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국인이구나! 그러면 더 비싼데...."
"너 외국인이구나! 그러면 더 비싼데...."
<재외동포재단> 2007년 KNN 통신원 우수작 선정
KBS 라디오 한민족 한나라 2008년 4월 30일13:00 에 방송
“ 너 외국인이구나! 그러면 SPMB(수학능력시험)로 합격했어도 등록금이 내국인보다 훨씬 더 비싼데....”
이 말은 자신들의 대학교가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좋다고 말하는 브라위자야국립대학 (Brawijaya University)
교수와 직원들의 목소리였다. 이 말은 들은 사람은 바로 나의 맏딸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셋이나 된다. 키울 때는 남들 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막내가 4살 때 인도네시아로
이민을 왔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 환경, 음식 그리고 문화들이 나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남들은 준비된
계획과 형편이 좋아 자녀들을 국제 학교에 다니게 하였지만, 나는 갑자기 오게 된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빈손으로 왔기 때문이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하루에 열 두 번도 더 국제 학교로 등하교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만으로 되는 것인가, 나는 자주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다. 국제 학교에 다녀서 영어를
배우는 것도 좋아, 우리는 지금 인도네시아에 살잖아, 그리고 지금 당장 필요한 말은 영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로 해야 하잖아. 아이스크림을 사러 슈퍼에 가든 학용품을 사러 문방구에 가든 그리고 친구들도…
이런 변명으로 일단은 아이들을 이해를 시켰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말을 먼저 배우고 영어를 배워도 된단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학교에 다닌다고 영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야 또 모든 것은 너희들 노력에 달려 있단다.
초등학교에 5학년 5월까지만 한국에서 다녔던 맏이, 나는 아이에게 늘 미안하다. 그건 부모의 일과 환경때문에
초등학교 전학만 해도 4번으로 결국 졸업은 인도네시아 현지 초등학교에서 했다.
어느날 갑자기 비행기타고 온 우리들인데 아이들도 엄마도 어떻게 현지어를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자주 말했다.
”너희들은 한국 사람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원래 지혜롭고 똑똑하다!”
그저 그렇게만 자주 강조했었다.
큰 아이는 처음 일년 동안 공부하느라고 많이 힘들어 했으며 날마다 인한 사전을 들고 등교했었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 할 무렵에는 손에 꼽히는 실력을 다져 반에서 일등까지 하였으며 고등학교에서도 아주 우수한 실력으로
졸업을 했다.
이제 대학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자녀들의 특례를 받아 대학을 한국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곳 한인들과 나는 처음부터 방향이 달랐다. 맏이가 사립 대학에 원서를 내었는데 장학생으로 받아
들여졌다고 했다. 먼저 기쁜 맘으로 두 시간 가량 차를 타고 대학교에 가 보았다. 대학교는 산업 공학 대학이라서
전망도 좋고 괜찮았지만 기숙사가 없었다.
학교 주위에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해야 하기에 KOST를 찾아 보았다. 자취집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은 캠퍼스 바로
앞이라 정문과도 가까웠다. 그런데 주위에서 제일 좋다는 자취집 문 앞에 놓인 쓰레기 통에서는 뜨거운 태양열에
잘 익어 가는 거름 냄새며 매미만한 똥파리들이 우글우글거렸다.
거의 다가 그런 수준들이었다. 방이라고 말하는 작은 공간에는 굳이 감출 것이 없다며 비져 나온 매트리스의 허리,
창문이 하나 있긴 한데 대낮이었지만 햇살이 그저 손수건 크기만하게 들어 오고 있었다. 백혈등 아래서는
삐걱거리며 낡은 선풍기가 곰팡이 냄새를 실실 날리고 있었다.
도대체 내 아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내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현지인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었다지만, 엄마의 입장인 나는 아이가 맺은 장학생이란 기쁨의 첫 열매도 마다하며 집이 가까운
국립대학으로 설득하기 시작했었다. 아이는 한 달 동안 울었다.
그리고 SPMB(수능시험)시험 치는 날이 다가왔었다. 침착하게 잘해야 할 터인데. 나는 TV에서 보았던 것처럼
시험이 끝날 때까지 교문에 가서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연필 몇 자루만 새 걸로 사주었을 뿐이다.
‘기다림’ 이건 정말 힘들고 불안하고 지루한 것이다.
이제 대학교에 가서 면접도 보고 이런 저런 수속도 밟는 단계로 들어 섰다. 그런데 대학교측에서 모든 서류와
딸아이를 훑어 보던 교수와 직원이
“ 너 외국인이구나 그러면 등록금은 다른 학생들 보다 더 비싼데… “
그러면서 어떻게 수능(SPMB)시험으로 합격하였느냐, 부모 중에 한 사람이인도네시아인이냐? 끝없는 궁금증의
질문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딸아이의 이야길 듣고 나니 슬그머니 화가 났다. 그래서 우선 딸아이에게 용기를 주었다.
“너는 한국 사람이야,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립 대학에 당당하게 합격한 법대생이야, 그들이 묻는 말에 네 입장을
당당하게 전할 줄 알아야 한다.”
며칠 후 서류때문에 또 학교에 갔었다. 역시 그들은 연수생들처럼 비싸고 많은 등록금을 제의하더라고 했다.
딸아이도 그들에게 제의를 던졌다고 한다.
“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해 주세요. 저는 원서를 낼 때 대학교측에서 외국인이라고 등록금이 더 비싸다는
말은 전해 듣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초, 중,고등학교 때까지 인도네시아 문교부에 정식으로 인정된 인도네시아
학생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 때문이라면 저는 그 이유를 대학교 총장님에게 직접 들어야겠습니다.
설명을 듣고 납득이 간다면 저는 아무리 비싸도 등록금을 내겠습니다.”
이런 아이의 말에 그들은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더라고 했다.
맏이는 법대가 자기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는지 공부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좋은 대접을
받을 때도 많다며 신나 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딸아이에게 자주 말한다.
“우리 외국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때가 많으니, 부지런히 공부하여 이 나라에서 살아 가는 우리
한인들을 위하여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