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글/별과달
어제 자카르타공항에서 말랑 집으로 오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보통은 대기실에서 통로로 들어가면
바로 비행기 좌석에 앉을 수 있는데 어제는 대기실에서 밖으로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가 20 미터쯤
걸어 다시 계단을 밟고 비행기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우기와 건기 두 계절이 있는데 요즘은 날마다 비가 내리는 우기가 6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땅으로 걸을 때 굵직한 빗방울이 후두둑 내 어깨에 떨어지는 순간 내가 지금 비행기를
타러 가는지 아니면 값싼 시내버스를 타러 가는지 작은 혼동이 왔습니다.
그러나 정시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내선은 지연될때가 안 될때
보다 더 많기 때문이지요.
잠이 들었는데 꿈결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듯한 소리가 들었던 잠에서 깼습니다. 아름다운 꿈도
날아 가버렷지요. 그런데 밖을 내다보니 아직도 구름 속에 비행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더 크게 또 한번 덜컹거라자
“ 날씨가 좋지 않아 기체가 흔들리니 승객 여러분은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비행기가 좌우로 흔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창가에
앉았기에 어깨를 여러 번 부딪쳤습니다. 이것 추락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가 올라갔다가 밑으로 사정없이 떨어지며 철커덕거리자 승객들은 동시에
“ 으아~” 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 마저 들었습니다. 비행기는 한 십여분을
시이소도 태워주고 시골 경운기가 되어 승객들을 태우듯 하더니 잠잠해졌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아팠지만 참았습니다. 안내 방송으로 곧 착륙한다고 하더니 창 밖으로 시가지가
보였습니다. 비행기는 오른쪽으로 휙 돌더니 다시 상공으로 올라갔는지 구름속을 지나고 있는 겁니다.
내가 알고 있는 비행기 사고들이 내 머리 속에서 모조리 떠 올랐습니다.
911, 깔리만탄으로 가던 아담비행기 실종, 족자카르타에 착륙하다가 불이 난 가루다 항공. 그리고
얼마 전 환자 수송후 귀대하던 헬리콥터....
나는 카메라와 핸드폰을 승무원 몰래 꺼내 켰습니다. 가방 속에서 핸드폰으로는 마중 나와 있을
내 딸아이와 내 친구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 비행기가 착륙을 못하고 있다고 다행히
메시지가 들어갔습니다. 메시지가 보내진 후 비행기는 다시 높이 높이 구름 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십여 분 빙빙 돌더니 다시 시가지가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착륙이 시작되었습니다. 내 마음은 말했습니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기체가 많이 흔들려 죄송하다는 승무원의 사과도
기체 흔들림에 대해 항의하는 승객도 없었습니다. 한국 사람인 나 혼자만 별난 야단을 떨었는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모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 이해심이 많은
건지 아니면 서비스을 모르는지 아무튼 여긴 인도네시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