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씻은 싱콩뿌리를 기계로 갈고 있는 모습
카사바뿌리로 만든 밥맛은?
별과달
맛있다기에, 몸에 좋다기에, 별미로 옥수수밥도 먹어봤고 잡곡밥도 꽁보리밥도 먹어봤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 먹는 쌀밥이 제일 좋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한 마을에 가면 쌀밥을 마다하고 나무뿌리로 양식을 만들어 주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 나무뿌리는 바로 싱콩나무의 덩이뿌리이다. 싱콩(Singkong)은 인도네시아 말이며 카사바(Cassava)라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지배당하고 있을 때 일이다. 산간지역인 그 마을(Cireundeu) 사람들은 먹을 양식이 없어 끼니를 겨우 때웠다고 한다. 그때 마을의 한 현자가 배곯아가는 사람들의 배를 채우는 방법으로 싱콩나무 덩이뿌리로 밥 만들어 먹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산간지역이라 가지만 잘라서 심어도 잘 자라는 싱콩쌀이 그때부터 약 100년에 걸쳐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들은 싱콩뿌리로 만든 싱콩쌀을 ‘라시(Rasi)’라고 이름 지었다. 이는 버라스(쌀)
싱콩(Beras singkong)에서 가져 온 말로 찌마이시에서 지어 주었다.
그 마을의 원래 이름은 Cireundeu지만 싱콩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마을은 싱콩으로 쌀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음식과 과자까지 만들어내는데 약 25가지 종류가 있다. 싱콩기술을 배우려고 이 마을로 외국 여러 나라에서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날은 방글라데시, 네팔. 베트남. 일본 등 9개 나라에서 다녀갔다. 방문자들 중에는 비스니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기술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싱콩기술을 목적으로 방문자중 한국인은 아직 없었으며 아참 방문자가 있었긴 한데 싱콩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을의 지어진 대나무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유는 지진이 난 수마트라섬 파당에 텐트보다는 시원하고 견고한 대나무집을 지으면 어떨까 해서 방법을 알고자 함이었다고 한다.
뿌리에서 밥까지
싱콩은 일 년에 한번 수확하며 다 자라면 사람의 키만 하다. 뿌리는 캐서 먹고 가지는 손 뼘 크기로 잘라 땅에 심기만 하면 금방 자란다. 우기에는 2 주가 지나면 새싹이 돋아난다고 한다. 다 자란 싱콩은 껍질을 벗겨 씻은 후 기계로 갈아야 한다. 마치 방앗간에서 쌀을 갈듯이 갈아진 가루를 흰 천에 담아서 물로 여러 번 체질 하듯이 씻어 낸다. 물로 씻은 후 건더기는 햇볕에 잘 말려서 싱콩쌀을 만든다. 물로 씻겨 낼 때 거품이 나고 고운입자도 함께 흘러나간다. 밑에 받혀진 고운가루는 잘 말려서 갈분처럼 사용하고 크림색 물에 떠있는 거품은 독소가 있어 버린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물에 씻어 쌀을 만들기 위해 널어 놓은 싱콩가루
말려진 쌀은 밥을 짓는데 물을 부어 촉촉하게 한다. 손으로 뭉쳐봤을 때 뭉쳐지면 되고 얇은 천을 깔아두고 그 위에 찐다. 밥이 되는 동안 싱콩쌀의 좋은 점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보통쌀밥은 5시간의 끈기를 가지고 있다면 싱콩쌀밥은 7시간 정도의 끈기를 가지고 있으며 당뇨병 치료에 아주 효과 있다고 말했다.
다 지어진 밥을 그들은 소쿠리에 퍼 담아서 나에게 먹으라고 내밀었다. 나는 가져간 햇반과 비교해 보니 흰쌀밥과는 달리 약간 누르스름한 빛을 띠었다. 대나무 소쿠리에 담겨서인지 한 숟갈 떠서 먹어보니 까칠까칠했다. 찬찬히 씹으니 쫄깃쫄깃했다. 다시 한 숟갈 떠서 반찬과 함께 먹으니 늘 먹던 하얀 쌀밥인지 싱콩 쌀밥인지 혀가 어리둥절했다. 나는 햇반 한 숟갈을 떠서 아주머니에게 권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안 먹는다고 했다. 그는 48년 동안 한 번도 쌀밥을 먹어 본적 없기 때문에 왜 그런지 배탈 날 것 같아 먹질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싱콩밥(Rasi) ▲
그렇다면, 그들이 쌀밥을 거부하고 싱콩쌀밥만 고집하는데 과연 그 밥맛은 어떠했을까? 그 맛은 언급하지 않고 비밀로 남겨 두련다. 산속으로 들어가서 먹은 밥맛 나 혼자만 알고 간직하고 싶으니까.
* 밥맛과 더 자세한 영상은 나중에 KBS 2TV 지구촌뉴스로 통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방송날짜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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