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힌두교의 녀삐
발리시내는 녀삐를 맞이하기 위해 삼 일전부터 발리의 안녕과 더러워진 세상을 정결하게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첫째 날은 멀러스띠의식으로 둘째 날은 발리남자들의 께짝대스로 흥겨움을 더하고 마지막 녀삐 전날 밤에는 오고오고(Ogoh-Ogoh) 행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녀삐(Nyepi) 새해(ςaka)라고도 한다. 녀삐는 인도네시아어 스삐(Sepi)에서 가져온 조용하다는 뜻이다. 녀삐날에 누구든지 발리에 있다면 꼭 지켜야 할 사항이다. 불사용, 일하는 것, 시끄러움, 외출을 금해야한다. 관광객들도 하루 종일 호텔에서 외출을 하지 못한다. 그날은 발리 섬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날이다. 스사지(Sesaji) 먹으러 다니던 골목의 개들도 거리를 다니지 않는다. 버스 터미널도 항구의 선박도 국제공항이지만 이착륙하는 비행기도 없고 공항 안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되었다. 믿기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나는 정말 지구가 멈추려는 것만 같았다. 모든 걸 인위적으로 멈추게 할 수 있으나 자연은 멈추게 할 수가 없었다. 꾸따해변의 파도는 여전히 모래사장을 들락날락 거렸고 나뭇잎들은 바람에 살랑대고 새들은 공중을 날아다녔다. 거리에는 뻐짤랑들이 관할내로 다니면서 외출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불이 켜진 집이 있으면 주의를 주는 녀삐 때 특별순찰대이다. 밤이 되어도 아무도 불도 켜지 못한다. 눈을 떠도 감아도 눈앞이 깜깜한 세상이다. 이쯤에서 ‘그런 발리시내를 넌 어떻게 그리 잘 아니?’ 질문해 온다면 직접 다녀 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 당시 두 해전 발리에는 폭탄테러가 있었다. 그 일로 인해 관광객이 상당이 줄었고 발리시는 울상 되었던 터였다. 나는 꾸따 지역의 뻐망꾸(힌두지도자)를 녀삐 날에 거리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면 발리문화를 한국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부탁했었다. 뻐망꾸는 가만히 생각해보더니 거리에 다닐 수 있는 허락을 해 주었다. 대신 뻐쩔랑과 함께 다니고 사룽을 걸쳐달라는 조건이 있다. 공항에 가서도 KBS‘놀라운 아시아’ 프로그램의 특성을 설명하고 촬영협조를 부탁하여 아주~ 어렵게 허락받았다. 발리국제공항에서 보딩패스 받은 사람들이 모두 비행기를 탔고 사람들고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불이 꺼졌다. 북적대던 발리시가지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게는 일제히 문이 닫혀있었고 아무도 없는 거리 먹고 버린 과자봉지만 이따금씩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쓸려 다녔다.
발리힌두는 제물 바치는 풍습에서 심볼을 중요시 여긴다. 오고오고는 예술과 종교적 의식의 표현을 상징하며 녀삐를 맞이하며 발리 주민들이 만든 창의적 예술품이다. 오고오고는 ‘오가오가(ogah-ogah)라는 말에서 유래 되었으며 ‘움직이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일반 동상들은 가만히 서있지만 오고오고는 움직이는 동상으로 발리의 전통춤과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다.
오고오고의 발리힌두 전설에 내려오는 귀신의 모습 부따깔라 모습이다. 부따깔라는 욕심과 질투 심술 등 나쁜 마음을 표현하기에 무시무시하게 만든다. 그러나 반대로 선한 빤짜뻔다와, 가똣까짜, 라마데와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오고오고는 특징은 사람들이 메고 빙글빙글 도는 것이 특징인데 쫓아낸 악귀가 어지러워서 길을 잃고 다시는 못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 80년 오고오고는 대나무, 짚단, 종이, 시멘트로 만들었다. 움직이지 않았기에 긴 막대기에 오고오고를 꽂아 놓았다. 90년대에는 좀 더 세밀하게 깃털사용과 장식품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점점 쇠로 만든 뼈대를 통해 복잡하고 웅장하게 만들고 예전에는 막대로 오고오고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면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서 오고오고가 혼자서 간단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부따깔라도 화제가 되는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며 일부는 시대의 모습이라며 술에 만취된 모습이나 기타 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란한 네온싸인의 불빛을 받으며 빙빙 돌아가는 오고오고는 발리 인들의 뛰어난 예술작품이다. 호텔레스토랑에서는 수박으로 만든 오고오고를 볼 수도 있다.
다가오는 녀삐를 맞이하면서 꾸따해변에서 슴바양하는 발리힌두교인들
오고오고, 어지러워서 길을 잃어버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거라
꾸따해변의 저녁노을이 내려앉을 때
원숭이 소리내면서 추는 께짝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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