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일상/인니 한인들

동창생에게 미역국을 끓여 주던 날

이부김 2005. 11. 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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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을 먹을 때면 우리 아들이 늘 하는 말,

엄마는 친구 시험 치러 가는 날 아침에 미역국 끓여 주었다면서요...

하고 내 지난날 웃음의 추억을 상기 시켜 준다.

 

이 일은 내가 겨우 밥 지을 줄 알던 신혼이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고3 때 짝꿍이었던 동창생이 느닷없이 전화했다.

내 친한 친구에게 물어서 내 연락처를 알았다며 그리고 한다는 말이,

 

, 내일 대구에서 약속 있는데 그 장소가 네가 사는 집과 가까우니 하룻밤만 재워 줘!

 

도대체 몇년만에 온 전화인가, 무슨 일로 오는지 물었으나 동창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일로 오던지 우리 집에 온다니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 당시 그는 의성 읍내에서 살았고 나는 대구시내 살았다.

아주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니 얼마나 반갑고 즐거웠던지, 우리는 밤새껏 꿈 많던

학창 시절의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밥을 해 주어야 하는데

내가 만들 줄 아는 것이라고는 미역국 밖에 없었다.

 

그때 11월 하순이라 날씨가 추웠어 때문에 나는 따뜻한 미역국이 제법 안성맞춤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침을 먹고 그는 약속 장소로 가야 한다며 그 곳으로 갔다.

어디에, 왜 가는지, 말 해 주지 않고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가씨에게 중요한 일이란 무엇이지 선 보러 가는 걸까? 하는 궁금증 마저 들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친정으로 가는 길 읍내 농협에서 일한다 던 그 동창이 생각이 났다.

그는 농협 슈퍼 마켓에 근무 하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전에 중요한 일이라고 했던 그 일은 잘 되었니? 친구가 싱긋이 미소 짓더니

아니..! 하며 웃었다. 그리고 하는 말

, 사실 그 때 시험 치러 갔었어.

?

친구는 그때 농협에 임시직이었으며 정식 직원이 되기 위해 시험 치러 대구에 왔었다는

것이 아닌가.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인 섬나라 인도네시아에는 미역이 없다.

한국 식품들은 모두 수입품이기 때문이다. 큰 슈퍼에 라면은 더러 있지만 미역은 없다.

나는 미역을 사려면 2시간 차를 타고 한국 슈퍼에 가서 사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미역국을 좋아해서 자주 먹는다. 그리고 우리 아들은

엄마가 제일 맛있게 끓이는 국이라고 말한다.

 

지금 어느 교회 목사 사모가 되어 있는 그 친구가 오늘은 유난히 생각 난다.

그 친구는 내가 외국에 사는지도 모를 터인데..

 한번만 더 그 동창이 우리 집에 온다면 나는 또 미역국을 끓여 줄 것이다.

그때 그 추억을 꺼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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