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김 일상/SNS 취재 활동
은행, 만지지 마!
이부김
2015. 11. 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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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지 마!
내가 서울 신촌에서 익어가는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이 너무 예뻤다.
은행나무가 무뚝뚝하게 서 있는 길을 걸을 때 노란색이 마음을 즐겁게 했다.
은행을 한 번도 만져본 일이 없었던 나는 열매를 주울까 하고 엎드리자 ‘만지지 마!’ 고함지르며 친구가 말렸다.
순간, 나의 감성을 뭉개버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
그때가 시월 중순 어느 토요일이었고 나는 혼자 서울타워로 갔다.
먼지가 풀풀 나는 길바닥에 노랗고 쭈글쭈글한 은행이 떨어져 있었다.
줍고 싶은 마음에 또 손이 갔지만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그저 열매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노오란 이파리와 열매, 어쩌면 이렇게도 예쁘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나는 한참을 이리저리 보았다. 길가는 사람들이 나를 힐끗 보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낙화나 낙엽이나 우리도 늙어 가면 모습은 비슷할 것 같다.
그러나 사랑하면서 살아간다면
은행잎처럼 아름다운 빛깔을 묘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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