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해롭지만 젖줄이니까
비행기를 타고 방까섬을 내려다보면 예쁜 색깔의 크고 작은 수백 개의 비취색호수가 보인다. 검은 빛도 있고 비취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마치 물감을 짜 놓은 듯 자연의 아름다움. 방까섬은 방까블리뚱주에 속하며 수마트라 섬 동부에 자리 잡고 있다. 섬의 넓이는 약 11.7000km이며 섬 모양은 달리는 토끼모양이다.
방까는 ‘아주 오랜’ 뜻이기도 하지만, 방까(Bangka)란 말은 왕까(wangka)에서 유래 된 말이며 왕까는 주석이란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석의 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방까섬의 주석 생산량은 세계 4위이며 섬 전체가 주석 매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까섬에는 sekak족들도 있지만 인도네시아 중국계(화교)들도 상당히 많이 살고 있는 섬이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주석 생산하는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섬에서 건너오는 이주민들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주석은 모래알갱이처럼 작고 검은색을 띄며 모래보다 무겁다. 주석은 주로 다른 금속과의 합금이나 화합물 형태로 사용된다. 주석의 가장 큰 용도는 금속관과 핸드폰이나 전자제품의 회로를 연결하는데 사용되는 땜납이다. 땜납 외에도 여러 주석 합금들이 종,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 식기와 장식품, 고하중용 대형 베어링 등 다양한 용도의 금속 재료로 사용된다.
방까섬에는 아름다운 풍경의 해변도 있지만 해변 저 근처에는 곳곳에서 주석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석 채취하는 곳은 바다 수중과 육지 그리고 해변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육지나 바다에서 채취하는 곳은 주석회사에서 하며 물론 개인들이 하는 곳도 많다. 주석의 채취방법은 흙과 모래와 섞여 있는 주석을 물로 씻으면 흙과 모래는 물에 떠 내려가고 무거운 주석은 물에 떠내려가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얻은 주석을 뜨거운 솥에 넣고 볶는다. 볶은 다음 주석을 녹여 주석덩어리를 만들어 수출한다.
주석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특히 바다 수중에서 주석을 채취하므로 맑던 바닷물은 흙탕물로 바뀌고 있다. 경치 좋은 해변의 호텔에 묵으면 밤에는 주석채취 작업소음이 들리고 또 주석 가루들이 바닷물이 밀려들 때 쓸려 들어와 해변에 가라앉아 있다. 전에는 물이 맑고 거북이들이 슬글슬금 기어와 알을 낳고 하였다던 그 해변, 하얀 모래들이 반짝이던 해변의 모래들은 근심걱정이 많은 얼굴처럼 검은 빛을 띠며 흙탕물로 찰랑찰랑 거리고 있다. 그런 물에 발을 담구고 아이들과 모래로 두꺼비집을 만들며 여유를 즐길 관광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앞에는 언급하였듯이 비행기를 타고 방까섬을 내려다 봤을 때 수백 개의 예쁜 빛깔의 호수들이 보인다. 그 호수들의 정체는 주석을 채취하고 난 후 땅을 원상복구 작업하지 않은 웅덩이다. 비가 와서 그 웅덩이에 물이 고이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석의 성분과 여러 가지 광물성분이 섞여 금방 작업을 마친 곳은 흙물이 진하여 황토색 그리고 검은 빛과 비취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알았을 때 좋아서 설레던 내 감정은 그만 꿈이 깨어지듯 깨어져 버렸다.
01 | 02 | 03 | 04 | |||
해변에서 채취하는 장면 | 채취 후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 주석 채취 후 점심 식사 시간 | 방사선 수치 표준 0.03인데 |
주석 채취는 주로 국영기업에서 많이 한다. 그러나 개인들이 하는 곳도 엄청나게 많다. 개인들이 하는 건 거의 대부분 따지자면 불법이다. 방까섬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주석 채취에 몸담고 있는데 정부에서 불법이라고 단속하여 당장 모든 걸 스톱시켜 버린다면 방까섬 주민들의 밥줄도 스톱이 되어 버린다. 주민들의 생계를 위해서 암암리에 주석 채취와 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까섬 사람들은 농업과 어업 광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주석 채취하는 일이 농사짓는 일이나 고기 잡는 일보다 수입이 훨씬 더 많아 농부나 어부들이 광부로 전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석 채취 수중 작업하는 사람을 만났다. 삼십대 중반인 그 남자는 십년 째 바다 속에서 파이프로 모래를 끌어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 물속으로 들어가면 보통 1시간에서 2시간가량 있는데 수심 30미터라고 한다. 오랫동안 있으면 수압으로 인해 팔이 잘 움직이지가 않고 바다의 찬 공기가 심장을 압박할 때도 있고 귀가 멍해질 때도 있다고 한다.
육지에서 채취 작업은 흙더미에 물을 뿌려 하는 일이므로 흙더미가 무너져 사람을 덮치는 일이 종종 있다. 흙더미가 무너질 때 야자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친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척추신경을 다쳐 다리의 감각마저 마비되었고 종아리가 가늘어 겨우 걸었다.
주석위에 방사능 체크 기계를 두고 재어봤더니 표준수치보다 수십 배까지 올라갔다. 가공하지 않은 주석을 그것도 손으로 만지는 일은 아이들이나 임산부에 상당히 위험하다. 방사선뿐만 아니라 게다가 피부질환과 암을 유발한다고 학자들이 말한다.
당장 굶어죽는 것보다 몸에 해롭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 일을 하며 살아가는 편이 더 낫다. 주석 채취하는 일은 젖줄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자산과 기술 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곡괭이로 아무 곳에 땅만 파면 나오는 주석인데 얼마나 고마운 보배인가. 요즘은 몸에 해로운 보배를 캐는 일에 온 가족이 전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태다.
몸에 해로운 노동일은 로봇이 하고 사람들은 즐거운 활동만 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 말이다!
▼