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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집/이상헌 50 법칙

아버지 무덤에서 창을 부르다

이부김 2009. 8. 2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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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무덤에서 창을 부르다

 

이상헌 시인 칼럼니스트  

 

누구도 자신이 불효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나는 잘하는데 부모가 속 썩인다고 생각하는 자식도 있다.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나타는 현상이다.

하도 망나니짓을 하는 자식을 아무리 타일러도 고쳐지지 않자 말했다.

"네가 야단맞을 때마다 저 기둥에 못 한개 씩을 박아라."

형제간에 다투거나 어른 앞에서 짜증이나 화를 낼 때 공부를 안 해도 못을 박게 했더니

기둥에 빈틈없을 정도로 못이 박혔다. 더 이상 박을 데가 없이 되자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며 형제간에 우애를 보일 때 많이 웃고 책을

읽으면 못 하나 씩을 뽑도록 해봐라."

꽤 많은 시간이 흐르자 못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 다 뽑았습니다. 저 훌륭하죠?"

"훌륭하구나. 그런데 뽑고 보니 뭐가 보이느냐?"

"못 자국요."

"아무리 잘했어도 못자국은 남는 법이란다."

그제야 아들은 크게 뉘우치고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 잘했어도 못자 욱은 남아있군요. 불효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불효했던 아들은 그 후에 효자가 되었고 마을에서 효자비를 세워 주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가장 쉬운데도 제일 못하는 말이 있다.

"사랑 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하셨어요."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남에게도 다하는 이 말을 가까운 사이에는 못한다.

습관이 안 돼 마음은 있어도 목 안에서 맴돌 뿐이다.

 

서편제의 주인공 오정해 씨의 아버지는 창을 좋아했다.

"너의 소리를 듣고 싶구나. 한 번 들려다오."

그런데 쑥스럽고 부끄러워 못했는데 얼마 후 아버지의 서거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정해 씨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살아계셨을 때 불러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제사 때면 그는 산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창을 부른다.

 

자식들은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니 부모가 뭐라면 섭섭해 하고 귀찮아한다. 

몸이 불편하다고 전화가 오면 달려오는 자식보다

"병원에 가보세요"하거나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거예요."해 버린다.

이런 말이 부모 가슴에 못 밖을 일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지난다.

부모란 효도를 받고 싶어도 받을 시간이 촉박한 사람들이다.

 

어버이 살아 신제 섬길 일 다 하여라

돌아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세상에 고쳐 못할 일은 이 뿐인가 하노라

                                      -이조년

 

이상헌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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