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학과 교수 회의실.
개인교수
인도네시아인과는 인도네시아말로 대화하고 한국인과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나의 생활은 박쥐같은 생활이다. 그러나 박쥐같은 내 생활을 정말 박쥐처럼 잘해내려면 제대로 된 언어공부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인도네시아 언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작했다. 실컷 살다가 말을 배운다는 것이 좀 생뚱맞을지 몰라도 실컷 살아봤기에 더더욱 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언어로 인해 생활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살아가는 것으로는 지금도 충분하다. 언어를 배우려면 방안에서나 학교 안에서 책을 보지 말고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거리를 걸어야 한다. 또 하나 그 나라 사람과 사랑을 해야한다. 그래야 언어가 제일 빨리 는다. 그러나 그건 한계가 있다.
깊숙이 파묻혀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문화, 희한하고 얄궂은 문화,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내막을 먼저 캐내려면 나만의 도구가 필요하다. 문화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가서 보고 느낀 것을 적어내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손님이 아니라 친구로 다가가서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냄새를 맡으려면 포괄적인 언어들이 필요한 것이다. 더 큰 이유로, 나는 한국어로 이렇게 내 마음과 생각을 자주롭게 풀어 내듯이 인도네시아어로도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기에는 내가 가진 뭉툭한 언어를 날카롭게 하고 싶어서 언어의 대장간을 찾아갔다.
이곳 브라위자야대학교(University Brawijaya)에서 어학연수 프로그램 중에 외국인이 배우는 인도네시아어가 있다. 몇 년 전부터 등록하려다가 시기를 놓쳤다. 또 작년에 등록했더니 나 혼자라서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등록했더니 또 나 혼자였다.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은 모두 말을 어디서 배우는지, 나처럼 대충 통하면 그냥 살아가는지. 대학교 측에서는 나에게 개인교수를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만난 교수님이 나에게 말했다. 기초가 없이 배우는 것 보다는 이미 언어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체계적이고 더 훌륭하다고. 교수 그의 이름은 소니/sony였고 이제부터는 나의 ‘개인교수’다. 아주 예전에 보았던 영화제목이기도 하다.
첫날은 인도네시아어 능력시험을 쳤다. 듣기, 이해하기, 말하기 쓰기만 남았다. 세상에서 말이 제일 쉬운데 왜 나는 말보다 쓰는 것이 더 쉬울까. 성격이 급해서 말로 할 때는 제대로 표현을 못하기 때문일까, 둘째 날 마지막 글쓰기를 남겨 두었다. 아무도 없는 넓은 교실, 아니다 회의실이라고 했다. 그 곳에서 단 둘이만 공부한다. 정말 '개인교수'. 다 마치고 나오는데 사무실 직원이 나를 부르며
“ 사진 한 장이 필요한데 한번 찍어 주세요.”
“ 무슨 사진?”
나는 그저 핸드폰에 넣어 두려고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사람을 잘 기억 못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 그 사람의 번호에 저장해 두기 때문에 그렇겠지 내 잣대로 가늠했다.
옆에 있는 교수님과 사무실 직원이 나 셋에게 카메라맨은 다짜고짜로 카메라 앞에 서라고 했다. 거의 내가 촬영현장에서 사용하는 수법과 동일했다. 일단 찍어 놓고 설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다행이었다. 어제는 청바지에 T셔츠 차림으로 껄렁하게 갔는데 오늘은 내가 정장차림으로 갔었으니, 나는 직원에게
“ 사진 찍어서 뭐하려고요?”
“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외국어 프로그램 안내책자 표지인물로 사용하려고요”
자카르타에는 인도네시아어 배우는 외국인이 아니 한국인이 많을 터인데, 이곳에는 귀한 모양이다. 아니 내가 처음이란다. 다른 외국어 배우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많아도 인도네시아어 배우는 외국인은 프로그램 이후 아직 오랫동안 없었단다. 역시 사람은 너무 많이 알려진 곳보다 덜 알려진 곳에서 꺼떡거리고 살아야하나 본다. 그런데 내 딸아이 대학교라서 딸아이가 뭐(?)라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인도네시아 일상 > 인니인.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니. 이렇게 멋있는 풍경.... (0) | 2009.08.23 |
---|---|
찌아찌아족(suku cia-cia) 생활 모습들 (0) | 2009.08.13 |
행운의 날 (0) | 2009.07.06 |
인니에서 사고시 신체 부위별 보상받는다. (0) | 2009.06.24 |
생업의 현장 까와 이젠 2 / Belerang Kawah Ijen (0) | 2009.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