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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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취재.촬영/JTBS- 8채널

맨발로 하는 불공 축구

이부김 2007. 8. 2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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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로 하는 불공 축구
                                                                               글/별과달이겨라. 이겨라. 슛 골인. ~~…축구는 하고 싶은데 나이키 운동화가 없어 축구를 못한다면 그건 핑계다 축구 공없이
축구를 못 한다면, 그것 또한 사치스러운 핑계에 불과하다. 운동화 대신 맨발로 잔디밭 축구 장이 아닌 동네 골목길에서 축구공 대신 흔하디흔하게 열린 야자 열매 하나 뚝, 따서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  

 열대지방의 밤은 더위가 목까지 차 올라와서 숨을 콱콱 막히게 한다그 더운 여름 밤에
야자에 불을 붙여 불공을 만든 맨발로 축구를 한다기에 자바 섬의 블림빙 마을로 찾아
갔었다.

 


내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하오의 햇살이 기울어 가는 늦은 오후였다.

축구 장은 어디에도 없고 자동차가 백미러를 접어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마을 골목길 뿐이었다.

골목 길 뒤쪽에는 퀴퀴한 냄새를 뿜어내는 작은 통로의 하수가 흘러내렸다. 

자동차 바퀴가 빠질까, 염려돼 창 문으로 목을 내밀고 하수구와 간격을 재어 보는데  하수구 안에는 바퀴(!)벌레가 몇 마리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위에는 모기들도 시커멓게 날고 있었다.

 

주차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리저리 마을을 헤매자 동장 아저씨가 자기 집 마당에 차를 주차 시키도록 해 주었다. 주차 시키는 사이 그의 아내는 금방 땄다며 싱싱한 야자 통을 가져와서 내 앞에 내 밀었다.  야자수를 통째로 마실 때 그 맛은, 미지근한 물에 미원이 조금 들어간 것 같아 맛을 설명하기에는 내 혀가 둔하고 지금 내 가진 언어가 부족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달콤한 시럽을 첨가하고 오렌지도 진액 몇 방울 곁들이고 덜 익은 야자의 연한 속살을 긁어 둥둥 띄워서 먹는다. 야자수를 마시다가 하얀 살이 하나 입 걸려서 씹으면 고소한 맛이 봄 날의 아지랑이처럼 혀끝을 노곤하게 만든다.      

 

동장과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다가 나는 왜 하필 불공을 맨발로 축구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작년 이맘 때쯤, 마을 사람들의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특이한 게임이 있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을 했어요. 우선 마을 사람들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니 돈적게 들고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 마을 골목길을 걷는데 야자나무가 보이기에 순간 옳지, 마을 골목길에서 야자 공으로 축구를 하되 불을 붙여 밤 중에 하는… '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 올랐어요.  다음은 이야기를 불공 만드는 법으로 이어 갔다. 잘 익은 야자 열매를 따서 그 속의 야자수를 쏟아 버리고 3일간 석유에 푹 절여둔다.

 

3일 정도면 불꽃도 적당하고 공의 무게 또한 적당하다고 한다. 작년에 야자를 따서 불공으로 축구 게임을 했는데 사람들이 하도 재미있어 하기에 올해도 그 게임을 한다고. 그러면서 올해는 남자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과 주부들도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그 사이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고 어둠속에서 불공이 떼굴떼굴 굴러 갈 때마다 사람들 몸이 그 쪽으로 쏠렸다. 어쩌다 누가 공을 세게 차면 공이 빨리 굴러가는 만큼 박수와 웃음 소리가 더 요란해졌다.

그들 맨발의 움직임을 잘 살펴 보려고 나는 축구 장 모퉁이 하수구 위에 퍼 질러 앉았다. 불공따라 우르르 몰려 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마치 달 따러 가는 발걸음처럼 희망적이고 힘찬 발걸음이었다. 퍼 질러 앉은 나에게로 바퀴벌레가 기어오고 내가 일어나려는데 불공이 나에게로 굴러왔다. 나는 “엄마야…..” 하면서 재빨리 일어나 사람들 속으로 도망했다.
          아저씨들의 불공 구가 재미있어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이번에는 아줌마들이 신었던 슬리퍼를 훌렁 벗어 던지고 바지를 둥둥 걷어 올렸다. 어느 나라나 아줌마는 용감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아줌마만큼 용감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여자들도 손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른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심은 모든 여자들은 다 가지고 있건만 아스팔트 위에서 불공을 따라 이리저리 맨발로 뛰 아줌마들의 발을 보았고 불에 그을여 시커멓게 된 종아리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얌전히 간직하고 있기 보담은 유쾌하며 건강한 삶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번에는 아이들이 축구 할 차례다. 겁도 없이 덤벼드는 아이들이랄까? 그러나 어른들이 하기에 믿고 따라 하는 이이들의 놀이는 더 없이 신났다. 지금 그들이 발로 차는 것이 축구 공이 아니라 말똥이면 어떻고, 야자 불공이면 어떤가, 그들은 지금 불보다도 더 뜨거운 야망을 품고 흥겨운 마음으로 체력을 가꾸는데….
나는 오늘 더울수록 수은주의 길이는 늘어나지만, 아파트 평수가 넓을수록 행복의 지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배웠다.

인력거 위에서 환하게 웃는 그들의 웃음과 자동차 안에서 웃는 내 웃음을 비교해 보면서,
내년에도 이 불공 축구를 보러 블림빙 마을로 다시 와야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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