걸린 시계는 9시였다. 접수받는 늙은 할머니 간호사는

접수받으면서 선불 5만루피아를 내라고 했다. 나는 십만 루피아짜리를 주고 잔돈을 거슬러 받는 동안

물어 보았다. 기다리는 환자가 명 되느냐? 물어보니 접수  받은 노트를 펴고 한참 세어 보더니 우리가

여섯 번째라고 말했다.

나는 사람씩 진료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묻자 잠깐이면 된다고 하더니 말 그대로 진찰실로 환자가

들어가자마자 금방 나왔다.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인지 아니면 여자 의사 말대로 훌륭한 의사인지 또

아니면 대충 진찰을 하는지는 몰라도.

      

의사에게 연락을 받아 그런지 우리가 들어가니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는 진료 소견서를 달라고 하더니

이 남자 의사는 진찰 생각은 않고 입원 수속에 절차와 수술시 검사 내용들을 체크하여 알려 주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저것 아는 상식을 종합해서 물어 보았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맹장 수술 한국처럼 방귀가

나와야 음식을 먹는지 맹장염으로 아프면 돌돌 굴러야 하는데 멀쩡한 보면 혹시 아닌게 아닐까?

의사를 무시하는 질문일 수도 있으나 엄마의 마음으로 한국에서 남편이 맹장 아픈 것을 그렇게 참아

하던 것이 떠 올라서

 

의사가 하는 말, 수술 방귀가 굳이 방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음식을 곧바로 먹어도 되며 부분 마취

시키고 나면 마취가 풀릴 때까지 24시간이 걸리는데 시간만 기다렸다가 퇴원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마다 맹장의 위치가 아래쪽 위쪽 그리고 뒤쪽에 있을 수가 있어 뒤쪽 같은 경우에는 아파 다리를

펴거나 굽히지만 맹장의 위치가 뒤쪽일 경우에는 급성 맹장처럼 아픈 증상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공부 많이하고 사람 해부하고 수술 많이 했던 의사의 말이 맞겠지만.

하지만 풍토병이라면 나는 의사의 말을 전부 믿고 따르겠는데  아이의 말과 엄마의 직감을 종합 해 볼때

그런지 의사에게만은 도저히 딸아이의 수술을 맡기도 싶지가 않았다.

나는 의사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저 몸살인줄로 알고 와서 입원 준비가 안되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오겠다고 혹시라도 밤중에 급한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하던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더니 친절한 의사는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 주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차 안에서 아이에게 증상을 물으니 의사의 말이 맞는 것 같은 느낌이 없잖아 든다고 한다. 나는 아이를 다독거렸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수도 살릴수도 있는 거야, 게다가 네가 힘없이 있으면 감기를 가지고도 의사는 독감으로 판단할 수 있단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다음 날 아침이다. 햇살을 바라보는데 순간 스치듯 떠 올랐다. 이곳에 사는 한국인 부인이 속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자궁에 혹이 생겨 수술을 해야 한다기에 다른 병원에 가 보았더란다 그런데 그건 혹이 아니라 임신 한 거였다. 그들 부부는 6년만에 가진 아이였다는데

두 명의 의사를 거쳤지만 나는 또 다른 의사에게 연락을 하여 초음파 진단을 하고 싶다고했다.

인도네시아에는 모든 질병의 검사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 초음파 검사를 했다. 흰머리가

심심찮게 많은 의사는 <정상입니다> 한마디하고서는 다른 병원으로 다니면서 환자들의 사진을 결과를

알려주어야 한다며 급히 나갔다. 아이가 초음파 사진을 가지고 나왔고 검사 결과를 적은 서류를 직원이

나에게 주며 약간의 설명을 곁들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두 사람의 의사가 오진을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하마터면 오늘 멀쩡한 아이의 몸에

칼을대고 맹장 수술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능력있는 의사와 한국의 초음파 기계가 정확하게 잘 알려

준 덕분에 딸아이는 수술을 하지 않아 기쁩니다. 지금 딸아이 얼굴에 환한 웃음이..>

 

잔인하다는 달 4월,  4월의 첫날 정말 잔인한 일이 생길 뻔 했다. 비록 끔찍한 오진이었지만 나는 4 1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만우절의 해프닝으로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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