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께빵 할 장소는 빠왕의 집처럼 한적한 곳도, 무서움의 온실 공동묘지도 아니고 유원지로
가는 대로변이다. 시작은 저녁 6시부터 하며, 빠왕이 오늘 자란께빵을 한국 TV에서 촬영한다고 말했더니 관광 청에서 나와 차도까지 막아주었다.
시작 전인데 벌써 구경꾼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다. 어제는 무서워 기도하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오늘은 외치고 싶다. '귀신 있으면 나와라' 자와 인들의 전통 음악 소리는 회오리
바람처럼 뭣이 휘감아대는 것 같아 묘한 느낌이다. 작은 구멍으로 입김을 힘껏 불어대자,
'끼이익 ~ ' 거리며 울려 퍼지는 높은 음색은 흡사 보리 피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음질에
'둥당당당 둥당당당..' 하는 작은 북 소리를 깔아주니 멀리 있던 귀신들도 금방 듣고 날아 올 것만 같았다. 패거리가 15명인데 8명은 무대에서 귀신 부르는 소리를 내고, 두 사람은 푸른 볏단, 물 한 양동이, 야자수, 고구마, 숯, 면도칼,,,등을 준비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빠왕과 함께 모여 짧은 기도를 했다.
그 춤 패거리들은 어제와는 달리 화려한 옷을 입고, 빨간 입술에 짙은 눈썹을 그리고 도깨비처럼 화장했다. 기도가 끝나자, 그들은 말 형상을 타고 땅바닥을 채찍질하며 말 춤을 췄다.
조금 후, 빠왕이 휘파람을 '휘 이 ~' 하고 불었다. 그리고 알아듣지 못 할 언어로 기합을 넣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춤추던 사람들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 가장 노련해 보이는 한 춤 꾼이
일어나 물 양동이 속으로 머리를 쑥 집어 넣더니 말처럼 물 마시길 여러 번 했다. 이번에는 머리를 물 양동이 속으로 쳐 박더니 양동이를 뒤집어 썼다. 물은 바닥으로 쏟아져, 누워있는 춤 꾼에게로 흘러 가 몸을 적셨다.
잠시 후, 하나 둘 깨어나더니 춤 꾼들은 금방 잡아 올린 생선처럼 땅바닥에서 퍼덕퍼덕 꺼렸다.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다가 웃고 박수도 나왔다. 알고 보니, 빠왕이 분 휘파람에 춤 꾼들이 귀신들린 것 같다.
오늘의 귀신은 동물과 여자 귀신이 내려 온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춤 꾼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뱀처럼 기어 다녔고, 소처럼 볏단을 입으로 마구 뜯어 먹기도 하고 황토가 묻은 고구마를 입으로 베어 먹었다. 그런가 하면, 동그란 야자수를 가지고 원숭이처럼 노는 춤 꾼도 있었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아주머니들의 웃음이 터졌다. 어린 꼬마가 자벌레처럼 재주 넘더니, 스트립 쇼 흉내도
내고 여장남자 흉내까지 내며 걸어 다닌다.그 아이는 올해 6살로 빠왕 아들이었다.
저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피디와 나는 그 쪽으로 향했다.
피디가 앞에 가고 내가 뒤따라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한 춤 꾼이 하얗게 뒤집어진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나 쪽으로 오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그들의 몸이 나의 몸에 닿아 나도 중학교 여학생들처럼 아니면 담배 공장 여공들처럼 귀신들릴까 봐 겁이 났다. 나도 모르게 “엄마야......”하고 소리치며 관중 속으로 뛰어 들어 갔다.
그 때 내 소리를 듣고 빠왕이 나를 피디쪽으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그저 생생한 촬영 현장으로 생각하고 멍석을 깔았는데, 깔아 놓고 보니 이건 촬영 현장이
아니라, 무서움의 아수라장이다. 이 쪽 모서리에서 구경하던 젊은 청년이 픽하고 쓰러졌다.
몸이 뒤틀리더니 춤을 춘다. 저 쪽에서도 구경꾼 한 사람이 춤을 춘다.
빠왕은 나를 불렀다. 나에게 면도날을 주면서 신들린 춤 꾼에게 먹여 보라고 한다. 그렇게 도망을 다녔으면서도 나는 해 보고 싶었다. 면도날을 하나 주니 하나를 더 달라고 했다. 두 개를 입에
넣어 자근자근 씹었다.
춤 꾼을 세워 놓고 웃통을 벗으라고 하더니 생선회 칼로 살가죽을 베어 내려고 한다. 그런데
베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큰 망치로 힘껏 춤 꾼의 등을 내리쳤다. 꿈쩍도 않고 서 있다. 나는
물었더니 빠왕이 설명했다.
『 칼로 벨 때 피가 나거나, 망치로 내리쳤는데도 왜 안 다칩니까?』
『 우리의 귀신(Roh: 혼)이 몸에 들어가게 되면 온 몸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귀신 들린 동안
어떤 행동을 하여도 다치 치 않습니다.』
방송은 언제나 확인이라며 며칠 동안 보고, 듣고, 겪었으면서 그래도 부족한지 피디는 틈만
있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 춤 꾼이 숯불덩이 하나를 들고 '후후~' 불더니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먹었다. 이 의심 많은 피디가 이번에는
『 저 불이 진짜로 뜨거울까요?』
하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며
『 한번 만져 보세요.』하고 피디의 카메라를 건네 받았다. 피디는 손으로 만지더니 제대로 뜨거운지『 앗~ 뜨거! 』하며 손을 털었다.
빠왕이 나에게 조금 후 귀신들이 빠져 나갈 시간인데 그 전에 귀신과 대화를 해 보고 싶은지 물었다. 피디에게 의견을 물어 보니 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화는 방에서 해야만 한다고 했다. 빠왕이 먼저 악수로 인사를 나누라며 귀신의 손을 내민다. 만약 내가, 손을 잡았는데 저 귀신이 내 손을 안 놓으면 어떻게 하지?.... 나는 무서워서 죽어도 안 한다고 하니까, 피디가
『 내가 한번 해 볼게요.』
하더니 손을 쑥 내 밀었다. 귀신과 대화는 내가 말하면 빠왕이 귀신과 이상한 언어로 하고 나에게 다시 말해 주었다. 이 정도면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빠왕은 자꾸 나 보고도 귀신하고 악수 하라고 한다. 귀신과 악수를 하니 꼭 닭 발과 악수를 한 느낌처럼 거칠고 억세다.
무대 뒤에서 식사 중인 춤 꾼들을 만나, 아까 무슨 행동을 하였는지 물었더니 자신들은 모른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데리고 온 의사와 춤 꾼들의 몸 상태를 체크 할 차례다. 먼저 면도날을 씹은
사람과 숯 불 먹은 사람에게 입을 벌려 보라고 했다. 이 순진한 사람들은 먹던 밥을 삼키지도 않고 입을 벌렸다. 상처는 없고 입안에 밥알만 가득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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